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 꿈꾸는 나무 18
홀리 미드 그림, 민퐁 호 글, 윤여림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보아 온 그림책 (주로 우리는 서양의 그림책에 익숙해 있으니까)과는 아주 다른 그림책이다. 작가가 태국인 이라니까 아마 태국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해먹에서 잠이 든 아기를 깨우지 않기 위해 집안과 바깥의 동물들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고 드디어 모든 동물들이 잠이 들고 엄마도 잠깐 눈을 붙이는데 아이만이 깨어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한번쯤 아니 수없이 경험했겠지만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는 그 어떤 소리도 신경이 쓰인다. 이 책의 엄마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미 아이가 깨어있다는 것이지.

나는 열심히 책을 읽어주느라고 미처 보지 못했는데 다섯 살 된 둘째 녀석(딸)이 '엄마 아기는 깨어있다. 그치?' 하는 것이다. 우리 큰 아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 빨리 알아채지는 못할 것이다. 글을 먼저 읽으니까. 책을 읽어 주면 맘껏 그림을 탐험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접할 때의 호기심과 설렘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잠시 태국의 한 농가를 다녀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돼지를 부를 때 뚱뚱 돼지라고 하는 부분이다. 물론 원문에는 뚱뚱한 돼지로 표현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번역을 했겠지만 우리는 보통 꿀꿀 돼지라고 한다. 돼지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부탁하는 모습이니 꿀꿀 돼지라고 해도 무방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뚱뚱 돼지야 뚱뚱 돼지야 하고 부를 때마다 입에서 자꾸 걸리는 것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우선 일까 아니면 번역되어 읽히는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추는 것이 우선 일까 생각해본다.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후자가 훨씬 좋을 것 같다 는 생각을 해본다. (오죽 잘 알아서 한 것 일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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