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인들은 특정 분야에서 천하 제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삶 자체를 바치는 자세를 가진다" 고 <지금도 일본은 있다> 의 저자 서현섭은 책에 쓰고 있다. 확실히 일본에는 한가지 일에 대단한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 많으며 이 책의 저자인 마쓰오카 세이고는 그 대표주자일듯 하다. <센야센사쓰>. 마쓰오카 세이고가 온라인에 매일 밤 한 권씩 독서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프로젝트다. 1,000권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이미 초과 달성되어 전7권의 방대한 저서로 출간되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라 한다. 이 정도면 모두가 인정하는 독서의 달인이 아닐까.

저자는 책을 반드시 두 번 읽는다. 한번 읽었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내용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전에는 못 느꼈던 그 책의 좋은 점이 다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독보다 좋은 책을 10번 읽는 것이 좋다고까지 말한다. 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이 읽으면 그 좋은 책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좋다는 의미일것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냐는 질문에 가능한 한 잠을 자려 하지 않고 지금도 1년에 300일 정도는 새벽 3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뭔가를 읽든지, 뭔가를 쓴다고 한다. 이런 특별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저자가 독서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독서라고 하면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읽기 전 만나는 책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사실은 독사하는 행위에 포함되며 도서관이나 서점은 그 공간 자체가 이미 독서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분위기, 책을 넘기는 행위, 가득히 나열된 책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에 서 있은 것 등 모든 것이 독서다.

저자와 독자가 더 자주 만나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쓰거나 읽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이다. 저자가 송신자이고 독자가 수신자가 아니라 집필도 독서도 쌍방향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으로 보는 것이다.

독서의 다양한 느낌을 익히라는 내용도 재미있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 의견에 반대한다. 오히려 어떤식으로든 다른 일과 독서를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세련된 커피솝에서 카페라떼 한잔을 앞에 두고 읽는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역시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만은 아니다. 독서(讀書)는 독서(獨書)가 아닌것이다.

많은 저자들과 작가들이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그 책과 작품을 쓰고 있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많은 글쓰기 책에서 어떤 분야에 대해 책을 쓰면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한다. '도움이 되는 독서'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은 마치 '도움이 되는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모두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독서에 대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말해준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취하는 정보는 한 부분이나 대상만 인출하는 핀포인트 검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식의 구조'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실 인터넷에는 알짜 정보가 없다고 하는 말과 통할 수 있다. 있어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단편적인 지식을 과연 '지(知)'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일관되게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이 전해주는 형언하기 어려운 많은 감정은 구글 검색처럼 뚝딱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독서의 의미에 대해 한단계 더 진화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많이 읽지만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읽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독서에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18 책이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 온 미디어

p. 21 독서를 '대단한 행위'라든가 '숭고한 작업'이라는 식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일상에서 하는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p. 25 책은 두 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입니다.

p. 43 계절감, 관습, 꽃 색깔, 계절 언어나 노래 가사에 관해서도 아주 상세히 알고 계셨지요.

p. 47 언제가 책을 받으면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것은 마치 '초여름이면 나팔꽃이 피고' '꽈리가 나는 계절에는 집에서 꽈리를 보내 준다'는 것과 비슷한, 뭐랄까 어머니가 사 주는 책이 저의 계절감을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 54 시코쿠로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입니다. 우코우 연락선을 타고 바라본 세토 내해의 시와쿠 제도가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는데, 인간이 이런 아름다움에 감동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습니다.

p. 81 독서에 흥미를 가지려면 책의 구조나 북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p. 87 개인 전집에서는 한 명의 저자가 다양한 투구 유형과 구종을 보여 줍니다. 따라서 그 어떤 책을 읽을 때보다 구조적인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즉, 한 면의 저자, 사상가, 학자, 작가가 쓴 전집을 읽고 나면 그 어떤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밀도' '집중력' '언어력' '사고력'이 매핑됩니다.

p. 99 폴 발레리 식으로 말하자면 도거를 하면서 '천둥소리 한방을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지요.

p.114 이렇게 책을 읽기 전 만나는 책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사실은 이미 독서하는 행위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도서관이나 서점은 그 공간 자체가 이미 독서하는 행위입니다.

p. 121 저자라는 사람은 자신감 넘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히 조심조심하면 '문장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p. 131 저자와 독자 혹은 출판사와 저자와 독자와 서점이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지나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가까워지는 데에서 더 나아가 겹쳐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p. 132 저자나 편집자는 '글쓰기 모델'을 어떻게든 '읽기 모델'로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책입니다.

p. 138 편집 공학이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정보 편집의 모든 것을 다루는 연구 개발 분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미디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p. 170 비슷한 내용의 책들은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며, 이것이 본래의 속독술입니다.

p. 171 책은 여러 가지 독서 방법으로 읽어야 합니다. 즉, 평범안 독서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p. 186 독서는 '모르기 때문에 읽는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p. 210 저는 <잊혀진 일본인>, 오리구치의 <고대 연구>, 그리고 쓰나노의 <일본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이 세권의 키 북이 있으면 일본 사회나 일본 문화에 관한 역사적 세계관의 많은 것들을 열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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