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남긴 선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8
마거릿 와일드 지음, 론 브룩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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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재미있다고 엄마가 보고 괜찮으면 사달라고 해서 또 이번에 어떤 책을 사달라고 하나 별 생각없이 책을 훑어 보았다. 그런데 차츰 책을 읽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릿함을 느꼈다. 결국엔 코가 찡해지고 할머니와 손녀의 아름다운 이별에 눈물짓게 되었다. 아이들 그림책에 죽음에 대해, 죽음이라는 말을 그 어디에도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감동적으로 죽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죽음을 차분히 지켜보는 손녀. 절제된 감정 표현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옥수수 귀리 죽이 맛이 없다던 손녀의 투정에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까진 먹으라는 할머니. 그 할머니가 몸져 눕자 혼자서 옥수수 귀리 죽을 끓여 먹는 손녀. 아마 손녀는 할머니가 안계셔도 할머니와 함께한 날들을 추억하며 이렇게 할머니가 남기신 것들을 그녀 또한 이어가리라. 할머니는 생을 마감하기 전에 손녀와 함께 산책을 하며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거며, 하늘의 구름이며,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손녀에게 알려준다. 파스텔 톤의 잔잔한 그림이며, 애잔하게 흐르는 할머니와 손녀의 감정이 잘 어울린다. 특히 손녀가 할머니의 마지막 밤에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어른이 보아도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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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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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 동안 선인장의 일생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주 열악한 환경인 사막에서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절제된 표현으로, 사구아로 선인장처럼 조용히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 또한 화려하지 않지만 다양한 구도로 선인장과 그 이웃들을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사막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또 그 동물들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게나 높이가 어마어마 해서 철옹성같던 선인장이 200년이 지나 쓰러지고 가지들도 모두 부서진 후에도 그래서 줄기의 뼈대만 남아 있게 된 후에도 선인장은 낮은 곳에 사는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 온것 뿐인 선인장이지만 뭇 동물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그의 묵직한 삶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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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안나 러셀만 지음 / 현암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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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에 사는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는 맡은 배역과는 달리 너무 귀여운 캐릭터이다. 하지만 충치는 충치. 입 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모아 놓고, 젖니를 파내고...

입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없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은 책이다. 양치질 하는 것을 경찰 아저씨들이 이를 청소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왜 양치를 해야하는지, 양치질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 책 한권에 모든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와 실갱이 할 필요가 없다. 아이는 귀찮고 매운 양치질에 대해 나름대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된다.

아이가 치과에 가야 할 때 또 치과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할 때도 아주 유용하다. 무턱대고 이가 썩어서 치료받으러 치과에 간다고 하는 것 보다 아이가 공포를 훨씬 덜 느낀다. 이 닦기가 헤이해질 때마다 한번씩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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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양이 마투
에릭 바튀 글 그림,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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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생긴 것이 독특해서 일까 좀 색다른 고양인가 보다 새알을 보고도 식욕을 참을 수 있다니 말이다. 빨간 고양이 마투는 식사감으로 새알 보다는 새가, 아기 새 보다는 좀 더 큰 새가 더 낫겠다는 생각에 새알을 품는다. 그리고 급기야 알을 까고 나온 새를 키우게 된다. 그러다가 또 친구가 되어버렸다. 정말 즐거운 한 때를 보내지만 새는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 버린다. 봄이 올 때까지 마투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친구가 자기를 잊었다고 쓸쓸해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돌아왔다. 그것도 여러 식구들을 데리고. 물론 마투는 그들 모두와 친구가 되었다.

빨간 고양이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구성도 탄탄하다. 아쉬운 것은 마투가 새를 오랜 기간 그리워할 정도의 우정을 쌓았다고 하기에는 그들이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이 다소 가볍고 짧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림 한 컷에 달랑 두줄. (비록 글이 없더라도 감정이 더욱 배가 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묘미이긴 하지만) 그에 비해 마투가 새를 그리워하는 것은 더 없이 길게 느껴진다.

이 책에선 새가 마투에게서 도망갔다가 다시 마투 곁에 내려 앉은 뒤 한참동안 서로는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장면이 압권이라 하겠다. 작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 둘간에 오갔을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이 단순하고 생략이 많을수록 독자가 읽어내야 하는 부분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 읽어내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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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데이빗! ㅣ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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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집나가자 꿀꿀꿀'을 실감나게 읽어주었을 때, 특히 엄마 돼지가 돼지 삼형제를 야단치는 대목에선 저희들끼리 키득거렸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책은 보다 더 직선적이다. 그저 엄마가 안된다고 하는 말이 처음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책의 거의 대부분이 그 한마디로 채워져 있다. '안돼, 안돼, 안된다니까'. 그야말로 올망졸망한, 터울도 별로 나지 않는 아이들 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얼마나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었겠는가?

우리 아이들 감탄하면서 하는 말이 '히야 우리 엄마랑 똑같네'였다. 처음 읽을 땐 시원스럽게 안돼를 외쳐가며 읽을 수 있었다. 대리만족을 느껴가면서 맘 놓고 속시원히 '안돼'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도 괴롭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뭐 속이 편키만 한 것은 아니니까. 늘 마음에 반쯤은 차마 하지 못하고 참아두었던 것을 책을 읽어주면서 하고 싶은 말 섞어가면서 정말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둘째와 막내는 이 책에 폭 빠져 잠잘 때면 꼭 읽어야 하고 또 한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세번 이상은 읽어줘야 하는 (데이빗 대신 아이들 이름을 넣어 읽어주어야 했기에) 최고의 인기 책이 되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된다는 말이 내 가슴에 꽂히기 시작하는 것은 무슨 조화 속일까? '우리 아이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정말로 안된다는 제제를 많이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머리 속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또 남에게 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꼭 그렇게 안된다고 못 박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거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 엄마랑 똑같다며 재미있어 하지만 이제 나는 맨 마지막에 엄마가 데이빗을 안아주면서 널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대목을 힘주어 읽어주고 있다. 녀석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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