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 19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수상작
안 에르보 지음 / 베틀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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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크기에서 여타의 그림책과 차이가 있다. 큼지막한 크기에 그림도 시원시원하다. (우리집은 이 책을 구입한 후에 책꽂이의 높이를 다시 조정해야 했다) 늘 달님 뒤를 쫓아 다니는 고양이 마저도 보통 고양이는 아닌 듯 보인다.

달님은 낮에는 잠을 잔다. 그렇다면 밤에는 무얼할까? 그냥 한가롭게 밤하늘에 떠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이 책을 꼭 보아야 하리라.

달님은 밤이 되면 너무 바쁘다. 우선 은하수 가득 띄울만큼 많은 별들을 그린다. 그리고는 자욱이 갈린 안개를 걷어내고 도시와 마을의 시끄러운 소리를 몰아낸다. 그런 다음에 좋은 꿈을 씨뿌리고 나쁜 꿈을 창고 속에 가둔다 (그래서 아이들은 밤에 나쁜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하면 어떨까?) 그리고나서 고요한 밤에다 신비로운 새를 풀어놓고 등.

볼로냐 국제도서전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이 다루기도 벅찰정도로 좀 큰 책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게다가 내용도 아주 시적이다. 그런데 작가가 의외로 너무 젊은 것에 깜짝 놀랐다. 더구나 이책은 그가 24세에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 놀라웠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리집 막내가 30개월이 채 못되었을 때 읽어주었는데 그 이후로는 도서관에 가기만 하면 늘 이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다른 그림책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서 여러번 망설이다가 늘 언니들 위주로 책을 사주었던 것이 마음에 걸려 큰 맘먹고 구입했는데 책이 배달된 후에 이 책을 처음 읽은 큰애 (8살)가 하는 말, '엄마 이책 너무 재밌다' 요즘은 잠잘 때 읽어주는 그림책 중 빠지지 않고 끼어 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 아빠가 밤에 책을 읽어주게 되었는데 갑자기 '아니 당신, 정신 나갔어? 이 책을 만이천원이나 주고 샀단말이야?' 하는게 아닌가.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해서 샀다고 했지만 아이들 그림책 값이 이렇게 비싸단 말인가하는 표정을 지우진 않았다. (앞으로도 아이들 아빠가 얼마나 더 놀랄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자산의 밑거름이 되는 거라면 그정도는 투자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어쨌든 후회하지 않으려먼 책을 확인하고 구입하기를 권한다, 특히 비싼 책일수록. (아마 이책을 보면 그자리에서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참는것이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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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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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나온 그림만 보고도 행복해 보인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이다. 청소부 아저씨는 어떤 거리의 표지판을 닦아 왔다. 그 거리는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였다. 하지만 청소부 아저씨는 표지판에 쓰인 이름의 소유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는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그 후로 청소부 아저씨는 표지판을 닦으면서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기도 하고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리기도 하며 소설을 이야기하곤 했다. 차츰 사람들이 청소부 아저씨의 강의를 들으려고 모이게 되고 급기야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받게 되지만 아저씨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강연할 뿐이라며 청소부로 머물러 있기로 한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그림책일 수 있겠지만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도 좋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이 책을 보면서 청소부 아저씨가 왜 행복한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이 책을 구입했다. 삶의 질은 그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또 그것을 얼마만큼 즐기며 사는 가에 달려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청소부 아저씨 가 표지판을 닦는 자신의 일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닦는 표지판의 주인공들에 대해 알아가고 공부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행복한 그리고 그와 더불어 우리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흔치 않은 이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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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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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이 책을 구입하고야 말았다. 몇 년 동안 버티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강아지 똥을 다룬 다는 말을 들은 데다가 (큰애가 초등1학년이다) 50% 할인되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져서 일을 내버렸다. 강아지 똥은 우리 나라 그림책 중 고전처럼 여겨지는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권정생 님과 정승각 님의 작품인데다 정말 하찮고 쓸모 없는 개똥이 자신을 녹여서 (마치 한 알의 밀 알이 썩어 수백 배의 결실을 맺듯) 민들레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가 어찌 감동적이지 않겠는가. 아이들에게 희생정신이 어떤 것인지도 감명 깊게 보여줄 수도 있고,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저마다 제 각각 자신만의 사명이 있음도 알려줄 수 있고... 이렇게 좋은 책인데도 나는 몇 년 동안 이 강아지 똥을 가슴아프게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어느 그림책 평론가의 말처럼 흙덩이의 쓸데없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아마 권정생 님의 심성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흙덩이의 죄책감은 착해서라기보다는 어째 자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한 가뭄 때문에 고추가 죽은 것을 어째서 자신의 탓이라고 하는지 그래서 자신은 흉측하고 더럽다고 여기고 더욱이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달구지 아저씨가 흙덩이를 소중히 주워 담고 가긴 했지만, 그것도 흙덩이가 고해성사를 하고 난 직후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흙덩이의 태도는 내 탓이 아니라고 가뭄 때문이라고 남의 탓하며 원망하는 것만큼이나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야기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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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 꿈꾸는 나무 18
홀리 미드 그림, 민퐁 호 글, 윤여림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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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아 온 그림책 (주로 우리는 서양의 그림책에 익숙해 있으니까)과는 아주 다른 그림책이다. 작가가 태국인 이라니까 아마 태국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해먹에서 잠이 든 아기를 깨우지 않기 위해 집안과 바깥의 동물들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고 드디어 모든 동물들이 잠이 들고 엄마도 잠깐 눈을 붙이는데 아이만이 깨어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한번쯤 아니 수없이 경험했겠지만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는 그 어떤 소리도 신경이 쓰인다. 이 책의 엄마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미 아이가 깨어있다는 것이지.

