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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도쿄 - 순수한 열정으로 도쿄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김대범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뉴욕, 파리, 런던, 도쿄, 그리고 서울. 각 나라의 가장 크고 상징적인 도시들이다. 빌딩, 공원, 복잡한 거리, 학교, 상점들이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간다. 같은 장소, 도시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꿈을 꾸고 어떤 사람들은 별다른 변화도 이상(理想)도 없는 하루를 보낸다. 각자의 삶이 이렇게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 이 물음에 대한 얼마간의 답을 얻을 수 있다. 20인 도쿄는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도쿄에 사는 20명의 사람(人), 그리고 도쿄에 있는(in) 20개의 인생이라는 의미. 어차피 같은 뜻일까. 사람 그 자체가 인생이니까. 그리고 이 스무명은 분명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유학생, 사업가, 패션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 동경대 장학생. 도쿄에 사는 스무개의 인생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어쩌면 평범하지 않으려고 해가 조금 더 일찍 뜬다는 일본, 도쿄에 발을 디뎠을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해 본 사람들에게 이 책이 그저 조금씩 처한 사정이 다른 20인의 도쿄 생활기로 읽힐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보면 뭔가 더 구체적인 것이 보인다. 그것은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의 조각일 수도, 남아 있는 열정이라는 불꽃일수도 있다. 스스로 이 책에 등장하는 스무명만큼 열심히 살고 있냐는 근원적인 물음을 해본다. 왠지 도쿄에 가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핑계를 대고싶어진다. 2013년 난 서울에 있고 우리는 각자의 도시나 공간에서 삶을 채워나간다. 그것이 어떤 인생이든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일상을 보낸다. 지금의 내가 싫다, 평범하고 싶지 않다, 변하고 싶다고 외치는 젊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자. 도쿄도 좋고 베이징도 좋고 자신있다면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도 괜찮다. 솔직히 말해서 여건만 허락한다면, 아니 없는 여건 만들어 외국에 나가 여러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나이 들면 못하나니... 후회말고 일단 저지르는 자가 조금 더 스스로의 목표치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딘가로 가서 새출발을 하기에 앞서 목표를, 목적을 분명히 할 것을 노파심에서 당부한다.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하다못해 일본어라도 확실히 배우겠다는 목표라도 세우고 떠나야 한다. 쉬워보이는 이 일도 결코 만만치는 않지만.
< 인상 깊은 구절 >
P.40 꼭 스무 살에는 대학을 다녀야 된다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P.46 우리나라는 대체로 캐릭터의 생명이 그다지 길지 못한 편이예요. ..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조금 다르거든요.
P.60 일본은 아침이 바쁜 것 같아요. 그런데 독특한 건 바쁘면서도 되게 조용하다는 거죠. 다들 책을 보거나 노래도 크게 틀지 않고,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까요.
P.67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주변에서 나이 타령 많이 하잖아요. 나이가 몇 살인데 취업은 안 하고 여행이나 할 때냐고. 돈이나 벌라는 말, 제가 얼마나 많이 들은 줄 알아요? 참 막막한 게 진로 문제인 것 같아요
P.78 언어 하나를 잘 할 수 있다는 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거랑 똑같다고 말했어.
P.122 그래도 일본은 처음 온 이상은 다 똑같잖아? 누가 무슨 대학 나온 게 무슨 상관이겠냐? 어차피 똑같은 선상에 선 이상 누가 더 열심히 하냐가 제일이지.
P.127 매일 술만 마시고 놀기만 하는 친구들한테는 목표를 곡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 지금 생각하면 왜 내가 목표도 없이 살았는지 조금 후회는 되지만, 정말 그 후회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P.136 실력 없으면 정말 뭘 해도 안 되는 나라가 일본이니까. 오죽하면 머리 감겨주는 걸로도 몇 천 엔씩 받겠냐. 그만큼 전문적으로 해서 그런 거야. 난 이런 시스템을 배워 가고 싶어 정말
P.145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만둔 게 무모한 짓은 아니었을까?'하는 두려움에 힘들어지기도 한다지만, 그 무모한 짓이 때로는 나무를 더 크게 만들어주는 비가 될 수도 있다.
P.158 아무래도 역시 독서를 많이 하고, 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말씀을 많이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 성공한 분들이 쓴 자서전들을 봐도 그 분들 역시 대부분 독서와 경험자의 조언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거든요.
P.168 일단 학교랑 전공 선택할 때 자기랑 맞는 교수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찾아보고 교수가 아는 부분을 공략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P.187 안그래도 얼마 전에 한국 잠시 들어가서 친구들한테 얘기했거든, 애들한테 짐 싸라고 했어. 한국에서 놀면 뭐하냐. 지금 노는 애들 많거든.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하나 일본에서 아르바이트 하나, 결국 버는 거랑 쓰는게 비슷한 건 마찬가지않아. 그럴 바에야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는 게 100배 낫지!
P.213 사업하면서 느낀 건 일본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거였어요. 일본인들은 사람 관계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확인하더라고요. 꾸준히 믿음이 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는 거예요.
P.216 저는 20대 초반 친구들이 1년 동안 100만엔 모으는 거보다는, 차라리 어학교를 열심히 다니면서 평생 끌 수 있는 언어를 제대로 익혀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걸로 나중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편이 돈을 버는데도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요
P.217 음식문화라는 게 살아가는데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정말 이 음식문화는 괜찮은 아이템인 것 같아요. 일본에서 한국 갈비를 먹고, '아, 좋다~.' 하면서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면 얼마나 좋은 거예요. 정말 애국하는 거죠. 한국의 맛도 세계에 알리고, 저도 장사 잘 돼서 족고. 일석이조죠.
P.244 한국에서만 계속 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한국'을 일본에서 많이 봤다는 게 저한테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북한에 대한 뉴스를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됐다는 점이라던가....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 것 같더라구요
P.274 일본에서는 싼 신발을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신발마다 프라이드가 강해서요. 그래서 더 일본 사람들이 도리어 신발에 대한 수집욕이 강한 것 같기도 해요.
P.284 사우디에서는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더라도 정부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줘. 24만 엔 정도씩은 주니까 여기서 집게 내고 공부할 수 있는 거지. 아마 그런 장학금이 없었으면 일본 오지도 못했을 거야. 정말 기회가 좋아서 오게 된 거지.
P.299 외국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싹 다 얻어가지고 내 나라에 좀 더 깊게 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