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엄마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김윤희 옮김 / 아이앤북(I&BOOK)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일하는 엄마도, 전업주부 엄마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바다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다. 특히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워킹맘은 더 불안하고 초초하다. 일반적으로 '워킹맘 아이들이 전업주부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더 문제를 일으킨다'라든가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학습면에서도 떨어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도 있는 듯하다. 신문기사나 방송에서도 힘들어하는 맞벌이 부부의 모습을 극단적인 예를 들어 소개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들이 거짓이라는 건 아니지만 이제 맞벌이나 워킹맘의 육아에 대해 한발짝 나간 인식을 할 시기도 되었다. 문제다라고 하기 전에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 최고의 교육설계사인 마츠나가 노부후미가 쓴 책들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점이 있다. 바로 "한국에는 마츠나가 노부후미 같은 존재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저명한 교육자, 인기있는 강사가 많다. 내가 그들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제법 유명한 강연회에 다녀왔다. 출연하시는 강사는 단연 대한민국 최고라고 하는 분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의를 듣고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꼈다. 한 강사는 말한다. "제가 서울대를 나와보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동창들 만나도 이런 이야기해요. 우리가 서울대 안 나왔으면 지금의 사회적 지위와 ... " 더 쓰기조차 싫다. 결국 이 사람은 자기가 만든 학원 홍보를 위해 대중 대상 강연해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런 말을 내밷는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에서 한 자리 차지한다는 사람들의 행태다. 이런 분위기에 절대 휩쓸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부모들이지만 우리는 거짓되고 과장된 정보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아이를 위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왜 우리는 일본인 교육자가 쓴 책에서야 찾아볼 수 있는가.

 

" 육아의 핵심은 학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부모가 명심해야 할 육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자립과 성장이다. 자립할 수 있는 인간으로 키우는 일,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의욕이 충만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 이 두 가지를 실현할 수만 있다면 육아는 대성공이다."

 

솔직히 나는 강연회에서 이런 이야기,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 난 완전히 헛다리 짚은 거다. 학원 홍보가 최종 목표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실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아이가 서울대에 가는 것, 유명 대학에 가는 것이 어떻게 육아와 자녀 교육의 핵심이자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밤 12시까지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주변 사람도 있다.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아이들은 지금 이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려야 하는 것일까. 일류대학을 위해? 말도 안된다.

 

자녀 교육에 대해 소신을 가지지 못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조기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사람마다 능력을 꽃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 아이가 초2만 되어도 벌써 "이 아이는 공부는 아닌것 같아요. 예체능을 시켜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 부모들을 많이 봤다. 공부에 왜 재능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공부는 재능이 아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 거기에서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지식이 쌓여 갈수록 아이들은 더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다. 아이의 본성, 그 위대한 힘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 그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엄마의 역할은 무엇보다 크다. 직장맘이라고 주눅 들 것 하나도 없다. 양보다는 질이며 엄마의 뚜렷한 소신이 중요하다. 옆에서 아이를 하루종일 다그치는 엄마보다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아이를 잘 인도해주는 현명한 엄마가 더 필요하다. 한가지 더 좋은 내용을 소개하면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이 식물의 수확에 대단한 흥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심리적 작용이 두뇌 용량을 크게 만들어 준다. 자시가 심은 야채나 과일이 맛있게 익어가는 것을 보면 진심으로 기뻐한다."

 

아이들을 위해 작은 화분이라도 몇 개 더 사서 같이 길러보는 것이 재미없는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육아방법이다. 이 작지만 소중한 제안을 꼭 실천해보다. 이 책은 내용이 많고 길지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을 전해준다. 저자의 다른 책도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이 여러 책의 내용을 많이 포함한 결정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과 우리의 교육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으며 일본도 대학입시의 열기가 엄청나다. 이 책이 분명 한국의 부모들에게도 많은 도움과 방향 설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육아를 옆집 아줌마나 학원 선생님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직접 방법을 찾자.  마츠나가 도부후미의 책을 보면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분의 이러한 통찰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너무 존경 스럽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모두 추천한다.

 

 

< 인상깊은 구절 >

p.21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글자와 숫자를 처음 배운 아이도 석 달만 지나면 능숙해진다. 그러므로 "학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틀렸다.

p.21 능력이 꽃을 피우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워킹맘들이여, 조기 교육에 목숨 걸지 말라.

p.34 하지만 교육설계사로서의 내 오랜 경험으로 말하자면, 아이는 한 명보다는 두 명이 훨씬 수월하다. ... 엄마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입을 뗄 일이 없는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은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가 없다. 만약 당신이 직장에 다니고 있고, 자녀를 한 면만 두었으며, 둘째를 낳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절대로 고민하지 말라. 당장 낳으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p.36 남자아이들은 억지를 쓰거나 막무가내로 응석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다시 말해 남자아이들의 응석은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심리적 표현이다. 남자아이는 커서도 엄마와의 스킨십을 원한다는 것을 꼭 알아두기 바란다.

p.40 엄마와 딸이 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아이와 부모에게 매우 바람직한 행동이다.

p.43 짐작하건대 싱글맘이나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아내보다, 함께 사는 남편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아내들이 더 많을 것이다.

p.45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부모님. 직장 여성에게 부모란 육아의 절대적 필수품."

p.47 아이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엄마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p.55 육아의 핵심은 학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부모가 명심해야 할 육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자립과 성장이다. 자립할 수 있는 인간으로 키우는 일,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의욕이 충만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 이 두 가지를 실현할 수만 있다면 육아는 대성공이다.

p.58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학원에 다니는 것은 시간낭비이자 돈 낭비이고, 아이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여 '나는 어리석어. 나는 공부를 정말 못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는 요인이 된다.

p.78 내가 정말 주장하고 시은 건 아이가 태어나면 TV를 없애라는 것과 아이에게 게임기를 절대 사주지 말라는 것이다.

P.91 틀린 문제 옆에 자신이 틀린 이유를 적게 하는 것은 과외선생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이기도 하다. 잘못 보았다거나 빼먹고 썼다는 등의 사소한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아이에게 큰 효과가 있는 방법이니 꼭 한 번 시도해 보라.

P.99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폭넓은 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다.

P.111 내가 관찰한 경험으로 보면 여성에게 이혼당하지 않는 남성은 집안일에 헌신적이다.

P.114 워킹맘의 육아 성공 비결은 바로 남편과의 가사분담에 있다. 고학력자도 엘리트도 상관없다. 집안일을 분담하지 못하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P.117 상담 사무실을 찾는 아내들의 속내를 들어 보면 남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집안일과 육아에 참여해 주기를 바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P.127 가정에 일을 끌어들이는 것 또한 절제해야 한다. 업무의 연장선인 딱딱하고 살벌한 분위기, 늘 불평으로 가득 찬 얼굴, 우쭐대고 싶은 마음 등은 회사에 놓고 와야 하지 않겠는가.

P.130 아이의 식사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맛있고 비싸도, 또 대기표까지 받으며 구해 온 음식이라도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면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P.139 생활 사이클을 바꾸면 얼마든지 여유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해답은 바로 아침형 인간, 다시 말하면 아침형 생활 패턴으로의 전환이다.

P.140 아침형 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는 새벽 3시, 4시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확실히 빨리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출근 전까지 여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P.158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이 식물의 수확에 대단한 흥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심리적 작용이 두뇌 용량을 크게 만들어 준다. 자시가 심은 야채나 과일이 맛있게 익어가는 것을 보면 진심으로 기뻐한다.

P.168 15년 후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일과 육아 모두 잘해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된다면, 그 15년이라는 시간은 그야말로 보석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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