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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지(知)의 화신'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적 생산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치바나 다카시 식 정보 수집과 입력, 출력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좀 맥빠지게 서두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이런 주제에 보편적인 일반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의 방법론이 있으며 이는 인간이 개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이 책에 나오는 방법은 다치바나 개인의 방법이니 참고하면 되고 결국 각자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심지어 저자 자신도 아직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자료 정리에 골치라면 신문정보, 잡지 정보의 정리에 대한 장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정보검색과 컴퓨터에 대해서도 한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으며 책 구매 방법, 인터뷰 방법에 대해서도 나온다. 이는 모두 다치바나의 방식이니 독자 자신에 맞게 응용하면 된다. 일단 저자와 우리가 다루는 정보의 양은 현격히 차이가 난다. 그는 '프로중의 프로'다. 뱁새가 황소 따라 가려다 가랑이 찢어질 필요는 없다. 그러다보니 이 부분의 내용은 좀 지루하게 읽다가 중반 이후에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나왔다. 바로 입력과 출력에 대한 부분이다.
앞부분에서 자료 정리나 취득 방법 등 입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3분의 2정도부터 출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저자는 이 책을 처음 구상할 때 '입력과 출력 사이'라는 주제로만 쓸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입력과 출력 사이가 도대체 뭘까? 바로 무의식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 무의식에 대해 블랙박스라고 표현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무의식중에 진척되는 지적 작업이 상당히 중요한데 이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지적 생산에 관하여 씌어지는 책의 대부분은 입력과 출력의 기술에 대해서만 논하고 '사이'에 관해서는 씌어진 것이 거의 없다. 요즘은 뇌과학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부분은 이 사이와 깊은 관련이 있어보인다. 이러한 내적 프로세스는 너무나 개성적이기 때문에 일반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의식의 능력에 대해서는 다음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하자. 기억에만 의지해 국어사전을 만든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볼 만한 사전이 나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당장 펴보라. 아마도 대부분의 내용은 이해할 것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 증진의 요체는 무의식의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지 어떤 의식적인 잔재주를 익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읽고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아 뜨끔했다. 외워서 시험을 치는 교육이 왜 그리 덧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럼 결국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책에서의 출력은 궁극적으로 글쓰기를 의미한다.)
"가능한 한 양질의 입력을 가능한 한 다량으로 해주어야 한다. 이외의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이외의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 좋은 문장은 즐기면서 읽는 것이 최고다. 즐기는 심경이 무의식층에 가장 가까운 상태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고 요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며 그 일 자체가 '미치도록 즐거워야' 한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미치도록 즐거운 사람은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꽤 희망적이지 않는가? 지(知)의 거장의 말과 무의식의 힘을 믿어보자. 지식의 단련법은 결국 '즐겁게 공부하는 법'에 다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