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여년 동안 선인장의 일생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주 열악한 환경인 사막에서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절제된 표현으로, 사구아로 선인장처럼 조용히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 또한 화려하지 않지만 다양한 구도로 선인장과 그 이웃들을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사막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또 그 동물들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게나 높이가 어마어마 해서 철옹성같던 선인장이 200년이 지나 쓰러지고 가지들도 모두 부서진 후에도 그래서 줄기의 뼈대만 남아 있게 된 후에도 선인장은 낮은 곳에 사는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 온것 뿐인 선인장이지만 뭇 동물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그의 묵직한 삶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안나 러셀만 지음 / 현암사 / 199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 속에 사는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는 맡은 배역과는 달리 너무 귀여운 캐릭터이다. 하지만 충치는 충치. 입 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모아 놓고, 젖니를 파내고...

입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없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은 책이다. 양치질 하는 것을 경찰 아저씨들이 이를 청소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왜 양치를 해야하는지, 양치질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 책 한권에 모든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와 실갱이 할 필요가 없다. 아이는 귀찮고 매운 양치질에 대해 나름대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된다.

아이가 치과에 가야 할 때 또 치과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할 때도 아주 유용하다. 무턱대고 이가 썩어서 치료받으러 치과에 간다고 하는 것 보다 아이가 공포를 훨씬 덜 느낀다. 이 닦기가 헤이해질 때마다 한번씩 보면 좋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고양이 마투
에릭 바튀 글 그림,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생긴 것이 독특해서 일까 좀 색다른 고양인가 보다 새알을 보고도 식욕을 참을 수 있다니 말이다. 빨간 고양이 마투는 식사감으로 새알 보다는 새가, 아기 새 보다는 좀 더 큰 새가 더 낫겠다는 생각에 새알을 품는다. 그리고 급기야 알을 까고 나온 새를 키우게 된다. 그러다가 또 친구가 되어버렸다. 정말 즐거운 한 때를 보내지만 새는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 버린다. 봄이 올 때까지 마투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친구가 자기를 잊었다고 쓸쓸해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돌아왔다. 그것도 여러 식구들을 데리고. 물론 마투는 그들 모두와 친구가 되었다.

빨간 고양이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구성도 탄탄하다. 아쉬운 것은 마투가 새를 오랜 기간 그리워할 정도의 우정을 쌓았다고 하기에는 그들이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이 다소 가볍고 짧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림 한 컷에 달랑 두줄. (비록 글이 없더라도 감정이 더욱 배가 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묘미이긴 하지만) 그에 비해 마투가 새를 그리워하는 것은 더 없이 길게 느껴진다.

이 책에선 새가 마투에게서 도망갔다가 다시 마투 곁에 내려 앉은 뒤 한참동안 서로는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장면이 압권이라 하겠다. 작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 둘간에 오갔을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이 단순하고 생략이 많을수록 독자가 읽어내야 하는 부분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 읽어내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집나가자 꿀꿀꿀'을 실감나게 읽어주었을 때, 특히 엄마 돼지가 돼지 삼형제를 야단치는 대목에선 저희들끼리 키득거렸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책은 보다 더 직선적이다. 그저 엄마가 안된다고 하는 말이 처음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책의 거의 대부분이 그 한마디로 채워져 있다. '안돼, 안돼, 안된다니까'. 그야말로 올망졸망한, 터울도 별로 나지 않는 아이들 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얼마나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었겠는가?

우리 아이들 감탄하면서 하는 말이 '히야 우리 엄마랑 똑같네'였다. 처음 읽을 땐 시원스럽게 안돼를 외쳐가며 읽을 수 있었다. 대리만족을 느껴가면서 맘 놓고 속시원히 '안돼'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도 괴롭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뭐 속이 편키만 한 것은 아니니까. 늘 마음에 반쯤은 차마 하지 못하고 참아두었던 것을 책을 읽어주면서 하고 싶은 말 섞어가면서 정말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둘째와 막내는 이 책에 폭 빠져 잠잘 때면 꼭 읽어야 하고 또 한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세번 이상은 읽어줘야 하는 (데이빗 대신 아이들 이름을 넣어 읽어주어야 했기에) 최고의 인기 책이 되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된다는 말이 내 가슴에 꽂히기 시작하는 것은 무슨 조화 속일까? '우리 아이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정말로 안된다는 제제를 많이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머리 속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또 남에게 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꼭 그렇게 안된다고 못 박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거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 엄마랑 똑같다며 재미있어 하지만 이제 나는 맨 마지막에 엄마가 데이빗을 안아주면서 널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대목을 힘주어 읽어주고 있다. 녀석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 문화마당 4-004 (구) 문지 스펙트럼 4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 윤정의 그림책 비평서를 역 시대 순으로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에 쓴 <그림책>이란 책은 아주 냉철하고 분석적이어서 그야말로 비평 그 자체이다. 게다가 아주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보다 1년 먼저 나온 <슬픈 거인>은 과도기적이라고나 할까 본격적으로 그림책 또는 동화책을 비평하기 시작함과 아울러 독서 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조용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제일 먼저 쓴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를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도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 읽히려는, 아니 나쁜 책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열정이나 흥분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번역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정말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 않았어도 번역되어 나온 책들 중에 원서를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원문을 보며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지 아니면 거꾸로 이런 표현은 원서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 확인하고 찾아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래봤자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얼마 되지 않지만) 번역된 책들을 더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동화 속의 남녀 불평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정말로 뼈저리게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딸만 셋인 터라 그런 부분에서 더욱 예민해지는데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콩쥐팥쥐 이야기들은 여성에게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주입하고 있다는 생각은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공주 콤플렉스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유해하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양성에게 억압이 될 수 있기에 페미니즘에 입각한 동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나 또한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아기 돼지 세자매>나 <종이 봉지 공주>는 훌륭한 대안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었는데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글쓰기 수업의 문제점이라든지 독서 문화 운동이라든지 문학으로서의 동화에 대한 견해라든지 출판계의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한 글은 읽으면서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한 시각이 생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막상 책에 대한 비평을 마주하니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좋은 책을 골라 주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되어 그림책(동화책) 비평서들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이 내게 어느 면에서는 선입견을 갖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가 먼저 책을 읽어보고 비평을 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