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권지은 지음 / 부크럼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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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유난히 듣고 싶은 말이 생기는 날이 있다.
괜찮다는 말보다 먼저 알아봐 주는 말이 필요하고, 힘내라는 말보다 그동안 많이 애썼다는 말이 먼저 닿아야 하는 날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조용히 곁에 앉아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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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않고, 울고 싶은 마음을 서둘러 닦아내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봐 주며, 잘하고 있다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너무 늦은 것도 너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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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놓인 복숭아를 보며 마음도 참 복숭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작은 말 하나에 쉽게 멍이 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은 오래 물러져 있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그걸 예민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마음에도 이유가 있고, 오래 서운했던 마음에도 그만한 시간이 있었음을 다정하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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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가장 크게 남은 건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말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나도 많은 순간 괜찮은 척을 먼저 했다.
속으로는 힘들었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했고, 서운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누구보다 내 편이 필요했으면서도 혼자 버티는 쪽을 택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거창한 조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 많이 애썼다는 말, 여러 일 사이에서 잘 버텨 줘서 고맙다는 말, 앞으로도 변함없이 응원한다는 말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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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문장들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랑은 늘 예쁘고 환한 모습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후회가 남고, 때로는 미련이 남고, 때로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사랑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계산 없이 마음을 내어준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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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있어 최선을 다해 본 사람이 후회가 적다는 문장을 읽으며, 오래 길게 아프더라도 마음을 다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덜 미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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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위로가 과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너무 쉽게 던지지 않고, 먼저 아팠던 시간을 인정해 준다.
모든 건 결국 다 변한다는 말도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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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회복하지 못할 것 같은 이별도, 죽도록 힘들었던 날도, 살다 보면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지나간다는 걸 조용히 알려준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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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괜찮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 마음도 조금은 다른 얼굴을 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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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식물이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듯, 사람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 특히 좋았다.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곳에서 끝까지 인정받으려 애쓰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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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애쓴 나의 노력과 마음을 귀하게 받아들여 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를 계속 작아지게 만드는 자리에서 버틸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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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 같기도 하고, 결국 나 자신에게 보내는 답장 같기도 하다.
다정한 문장들이 많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상처와 후회와 외로움을 지나온 사람이 건네는 말이라 더 천천히 마음에 스며든다.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게 되고, 어느 문장 앞에서는 오래 멈추게 된다.
그 멈춤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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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애썼다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간까지 내가 알아봐 주면, 그 마음도 조금은 덜 외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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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친 마음에게 필요한 에세이 도서다.
관계에 마음이 다친 사람, 혼자 애쓰느라 지친 사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오래 서 있던 사람, 괜찮은 척하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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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큰 해답을 얻었다기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버틸 수 있는 말을 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마음이 소란한 날마다 다시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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