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조정래 선생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하고 <황홀한 글 감옥>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선입견이란 무서워서 대하소설을 쓰는 선생의 이미지는 딱딱할 것이다였다. 하지만 글의 형식과 선생이 쓴 문체가 독자와 대화를 하는 듯이 씌어 있어서 읽는 내내 무거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도리어 작가의 유머감각이 곳곳에 드러나 있어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예전에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을 때도 글쓰기에 대한 책이니 재미는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고 읽었다가 반전을 경험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 곁들여진 자전적인 내용이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조정래 선생의 책도 마찬가지로 선생의 자전적인 내용이 들어 있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흥미와 재미도 넘쳐났다. 아니, <유혹하는 글쓰기>보다 더 유쾌함을 느꼈다. 스티븐 킹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가가 친한 동네 할아버지, 자상하신 대학교 지도 교수님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을 읽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평소에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주로 실용서를 많이 읽고 있다. 일본의 탐사보도 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 다치바나 선생도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나도 소설은 시간 남을 때 읽는 심심풀이용이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에 열광했다. 마치 거장이 나와 같은 생각을 것을 나와 거장의 생각 수준이 같다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하지만 이번에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어리석은지 깨달았다.

 

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평균 정도도 모른다.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 자신이 한참 부끄러워진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미 일본은 물론 한국의 역사나 일본의 한국 침략에 대해서도 분명히 비판하는 등 역사를 비롯한 다방면의 전문가다. 지의 총체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그러니 소설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난 뭔가. 역사의 자도 모르는 무식한 내가 소설은 안 읽어요. 이러고 다니면 그것보다 창피한 일도 없다는 것을 <황홀한 글 감옥>을 읽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평소에 관심사인 한국과 일본 관계에 대해 연구하면서 (나 홀로 연구라 깊이는 없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자료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학술 자료라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리랑> 같은 훌륭한 작품이 있는데 난 왜 소설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우둔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아리랑> 책을 봤다. 전집이 다 있는 것은 아니자만 아마 친정에서 가져 온 듯 하다. 역사광인 어머니와 오빠 둘 중 한 명이 산 책일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아리랑>을 꼭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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