새로운 발상의 비밀 -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의 사고법과 인생 이야기
야마나카 신야 외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노벨상을 수상한 두 일본 과학자는 수상 당시 각각 특이한 이력으로 우리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야마나카 신야는 일본의 19번째 노벨상 수상자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정형외과 의사로 출발했는데 수술 실력이 형편없어서 놀림을 받던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가능성의 발견>이라는 자전 에세이도 나와 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노벨상 수상이 첫 해외경험이었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워했다. 이 사실은 일본 물리학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일본의 실험물리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각각 1962년, 1940년 생으로 22년의 차이가 있다. 이 대담을 읽어보면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학 교수는 분야적 특성도 있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이 iPS세포 발견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달에 한 번 미국을 방문할 정도로 미국 과학계와의 교류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자신의 최고 무기였다고 말 할 정도록 '신세대 과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마스카와 교수는 전형적인 천재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흘 동안 밤낮 안가리고 한가지 생각에 푹 빠진다든지, 수식을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계산한다든지, 어려운 물리학, 수학, 천문학 문제가 모두 본인에게는 장난감 같은 존재, 평생을 가지고 놀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우리에 비해 과학 선진국임에도 두 과학자는 미국의 더 좋은 환경을 부러워한다. 과학도 자본, 인적 자원의 논리가 제배할 수 밖에 없다. 일본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도 최근에 이공계가 취업을 잘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초등학생만해도 과학자가 되겠다는 어린이들이 무척 많다. 이 아이들이 커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을 일반인들도 많이 접하고 관심을 가지는 일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담집을 읽을 그날을 기대해 본다. 멀지 않은 일일것이다.
 
< 인상깊은 대목 >
P.017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 씨는 'iPS세포의 개발은 타임머신을 발명한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P.017 성장한 체세포는 두 번 다시 수정란 같은 미분화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여겨져왔어요. 그런데 1996년에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양 돌리가 탄생함으로써 그 상식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P.017 한번 분화된 체세포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미분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죠. 이처럼 분화가 끝난 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초기화' 혹은 '리프로그래밍'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만든 iPS세포도 일단 분화된 체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디돌린 세포입니다.
P.043 논문은 조금 더 자료를 확보한 다음에 발표할 생각이었는데 이제 그럴 여유가 없어진 거죠. 만약 경쟁자에게 선두를 뺏기면 지금가지 저를 도와준 많은 분들께 미안한 일이 되는 것이고,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P.044 별로 기쁘지 않다거나, 우리는 과학을 하는 것이지 노벨상을 목표로 한 건 아니라고 한 말들 때문에 마스카와는 별종이다, 비뚤어졌다, 뭐 그런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P.054 어머니는 선생님께 "가끔은 숙제를 내주셔야 아이가 집에서 공부를 할 텐데요"라고 했나 봐요. 그런데 되레 어머니가 창피를 당하고 말았지 뭐예요. 선생님이 "숙제를 매일 내주고 있는데, 아드님이 숙제를 한 적이 없는 겁니다"라고 한 겁니다. 그날 밤은 정말 괴로웠어요. 부모님한테 2시간이나 설교를 들어야 했거든요.
P.073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으면 돈키호테처럼 한 발 내딛는 게 중요해요. 가만히 있으면 낭만은 절대 찾아오지 않습니다. 방황하고 벽에 부딪히더라도 실제로 움직이다 보면 동경은 낭만을 바뀌죠. 전 그렇게 믿습니다.
P.078 옆에서 보면 제 인생은 먼 길로 빙 돌아가고 있고,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제게 좀 더 합리적으로 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먼 길을 돌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데 아닐까 싶습니다.
P.090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깜짝 놀랄 수 있는, 감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연구자에게 필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P.098 대학원 시절에도 느꼈고, 미국 유학 시절에도 느꼈지만 연구는 정말 멋있습니다. 어떤 점이 멋있느냐 하면 우선 '공정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련의는 어떤 병원에서 누구한테 배우느냐에 따라 기술이나 지식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연구 분야도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이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기준은 '가치 있는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 이 하나입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발표하면 그 노력에 대해 보상받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P.102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고정관념 안에서 사고합니다. 인간의 사고보다는 자연이 훨씬 더 깊이가 있지요.
P.108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정말 신이 납니다. 저한테는 물리학이나 수학, 천문학 모두 아이들 장난감 같은 존재예요. 평생을 가지고 놀수 있는 장난감이요.
P.117 현대 일본의 물리학은 대단합니다. 스탠퍼드대학교와 쓰쿠바대학의 가속기 경쟁도 일본이 주도권을 쥐지 않았습니까? / 실험물리에서는 일본이 이제 세계 최고죠.
P.126 뭐든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새각이 듭니다. ... "연구는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P.136 과학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실험뿐만 아니라 어떻게 그 실험 데이터를 제대로 알리는가 하는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관건이라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나 연구성과를 어떻게 알리느냐가 중요한 거죠.
P.137 유럽과 미국의 연구기관에서는 프리젠테이션 기술이나 토론, 논의 기술을 상당히 중요시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중요한 기량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한편, 일본 사람들은 프리젠테이션 기술이 좋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P.142 지금도 한 달에 며칠씩 미국에 다녀옵니다. 미국의 과학계와 완전히 무관하게 지낸다는 건 정보수집 차원에서도 상당히 불리해요.
P.145 지금보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배우자도 맘 편히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겁니다. 과학 입국이라면서 이 정도조차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일본의 현실이에요.
P.151 병원 시설은 훌륭했지만, 당시 외과 수련의 생활은 마치 도를 닦는 것 같았어요. 병원마다 차이른 있겠지만 제가 있었던 곳은 상하관계가 체육부만큼 엄격했습니다. 지도 방법도 엄격해서 두 명의 지도 교수님들은 저를 야마나카라는 본명으로 불러주지 않고 '자마나카'라고 불렀습니다... "수술에 방해만 되니 전 자마나카다"라고 발입니다.
P.162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정면으로 바딪혀라. 단, 목표는 높게, 실천은 확실히
P.168 비와호 부근,나무가 많은 곳에 저렴한 땅을 사서 통나무집을 지었어요. 책들은 그곳으로 옮겨놓았습니다. ...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깁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세상은 고요에 잠겨 있죠. 저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P.179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은 과학놀이다. 당신들이 하는 일의 연장선상에 과학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기초과학을 더욱 확실하게 공부하라." 제 얘기를 듣던 발명가 꿈나무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저를 노려보더군요.
P.180 일본은 과학입국을 지향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대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P.181 "국가의 미래는 금융에 달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나쁘게 말하면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수탈할 것인가"와 같은 말 아니겠어요? 금융만으로는 절대로 유형의 것은 창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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