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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의 생일에 학교로 비싼 수제 케이크를 보냈다. 아들은 무척 즐거워했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무척 부러워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뒤 종종 이런 부모들을 본다. 그런데 난 이 일이 무척 불편했다. 아들은 집에 와서 케익이 맛있었다며(앵그리 버드 케익이라고 했다) 다음에 꼭 사달라고 조른다. 나는 약간의 분노까지 느꼈다. 왜? 비슷한 일은 종종 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들이 학교 수업으로 스케이트 타는 곳에 따라가서 음료수를 돌렸다고 한다. 아들이 또 말한다. "엄마도 한번 오면 안돼?" 한참 동안 이 일은 내게 숙제 같은 기분을 던져주었다. 도대체 정체모를 이 기분 나쁨은 무엇인가.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알겠지만 왜 이리 나는 마음이 불편한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말이다.
<아는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읽고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그동안의 나의 고민과 깊이 생각했던 일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었다. 학교에 가서 아이의 생일이라고 케익까지 사 들고 가는 엄마는 어떤 문제가 있는것일까. 일단 이런 행동은 '외로움'에서 비롯된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것이다. 도대체 자신의 무엇을? 돈이 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음과 아이에 대한 자신의 세심한 배려에 대해 칭찬을 받고 싶고 과시하려는 욕구가 아닐까? 본인은 굉장한 기쁨을 얻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엄마에 대해서는 굉장한 폭력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 자신의 아이에게 절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없거나 형편이 좋지 못한 다른 아이들의 동심에 상처를 준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극단적 이기주의다.
"그들은 오로지 완벽한 부르주아가 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아이들을 사회에 맞도록 준비시킬 때 그들은 전쟁, 갈등, 잔인성을 지속시킨다. 당신은 그것을 보살핌과 사랑이라고 부르는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의지한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고독을 이겨내고 강해져야 한다.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의 힘이 없어도 스스로 자유롭고 고독을 즐길 마음의 근력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변 사람들이 주말에 교회로 사찰로 가는 것을 보며 나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결국 아무도 나를 가르쳐주거나 내가 기댈 곳은 없다. 어차피 혼자 헤쳐나가야만 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말한다. 증오 없이, 질투 없이, 분노 없이, 그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바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고, 비난 없이, 비교 없이 사랑하는 것.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남편과 아내를 사랑한다면 갈등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심리적인 부족함은 부부 사이의 관계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높은 이혼율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가족의 해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내 자신이, 개인이 안고 있다. 그리고 문제해결도 스스로 할 수 있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바깥에서 누군가 나를 변화시켜주거나 어떤 이론이나 종교에 기대는 것의 허망함에 대해 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 혁명이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기댈 것은 나 자신뿐이다. 오늘 당장 바뀌어야만 나의 변화는 비로서 시작되는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8 미숙함은 자신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19 달구지에서 비행기에 이르는 외적 발전은 있었으나 심리적으로 개인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전세계의 사회구조는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P. 26 밖에서 부과된 질서는 언제나 무질서를 낳는다.
P.37 자신을 이해하려면 상당한 겸손이 필요하다. 만일 "난 나 자신을 알고 있다"라고 말함으로써 출발한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에 대해 배우기를 멈춘 것이다.
P.42 어떤 사실을 이해하려면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것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P.47 마음이 조작나지 않았을 때에만 당신은 자신의 전체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체성 속에서 보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P.54 쾌락을 추구하는 마음은 반드시 그것의 그림자인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추구하자는 예기다. 우리가 아무리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려 한다고 해도, 그 둘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다.
P.79 나는 누구에게도 "폭력적이지 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치 않는 한.
P.81 당신이 스스로를 신념, 국적, 전통에 따라 분리하고자 할 때, 그것은 폭력을 키운다. 따라서 폭력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나라, 어떤 종교, 어떤 정당이나 편파적 조직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는 인류에 대한 전적인 이해에 관심이 있다.
P.91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이미지 형성, 방어 매커니즘에 근거하고 있다.
P.95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과시하려는 충동이 있다. 마음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때 가난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것이 된다. 우리는 내적으로 가난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아루넌 요구나 욕망이 없기 때문이다.
P.100 만일 당신이 자신을 다른 것 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될 것이다.
P.102 뭔가 즐더운 일을 할 때 거기엔 아무 노력도 필요없다. 그러나 쾌락은 고통을 가져오고 그래서 고통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그것은 또한 에너지 낭비다.
P.108 당신은 기억으로 가득하고, 제약투성이이며, 어제의 투덜거림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결코 고독하지 않다. 즉 당신의 마음은 그동안 그것이 축적해 온 쓰레기들을 깨끗이 비우지 않은 것이다. 고독하려면 과거에 대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만 한다.
P.110 모든 것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고독이면, 고독한 마음은 순진할 뿐만 아니라 젊으며, 나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어떤 나이에서든 젊고 천진하다.
P.120 하루하루 마치 그것이 새로운 아름다움인 양 완벽하게 살려면 어제의 모든 것은 죽어야 한다.
P.122 죽음이 있을 때 거기엔 완전한 새로운 어떤 것이 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곧 죽음이며, 그러면 당신은 살고 있는 것이다.
P.130 부모들은 오로지 완벽한 부르주아가 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아이들을 사회에 맞도록 준비시킬 때 그들은 전쟁, 갈등, 잔인성을 지속시킨다. 당신은 그것을 보살핌과 사랑이라고 부르는가?
P.132 당신이 아이들을 사회에 맞도록 준비시킬 때, 당신은 그들이 죽임을 당하도록 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P.140 만일 당신의 눈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아면, 당신은 황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연과의 접촉을 잃었다. 문명은 점점 대도시를 향해 가고 있다.
P.147 문제가 생겨났을 때 그것을 즉각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그것이 우리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