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집나가자 꿀꿀꿀'을 실감나게 읽어주었을 때, 특히 엄마 돼지가 돼지 삼형제를 야단치는 대목에선 저희들끼리 키득거렸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책은 보다 더 직선적이다. 그저 엄마가 안된다고 하는 말이 처음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책의 거의 대부분이 그 한마디로 채워져 있다. '안돼, 안돼, 안된다니까'. 그야말로 올망졸망한, 터울도 별로 나지 않는 아이들 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얼마나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었겠는가?

우리 아이들 감탄하면서 하는 말이 '히야 우리 엄마랑 똑같네'였다. 처음 읽을 땐 시원스럽게 안돼를 외쳐가며 읽을 수 있었다. 대리만족을 느껴가면서 맘 놓고 속시원히 '안돼'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도 괴롭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뭐 속이 편키만 한 것은 아니니까. 늘 마음에 반쯤은 차마 하지 못하고 참아두었던 것을 책을 읽어주면서 하고 싶은 말 섞어가면서 정말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둘째와 막내는 이 책에 폭 빠져 잠잘 때면 꼭 읽어야 하고 또 한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세번 이상은 읽어줘야 하는 (데이빗 대신 아이들 이름을 넣어 읽어주어야 했기에) 최고의 인기 책이 되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된다는 말이 내 가슴에 꽂히기 시작하는 것은 무슨 조화 속일까? '우리 아이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정말로 안된다는 제제를 많이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머리 속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또 남에게 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꼭 그렇게 안된다고 못 박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거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 엄마랑 똑같다며 재미있어 하지만 이제 나는 맨 마지막에 엄마가 데이빗을 안아주면서 널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대목을 힘주어 읽어주고 있다. 녀석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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