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쓸 만한 인생
윤혜연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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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다 보면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어진다는 말을 보고 마음이 먼저 멈췄다.
나는 전화할 엄마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더 읽고 싶었다.
전화할 수 없어서 피하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이제는 마음껏 엄마를 그리워하고 싶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
머리말부터 마음이 울컥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 어린 시절과 엄마의 얼굴이 자꾸 겹쳐졌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해서 개근상은 못 받아도 글짓기상은 자주 받아오던 나에게 엄마는 나중에 작가가 되려나 하고 말해주었다.
그때는 그냥 지나가는 응원처럼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내가 나보다 먼저 글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
엄마가 떠난 뒤에야 알게 된 것도 있다.
내가 어릴 적 쓴 글들이 실린 학급문고들을 엄마가 한곳에 그득하게 모아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잊고 살았던 어린 날의 글들을 엄마는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 엄마에게 나는 늘 부족한 딸이었을까 걱정했는데, 어쩌면 엄마에게 나는 오래전부터 자랑스러운 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인생이 꼭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귀하고, 상처가 많아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세이다.
대단한 성공담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삶을 꾸며서 말하지 않고, 지나온 시간의 아픔과 웃음과 가족에 대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어서 더 깊게 와닿았다.
​
나는 딸이기도 하고, 딸과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해서 이 책 속 여러 장면에 자주 멈췄다.
엄마를 떠올릴 때는 딸의 마음으로 울었고, 자식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엄마의 마음으로 읽었다.
특히 둘째고모 이야기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
우리 엄마도 내게 맛있는 것 먼저 먹고, 좋은 것 먼저 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라고 자주 말해주었다.
그때는 그냥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떠난 뒤에야 그 말이 얼마나 간절한 사랑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
어릴 적 큰집에 가면 내가 가장 좋아하던 삼색전을 눈치 보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엄마는 내가 성인이 된 뒤에도 대구 집에 갈 때면 아무 날도 아닌데 삼색전을 구워두고 실컷 먹으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해주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건 엄마가 내게 주던 사랑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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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먼저 놓아둔 접시였고, 눈치 보지 말고 먹으라는 마음이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의 조용한 응원이었다.
​
마흔하나가 된 지금에서야 나는 나를 찾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책임자로 일하며 남들 보기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정작 내 안의 나는 자주 뒤로 밀려 있었다.
​
엄마가 갑자기 떠나고, 긴 시간 붙잡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내 목소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는 내가 이렇게 살게 될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되려나 하던 그 말이 지금 와서 자꾸 나를 일으킨다.
​
나는 꿈을 믿는 편이다.
엄마가 떠난 뒤 한 번만 꿈에 나와달라고 매일 빌었다.
그리고 딱 3주가 되던 날 꿈에서 엄마를 만났다.
우리 식구들이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함께 걷고 있었고, 길고 긴 나무다리 앞에서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꿈은 엄마가 이제 먼 길을 떠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꿈에서 깬 뒤 나는 통곡하며 울었다.
엄마가 더 보고 싶었는데 이제 정말 가버리는 것 같아서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꿈이 다시 떠올랐다. 엄마와 나 사이에 남은 말들, 끝내 하지 못한 사과, 마지막이 다툼이었다는 미안함,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를 붙잡지 못했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
나는 엄마를 잃고 3일 내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마음껏 우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너무 그리워하면 더 무너질까 봐, 너무 울면 다시 못 일어날까 봐 마음 한쪽에 꾹 눌러두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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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내게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해도 되고, 그리우면 그리워해도 되고, 늦게라도 엄마의 사랑을 다시 알아차려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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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들은 언니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했다.
다정하지만 흐릿하지 않았고, 현실적이지만 차갑지 않았다.
살아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말들이라 더 깊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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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누군가의 딸로 남아 있는 일,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 여자로 살아가는 일, 나이 들어도 다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일이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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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많이 울었고, 웃기도 했고, 자주 멈췄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엄마를 잊어서가 아니라, 엄마를 더 사랑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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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오래 말을 걸었다.
