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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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이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젊은 시절 (아직도 젊기는 하다) 내 불안의 실체에 대해 이제서야 고민해본다. 난 뭐가 그리 불안하고 두렵고 괴로웠나. 결국 남과 나를 비교 하면서 한없는 자기비하를 반복했을 것이다. 능력없는 젊음은 서럽다.

불안의 원인은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다. 나의 젊은날의 불안은 '기대'라는 요인이 컸다.

 

"쾌적한 집에 살면 편안한 일자리로 출퇴근한다 해도 경솔하게 동창회에 나갔다가 옛 친구 몇 명(이들보다 더 강력한 준거집단은 없다)이 아주 매력적인 일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우리 집보다 더 큰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왜 이리 불행하냐는 생각에 시달려 정신을 못 가누기 십상일 것이다."

 

이 말에 열렬한 동감을 보낸다. 우리는 모든 상대를 질투하는 것은 다행히(?) 아니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친구들의 성공이다라는 말에서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간의 본성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우리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수모를 당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살아보니 맞는말이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다. 적은 것을 기대하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멋진 진실.

 

대한민국의 입시 광풍과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도 알고보면 좋은 직업을 위한 열망의 표현이다.

"다른 무엇보다 일을 기준으로 남들이 우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느냐 하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우리를 대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것은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맨 처음에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좋은 직업을 못가지면 불안하다. 하지만 더 슬프게도 좋은 직업을 가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운과 영감의 변덕에 좌우되고 있으니. 그래서 우리는 또 불안하다.

 

그럼 해법은? 우리의 이런 불안을 종식시켜줄 해법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줄어들수록 더 낫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만남이 많다. 단지 즐기기 위한 자리도 좋지만 내게 남는 것이 있을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술은 어떻게 우리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까? "예술작품은 세상을 더 진실하게, 더 현명하게. 더 똑똑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소설, 그림, 희극 등이 단지 예술 작품만은 아니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위대한 예술은 그 시대를 품고 있다.

 

지위와 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것은 돈을 버는 것은 실제로 종종 인격적인 미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따뜻한 리더쉽이 더 인기있지 않을까? 그리고 부에 대한 개념에 대해 현대를 사는 우리는 풍요롭기는 하지만 너무 큰 선망과 갈망 때문에 도리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진정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끊임없는 물질적 만족은 분명 아니다. 우리는 러스킨처럼 '친절, 호기심, 감수성, 겸손, 경건, 지성"에 대해 목말라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라는 러스킨의 말은 자신이 누군인지도 모른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훈이다.

 

마지막 해법은 보헤미안이다. 우리가 잘 아는 <월든>의 저자 헨리 소로우가 가장 유명한 보헤미안이다. "그의 목표는 외적으로는 평범하지만 내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었으며, 이를 통해 부르주아지에게 물질적으로는 빈약하더라도 심리적으로는 풍족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중명하는 것이었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느냐 아니냐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도대체 사회적 성공이란 무엇일까. 한국에서도 성공의 개념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 짧은 기간 급속하게 발전해 온 후유증 중의 하나다. 한국 사회는 불안하다. 우리의 불안은 이 책에서 말하는 불안과 그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다.

"삶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하나 이상의 길, 판사나 약사의 길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성공의 길은 절대 하나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가 인정 받을 때 우리는 더 성숙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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