나는 열심히 책을 읽어주느라고 미처 보지 못했는데 다섯 살 된 둘째 녀석(딸)이 '엄마 아기는 깨어있다. 그치?' 하는 것이다. 우리 큰 아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 빨리 알아채지는 못할 것이다. 글을 먼저 읽으니까. 책을 읽어 주면 맘껏 그림을 탐험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접할 때의 호기심과 설렘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잠시 태국의 한 농가를 다녀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돼지를 부를 때 뚱뚱 돼지라고 하는 부분이다. 물론 원문에는 뚱뚱한 돼지로 표현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번역을 했겠지만 우리는 보통 꿀꿀 돼지라고 한다. 돼지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부탁하는 모습이니 꿀꿀 돼지라고 해도 무방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뚱뚱 돼지야 뚱뚱 돼지야 하고 부를 때마다 입에서 자꾸 걸리는 것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우선 일까 아니면 번역되어 읽히는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추는 것이 우선 일까 생각해본다.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후자가 훨씬 좋을 것 같다 는 생각을 해본다. (오죽 잘 알아서 한 것 일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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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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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는 탄생부터가 재미있다. 산신령이 현몽하여 우물에서 잉어 세마리를 잡아 먹으라고 한다. 한마리는 한입에 꿀꺽 또 한마리는 꼭꼭 씹어서 그리고 마지막 한마리는 반쪽만 먹어서 눈도 귀도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코도 반쪽인 반쪽이가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쪽이는 그 힘이 보통 사람의 두배는 넘는 듯하다. 과거 보러 가는 형들을 따라 가다가 한번은 바위에 또 한번은 커다란 나무에 묶이지만 (이때 우리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형들이 나쁘다고 난리다) 모두 어머니 힘드실 때 쉬시라며 집에 가져다 놓는다.

마지막으로 밧줄에 꽁꽁 묶여 산 속에 버려지고 호랑이 떼를 만나지만 오히려 호랑이를 모두 잡아버린다. 지게에 호랑이 가죽을 지고 오는데 부잣집 영감을 만난다. 반쪽이의 호랑이 가죽이 탐이 난 영감은 자신의 딸을 걸고 내기 장기를 둔다. 내리 세판을 지자 영감은 딸을 줄 수 없다면서 휑하니 가버린다. 반쪽이가 딸을 업어가겠다는 말을 들은 영감은 밤새도록 집안 구석구석을 지킨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반쪽이는 나타나지 않았고 집을 지키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 수록 피곤과 졸음이 몰려온다. 그 다음날 밤 모든 사람이 곤히 잠에 떨어졌을 때에야 반쪽이 나타나 영감 딸을 업고 사라지고 ... 영감의 집은 아수라장이 된다. 몸은 반쪽이지만 기운, 심성과 지혜는 보통 사람들보다 곱절은 되고도 남으니 이름하나 더 붙여도 좋을 듯 하다. 곱절이로.

그림이 아주 재미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구수한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살아 있고 (하다못해 반쪽이네서 키우는 고양이의 표정까지)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 졸려 죽겠다는 표정도 역시 재미있다. 글과 그림이 모두 구성지게 어우러진 우리나라 옛이야기 그림책으로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우리 둘째는 이 책을 늘 끼고 다닌다. 밤마다 빠지지 않고 읽어 달라는 책들 중 하나다. 한번은 불을 모두 끄고 손전등을 비춰가며 이책을 읽어 주었는데 또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영감집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부분에서 내가 읽는 대목의 그림을 손전등으로 비춰가면서 보니까 일일이 손으로 짚어주지 않아도 되고 그 부분만 집중해서 볼 수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들도 좋아했다.(아이들의 시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자주 시도하지는 않지만) 동화 슬라이드를 보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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