엄마, 나 이제 조금씩 나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알아봐 준 글 쓰는 마음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엄마가 남겨준 사랑을 이제야 더 잘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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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하고 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엄마가 그리운 사람에게도,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 나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도 오래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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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엄마가 믿어준 만큼 아직은 충분히 제법 쓸 만하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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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2 ㅣ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2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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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에세이책을 몇 권 자가출간한 적이 있다 보니 언젠가 소설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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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어떻게 사는지, 소설을 쓰는 일은 어떤 마음과 현실을 견뎌야 하는 일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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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본 책이지만 정식 책으로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손에 잡히는 책의 무게와 구성, 중간중간 들어간 덧붙임 글까지 더해지니 한 사람의 직업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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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문학, 영감, 재능, 낭만 같은 단어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을 아주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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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야기, 공모전 이야기, 출판계 이야기,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 AI를 둘러싼 글쓰기 문제까지 다룬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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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소설가를 동경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차가움이 믿음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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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만 해주는 책보다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 오래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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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부분은 문장이 직설적이라는 점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애써 근사하게 꾸미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딱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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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특유의 유머와 덧붙임 글이 있어서 읽다가 피식 웃게 되는 순간도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현실적인 농담이 들어오니 무겁기만 한 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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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직업을 말하지만, 결국에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와 버티는 힘에 대해 말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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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사용한 원고와 판독기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라 더 공감이 갔다.
글을 쓴다는 일은 이제 단순히 머릿속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는 방식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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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글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작가의 고유한 목소리를 흐릴 수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한 번쯤 멈춰 서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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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에서는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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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학창시절에는 글짓기 상장을 많이 받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과 글에서 멀어졌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책임자로 일하며 매일 바쁘고 지쳤고, 책을 읽을 여유조차 잃어버렸다. 그러다 3년 전 갑작스럽게 엄마를 떠나보낸 뒤 삶이 무너졌다.
이후 오래 다닌 병원을 퇴사했고, 그때부터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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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꼭 좋은 글을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고통은 사람을 멈춰 세우고 다른 방향을 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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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소설가가 되는 일은 단순히 상상력이 많거나 글재주가 있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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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쓰고, 버티고, 실패하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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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10년 노력이 아깝지 않은 일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오래 생각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일들이 있다. 그래도 그 부족함을 알면서 계속 붙드는 사람이 결국 자기 일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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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소설가 안내서라기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읽혔다.
소설가의 삶을 동경하게 만들기보다, 정말 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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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책이다.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한 가지 일을 오래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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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노동에 가까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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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를 속이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은 일, 내가 읽은 것, 내가 오래 품고 있는 질문들이 언젠가 문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작은 가능성을 남겨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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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권지은 지음 / 부크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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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유난히 듣고 싶은 말이 생기는 날이 있다.
괜찮다는 말보다 먼저 알아봐 주는 말이 필요하고, 힘내라는 말보다 그동안 많이 애썼다는 말이 먼저 닿아야 하는 날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조용히 곁에 앉아주는 책이다.
​
무너진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않고, 울고 싶은 마음을 서둘러 닦아내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봐 주며, 잘하고 있다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너무 늦은 것도 너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
표지에 놓인 복숭아를 보며 마음도 참 복숭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작은 말 하나에 쉽게 멍이 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은 오래 물러져 있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그걸 예민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마음에도 이유가 있고, 오래 서운했던 마음에도 그만한 시간이 있었음을 다정하게 짚어준다.
​
읽는 동안 가장 크게 남은 건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말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나도 많은 순간 괜찮은 척을 먼저 했다.
속으로는 힘들었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했고, 서운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누구보다 내 편이 필요했으면서도 혼자 버티는 쪽을 택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거창한 조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 많이 애썼다는 말, 여러 일 사이에서 잘 버텨 줘서 고맙다는 말, 앞으로도 변함없이 응원한다는 말이 필요했던 것이다.
