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 문화마당 4-004 (구) 문지 스펙트럼 4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 윤정의 그림책 비평서를 역 시대 순으로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에 쓴 <그림책>이란 책은 아주 냉철하고 분석적이어서 그야말로 비평 그 자체이다. 게다가 아주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보다 1년 먼저 나온 <슬픈 거인>은 과도기적이라고나 할까 본격적으로 그림책 또는 동화책을 비평하기 시작함과 아울러 독서 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조용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제일 먼저 쓴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를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도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 읽히려는, 아니 나쁜 책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열정이나 흥분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번역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정말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 않았어도 번역되어 나온 책들 중에 원서를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원문을 보며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지 아니면 거꾸로 이런 표현은 원서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 확인하고 찾아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래봤자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얼마 되지 않지만) 번역된 책들을 더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동화 속의 남녀 불평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정말로 뼈저리게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딸만 셋인 터라 그런 부분에서 더욱 예민해지는데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콩쥐팥쥐 이야기들은 여성에게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주입하고 있다는 생각은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공주 콤플렉스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유해하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양성에게 억압이 될 수 있기에 페미니즘에 입각한 동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나 또한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아기 돼지 세자매>나 <종이 봉지 공주>는 훌륭한 대안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었는데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글쓰기 수업의 문제점이라든지 독서 문화 운동이라든지 문학으로서의 동화에 대한 견해라든지 출판계의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한 글은 읽으면서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한 시각이 생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막상 책에 대한 비평을 마주하니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좋은 책을 골라 주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되어 그림책(동화책) 비평서들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이 내게 어느 면에서는 선입견을 갖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가 먼저 책을 읽어보고 비평을 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