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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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소개된 글을 읽었다. 선입견이 있어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이미지는 '차도녀'였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사진. 가장 잘 알려진 그녀의 사진을 보면 완전 '차도녀'! 마치 발레리나 같은 머리 모양과 도도한 표정이 압권이다. 그리고 상당한 미인이다. 또 한가지, 비록 책이나 영화는 못 봤지만 대표작인 <냉정과 열정 사이> 때문에 작가의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일단 책 제목에도 '냉정'이 나오고 영화 여주인공은 정말 '차도녀' 그 자체 이미지인 배우 '진혜림'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엉뚱한 착각은 이 책의 첫장을 넘긴 순간 10리 밖으로 달아났다. 전철에서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으면서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알고보니 에쿠니 가오리는 정말 사랑스러운 작가였다. 왜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았을까. 상황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오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놀라기도 한다.

 

작가의 일상을 몰래 엿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녀는 목욕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2시간의 목욕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주식은 과일이고 손으로 원고를 쓴다. TV와 라디오는 취급하지 않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상당한 계절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글자에 대한 집착, 예를 들면 어떤 단어를 봤을 때 특이하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한참 생각한다. '왜 저런 이름이나 표현을 썼을까?' 하고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한마디로 개성이 넘치는 사람이다. 왜 사람들이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되었는지 이 한권의 책만 봐도 알 수 있다.

 

동화를 쓴 적이 있다더니 동화 작가 워크숍에 참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유명한 소설가가 동화 작가를 지망한다니 신선하면서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글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한다. 차도녀는 무슨. 큰 오해를 한 것 같다. 독특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개성 만점의 작가다. 유난히 추운 겨울 좋은 작가를 발견하게 된 기쁨에 가벼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냉정과 열정 사이>와 <도쿄 타워> 그리고 그녀의 다른 유명한 에세이를 올해 꼭 읽어볼 계획이다.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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