​
사랑에 대한 문장들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랑은 늘 예쁘고 환한 모습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후회가 남고, 때로는 미련이 남고, 때로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사랑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계산 없이 마음을 내어준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관계에 있어 최선을 다해 본 사람이 후회가 적다는 문장을 읽으며, 오래 길게 아프더라도 마음을 다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덜 미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위로가 과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너무 쉽게 던지지 않고, 먼저 아팠던 시간을 인정해 준다.
모든 건 결국 다 변한다는 말도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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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회복하지 못할 것 같은 이별도, 죽도록 힘들었던 날도, 살다 보면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지나간다는 걸 조용히 알려준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
지금 당장 괜찮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 마음도 조금은 다른 얼굴을 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
책 속에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식물이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듯, 사람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 특히 좋았다.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곳에서 끝까지 인정받으려 애쓰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닳게 한다.
​
충분히 애쓴 나의 노력과 마음을 귀하게 받아들여 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를 계속 작아지게 만드는 자리에서 버틸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
읽다 보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 같기도 하고, 결국 나 자신에게 보내는 답장 같기도 하다.
다정한 문장들이 많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상처와 후회와 외로움을 지나온 사람이 건네는 말이라 더 천천히 마음에 스며든다.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게 되고, 어느 문장 앞에서는 오래 멈추게 된다.
그 멈춤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
책을 덮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애썼다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간까지 내가 알아봐 주면, 그 마음도 조금은 덜 외로울 것 같았다.
​
이 책은 지친 마음에게 필요한 에세이 도서다.
관계에 마음이 다친 사람, 혼자 애쓰느라 지친 사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오래 서 있던 사람, 괜찮은 척하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에세이다.
​
읽고 나면 큰 해답을 얻었다기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버틸 수 있는 말을 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마음이 소란한 날마다 다시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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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퀘렌시아
온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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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표지의 차분한 색감부터 마음이 조용해졌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이 책은 바쁘게 읽고 넘기는 소설이 아니라, 잠시 멈춰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퀘렌시아라는 말이 주는 느낌도 좋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어쩌면 내가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던 마음의 쉼터가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청연재에 가보고 싶어졌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고, 마음공부를 배우고, 현묘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읽는 동안 계속 그런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천천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이야기를 읽는 느낌보다 조용한 상담을 받는 기분에 가까웠다.
​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어떤 문장은 뜨끔했고, 어떤 문장은 오래 붙잡고 싶을 만큼 다정했다.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싶었고, 실제로 읽다가 멈춰서 같은 문장을 몇 번씩 다시 읽게 되었다. 그냥 좋은 문장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내 마음에 필요한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괜찮은 척하고 지나온 마음, 설명하지 못해 덮어 둔 감정, 나도 모르게 참아 온 울음 같은 것들이 문장 사이에서 조용히 건드려졌다.
​
이 책은 삶의 고통을 거창하게 해결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고통은 끝내 정확히 설명되지 않고, 어떤 질문은 대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래서 더 위로가 되었다.
​
우리는 늘 답을 찾아야 하고, 괜찮아져야 하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꼭 지금 모든 것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울어도 된다고.
감정은 억지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
나는 특히 현묘라는 인물이 좋았다.
누군가를 다그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상대가 자기 마음을 볼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도 현묘에게 상담받고 싶어졌다.
내 마음속에 엉켜 있던 말들을 꺼내 놓으면, 현묘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들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말로 내가 놓치고 있던 마음의 방향을 보여줄 것만 같았다.
​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위로가 억지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내라는 말보다 마음껏 울어도 된다는 말이 더 깊게 닿을 때가 있다.
빨리 괜찮아지라는 말보다 아직 아파도 된다는 말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방식으로 다가왔다.
아픈 사람에게 빨리 걸으라고 하지 않고, 잠시 앉아 숨을 고르라고 말해 주는 책이었다.
​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퀘렌시아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어디에서 가장 편안했는지,
누구 앞에서 가장 나다웠는지,
어떤 순간에 숨을 쉬었다고 느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 장소가 꼭 바깥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쉼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마음이 지친 사람에게 잘 맞는 소설이다.
