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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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의 나는 도전하지도 않고 좌절한 현실주의자였다."

 

이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자신의 직업이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하며 너무나 즐겁다는 사람이 아닐까. 유시민 씨도 열아홉살, 현실주의적인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개인의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 등에 부딧혀 이상만을 쫓으면 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댓가는 꽤 크다. 가지 않은 길,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평생을 따라 다닌다. 유시민 씨 정도 되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에 많은 공감이 갔다. 사람은 역시 자기 방식대로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유시민 씨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는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정치인이라는 것 두가지였다. 정치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 무슨 당인지도 모르겠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 비슷한 걸 하는 모습을 실제로 한번 본 적은 있다. 그런데 이 분이 정치를 그만둔다고 했을때 나는 거의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아, 이분 책 쓰려나 보다!' 어디선가 유시민씨가 글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박경리의 토지 같은 아름다운 문장을 필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책에도 박경리의 '토지'를 여러번 읽었다고 나온다. 분면 필사도 하신 모양이다. 유시민씨는 먹물로서 사는 삶이 잘 맞는 것 같다. 크라잉넛을 부러워하는 이 쉰다섯 먹은 작가도 더이상 남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내주실 것이라 믿는다.

 

작가는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고 그 죽음의 순간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을,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주변에 미리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갑자기 세상과 이별하는 경우는 보면 너무 가슴아프다. 그것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책에 대한 인용과 작가의 통찰력이 한데 어우려져 다양한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진정한 먹물 근성의 발현이다. 누군가 이런 글을 써주면 너무 고맙다. 한권으로 수십권의 책을 읽고 토론한 기분이 든다.

글쓰기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다. 어쩌면 제일 기대를 했던 내용이다. 글을 잘 쓰려면 어휘를 늘려야 하고 좋은 문학 작품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메모하기. 정말 유용한 정보다. 많이 읽히는 동시에 훌륭한 책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겠다는 작가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사실 글로만 먹고 사는 일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이 아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남을 부러워만 하지 않으려면 젊을 때부터 타인의 평가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르면 된다. 남들이 좋다는 직업,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린 학생들은 공부만 무조건 할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진로와 취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이 시절의 결정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방황과 고민의 나날이 계속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자.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즐겁고 신나게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다양한 독자가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들이 조금 더 크면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 인상 깊은 구절 >

P.8 내 직업은 지식소매상이었다.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발췌하고, 해석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지식소매상이 하는 일이다.

P.22 인디밴드 크라잉넛은 '진정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제멋대로 하면서 돈도 번다. 그래서 자기네가 행복하다고 침을 튀기며 자랑한다.

P.27 크라잉넛 멤버들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물질이나 지위, 사회 통념이나 타인의 시서, 어떤 이년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설계했다.

P.33 인생의 품격은 평범함이나 비범함과 상관없는 것이다. 내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게는 무엇인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었다. 인생을 어떤 색조로 꾸미고 싶다는 소망도 없었다. 그저 현실에 잘 적응했을 뿐이다.

P.37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존 스튜어트 밀

P.44 그들은 각자 자기의 나무를 오르고 있을 뿐이다. 나도 적당한 나무를 골라 오르면 된다. 그게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가 아니면 어떤가. 내게 맞고 오르는 것이 즐거운 나무라면 된것 아니겠는가.

P.48 생명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부모에게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재능을 안고 태어날지 누구도 선택할 수 없다. 사람은 모두 '던져진 존재'로 이 세상에 온다.

P.60 일을 잘하는 사람은 놀듯이 한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일이 놀이만큼이나 즐거울 수 있다. 정치투쟁, 글쓰기, 연극 연출 이 모든 것들이 카뮈에세는 일이자 놀이였다.

P.63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벌써 현실에 굴복하고 순응할 준비를 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게 기쁨을 주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써야 할 청춘의 시간을 다른 곳에 서버렸다.

P.89 내 삶에 대한 평가는 살아 있는 동안만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먼 훗날, 또는 긴 역사 속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헤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P.106 '하고 싶다'는 욕망보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끌려 사는 인생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나들이를 가는 것과 비슷했다.

P.154 글쓰기에도 재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연습과 훈련을 해야 한다.

P.154 글을 잘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나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 1부를 다섯 번 넘게 읽었다.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과 황석영 선생의 <장길산>도 여러 번 읽었다. 어휘가 풍부하고 문장이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베껴 쓰기 못지않게 어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다른 훈련법은 작은 수첩을 지니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메모하는 것이다.

P.156 글을 써서 내 생각과 내가 가진 정보를 남들과 나누는 행위 그 자체가 즐겁고 기쁘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놀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일이든 놀이든, 이것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내가 쓰는 글이 쓸모가 있어야 한다. 독자가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P.174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한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명 된다. 경쟁을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는 않는다.

P.212 만약 딸 아들에게 당사자가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하도록 강제한다면 그것은 자식을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자녀들의 인간적 존엄을 짓밟는 일이다.

P.216 아이를 사랑해주고 부모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양육의 핵심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가르치고 보여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까지 느끼고 이해한다. 부모의 꿈, 정서, 가치관 ,감정, 부모가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 이 모든 것이 아이의 뇌에 영향을 준다.

P.236 어쨌든 나는 글쓰기가 좋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 일 자체가 주는 기쁨과 만족감 때문이다. 무엇이든 쓰려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 느껴야 한다.

P.301 가족사를 탐색해보라. 당신의 내면이 휠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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