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수많은 작가 되기 프로그램들이 있다. 글쓰기 강좌도 있다. 주로 기교나 기술을 가르킨다. 그렇지 않은 방법도 있을 것이다. 자기 개발 서적에서 주문하는 단골 메뉴는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되려면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무의식'과 친해져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판단이나 결정을 의식적으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의 영향이 크다. '유명한 작가는 자신의 무의식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은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류의 책은 아니다.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글을 잘 쓰는 것과 작가가 되는 것, 이 둘은 의외로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일단 작가가 되려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달라져야 한다. 기존의 환경도 마치 처음 대하는 환경처럼 대하는 것, 일명 '낯설게 하기'가 중요하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2천년 전에 말한 '사물의 연관관계'에도 주목하라고 말한다. 창의력에 대한 책에 많이 등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 생각하기> 같은 책 말이다. 이러한 신선한 시각이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기에.

 

천재 또는 '타고난 작가'들은 평범한 작가 지망생과 무엇이 다를까? 천재는 남다른 기질이나 훈련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 작용과 상관없이 자신의 합리적인 의도에 완전히 이바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 어떤 훈련을 하면 무의식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무의식이 기선을 잡아서 힘들이지 않고 쉽게 글을 쓰는 경지가 있다는 데 이런 방법을 배워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먼저 평소보다 30분이나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는 것.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모닝페이지와 유사하다. 모닝페이지의 원조는 바로 이 <작가 수업>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방법은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하루 중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15분 동안 글쓰기. 이런 훈련에 성공하지 못하면? 글쓰기를 포기하라고 단언한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훈련과 아무 때고 글을 쓰는 훈련은 글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훈련 방법 중에 순수한 시각 되찾기도 인상적인다. 하루에 30분씩 눈을 크게 뜨고 매사에 호기심을 보였던 다섯 살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소재는 숙성을 시켜야 한다. 무의식이 새로운 소재에 동화되어 이를 자기 것으로 완전히 흡수하는 기적을 이룰 때까지. 무관심과 권태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약이다. 작가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뿐이라고 한다.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 모습 그대로 공통된 경험 안에 담아내는 것. 독자의 공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작가가 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이런 생각에 도달하지 않을까?

 

다시 무의식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무의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움을 준다. 높은 수준의 상상력, 직관, 무의식이 예술적 측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길렀을 때 작가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능력을 어떻게 기르느냐고? 결론은 사실 조금 허무하기는 하다. "방법이 딱히 없다." 

 

'영감은 노력'이 아니듯이 재능 또한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한 작가들도 그저 무의식적으로 일할 뿐이지 자신의 작업 방식을 분석하지는 않는다. 즉 개인의 경험에 의해 우연히 얻어진 것으로 졍형화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면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결국 약간의 팁은 주어지지만 스스로 자신의 무의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작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할 방법을, 나만의 방법을 찾는 수 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누구나 재능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일상에 묻히고 치여서 그 재능은 꽃도 못 피우고 시들어 가는 것이다. 내게 있는 재능을 활용 못하고 죽는다니,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생각다면 이 책을 읽고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이라는 자원은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평생을 가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인상 깊은 대목 >

P.026 많은 작가들이 운 좋게 알아냈거나 또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정립한 과정은 분명히 있다.

P.041 작가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발성과 아이처럼 예민한 감수성과 화가 못지않게 '순수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참신하고 신속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환경도 마치 처음 대하는 환경처럼 대한다.

P.041 작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2천년 전에 말한 '사물의 연관관계'에 늘 주목한다. 이런 신선한 시각이야말로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다.

P.044 천재는 스스로 비상 상황을 만들어 그 안에서 행동한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실천하는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천재와 게으르고 겁 많은 그의 동료들을 구분하는 특징이다.

P.045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그 꿈이 지니는 매력이 무색할 정도로 눈물겨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작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무작정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내 완결지어야 한다. 문체, 내용, 설득력을 두루 갖춘 글을 분량에 상관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P.050 무엇보다도 무의식이 막힘 없이 원활하게 흐르면서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 감정, 사건, 장면, 성격과 관계의 의미를 모두 불러내야 한다.

P.051 개인의 역사에 따라 작가는 어떤 문제는 실제보다 부풀려서 보는 반면, 또 어떤 문제는 완전히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P.053 천재는 남다른 기질이나 훈련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 작용과 상관없이 자신의 합리적인 의도에 완전히 이바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P.060 너무 과도한 사교 생활은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재능에 자칫 크게 독이 될 수 있다. 집단이나 개인이 작가로서의 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오로지 성찰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P.088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훈련과 아무 때고 글을 쓰는 훈련은 글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P.092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많은 말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기나긴 경험 없이는 자기만의 호흡은 무엇이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흡입력을 갖는 주제는 무엇인지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작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만큼 대개 귀도 얇다.

P,105 결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것은 본인의 취향과 판단력이며, 자신의 글쓰기 성향을 빨리 파악하면 할수록 개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P.112 독서를 통해 효과를 얻으려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작가 지망생은 대부분 책벌레다. 게다가 그 가운데 상당수가 책과 도서관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P.121 단락이 길든 짧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기술이 눈에 띈다면 자리에 앉아 그 기술을 배우라

P.128 천재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가 자신의 세상을 넓혀 나가면서 느끼는 생생하고도 강렬한 흥미를 평생 잃지 않는다. 대개 우리는 사춘기까지만 해도 빠르게 반응하는 이러한 능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러한 관심을 간직하고 살아갈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은 아주 드물다.

P.135 천재의 재능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천재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은 뭐든 활용한다. ... 무관심과 권태의 나락에 빠져드는 것을 거부한다면 삶의 모든 측면을 글의 소재로 되살려낼 수 있다.

P.139 작가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즉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 모습 그대로 공통된 경험 안에 담아낼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글쓰기 인생에서 이 점을 되도록 빨리 깨닫는 것이 좋다.

P.163 아침에 쓰는 글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대에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P.174 천재의 뿌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천재를 갈고 닦는다고 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의식의 영역 바깥에 기원을 두고 있다.

P.175 무의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움을 준다. 어떤 예술이든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과 감정뿐만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무의식의 알찬 내용물에 의지해야 한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이러한 자원을 끊임없이 활용하는 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펼치면서 편안하게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생명력과 활기가 무한정 넘쳐날뿐더러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울림을 억누르는 법이 없다.

P.177 계획하고 있는 작품의 형식과 주제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이며, 무의식에 의지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훌륭하고 확실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

P.181 재능이라는 자원은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평생을 가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182 '영감은 노력'이 아니듯이 재능 또한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아니다. ... 서툴게나마 재능을 풀어놓는 법을 터득한다면, 또는 뜻밖에 운이 좋아 재능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면 굳이 힘들게 고생하지 않아도 창의적인 생각이 마구 흘러넘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P.184 성공한 작가들은 대개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이러한 기능을 해방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게 너무 모호하고 주먹구구식이라 비법을 찾는 초보자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84 성공한 작가들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일할 뿐이지 자신의 작업 방식을 분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기나긴 반문 끝에, 성공한 작가들의 수기를 빠짐없이 훑은 끝에 햇병아리 작가가 마침내 얻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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