큰 사건과 빠른 전개를 기대한다면 잔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문장 속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책이다.
​
나처럼 책을 읽다가 자주 멈추고, 밑줄 긋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는 독자라면 더 깊게 닿을 것 같다.
​
읽고 나니 마음이 조금 조용해졌다.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을 조금 덜 몰아붙이게 되었다.
상처를 없애려고만 하지 않고, 그 상처와 함께 앉아 있는 법을 배운 기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해 준 책으로 남았다.
청연재라는 공간도, 현묘의 말들도, 퀘렌시아라는 단어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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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타임 ㅣ 몸쓰기 시리즈 7
김강윤 지음 / 라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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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그냥 보는 바다가 아니라 직접 몸을 담그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수영을 좋아하고 잠수해서 전복도 잡을 수 있을 만큼 물속에 들어가는 감각을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된 수영을 배운 적은 없다.
그래서 늘 마음 한쪽에는 스쿠버다이빙을 꼭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
바닷속에서 보는 풍경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조금은 알고 있기에 이 책을 더 궁금한 마음으로 펼치게 되었다.
​
처음에는 다이빙에 관한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스쿠버다이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었다.
​
물속에 들어가는 사람의 마음과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삶을 어떻게 다시 보게 만드는지를 들려주는 책이었다.
​
작가는 소방관이자 스쿠버다이빙을 오래 사랑해 온 사람이다.
그래서 글에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의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묵직한 진심이 담겨 있다.
​
바다는 멀리서 보면 잔잔해 보인다.
하지만 직접 들어가 보면 수면과 수중은 다르고 얕은 곳과 깊은 곳도 다르다.
​
보이는 풍경보다 보이지 않는 흐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곳이 바다다.
이 책은 그 바다의 성질을 삶과 자연스럽게 이어낸다.
​
살다 보면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여도 마음 안쪽에서는 조용한 파도가 계속 출렁일 때가 있다.
​
괜찮은 척해도 사실은 숨이 가쁠 때가 있고,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계속 버티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이 책은 무작정 힘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숨을 고르고, 몸에 힘을 빼고, 지금 있는 자리를 먼저 느껴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내가 가장 오래 붙잡은 부분은 다이빙의 느림이었다.
​
나는 뭐든 빨리 해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었다.
일도 빨리 익혀야 했고, 병원에서 오래 일할 때도 책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늘 긴장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렸고, 퇴사하고 나서야 내가 정말 숨 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느림이 더 깊게 들어왔다.
​
물속에서는 서두를수록 공기를 빨리 쓰고 몸이 먼저 지친다.
​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려고 힘을 꽉 주면 오히려 나를 지키는 힘부터 사라진다.
​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몰아붙일 때, 필요한 건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더 안정된 호흡일지도 모른다.
​
작가는 바닷속에서 기다림을 배웠고, 멈춤을 배웠고, 천천히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
그 말이 참 좋았다.
다이빙은 아래로 내려가는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다시 올라오는 일이다.
삶도 가끔은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둡고 낯설고 무서운 시간 속에 머물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호흡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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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바다를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아서다.
물속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감동적인 풍경 뒤에는 안전과 훈련과 기다림이 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믿음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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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고, 제대로 배우고 천천히 익혀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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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쿠버다이빙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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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멋진 바닷속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어떻게 내 몸을 믿어야 하는지를 배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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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그림 같은 풍경을 보는 감동은 분명 크다.
하지만 그 풍경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내려놓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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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좋고, 아직 다이빙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좋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속의 고요함이 주는 위로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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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빨리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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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싶은데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이라면 시작하기 전의 떨림도 괜찮다는 마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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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다이빙을 미리 배우는 책이면서 동시에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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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는 빨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삶에서도 남들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나를 잃지 않고 오래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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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대로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게 된다면 이 책에서 만난 문장들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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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려가고,
천천히 둘러보고,
천천히 올라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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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느림 속에서 바다도 보고 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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