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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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는 탄생부터가 재미있다. 산신령이 현몽하여 우물에서 잉어 세마리를 잡아 먹으라고 한다. 한마리는 한입에 꿀꺽 또 한마리는 꼭꼭 씹어서 그리고 마지막 한마리는 반쪽만 먹어서 눈도 귀도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코도 반쪽인 반쪽이가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쪽이는 그 힘이 보통 사람의 두배는 넘는 듯하다. 과거 보러 가는 형들을 따라 가다가 한번은 바위에 또 한번은 커다란 나무에 묶이지만 (이때 우리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형들이 나쁘다고 난리다) 모두 어머니 힘드실 때 쉬시라며 집에 가져다 놓는다.

마지막으로 밧줄에 꽁꽁 묶여 산 속에 버려지고 호랑이 떼를 만나지만 오히려 호랑이를 모두 잡아버린다. 지게에 호랑이 가죽을 지고 오는데 부잣집 영감을 만난다. 반쪽이의 호랑이 가죽이 탐이 난 영감은 자신의 딸을 걸고 내기 장기를 둔다. 내리 세판을 지자 영감은 딸을 줄 수 없다면서 휑하니 가버린다. 반쪽이가 딸을 업어가겠다는 말을 들은 영감은 밤새도록 집안 구석구석을 지킨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반쪽이는 나타나지 않았고 집을 지키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 수록 피곤과 졸음이 몰려온다. 그 다음날 밤 모든 사람이 곤히 잠에 떨어졌을 때에야 반쪽이 나타나 영감 딸을 업고 사라지고 ... 영감의 집은 아수라장이 된다. 몸은 반쪽이지만 기운, 심성과 지혜는 보통 사람들보다 곱절은 되고도 남으니 이름하나 더 붙여도 좋을 듯 하다. 곱절이로.

그림이 아주 재미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구수한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살아 있고 (하다못해 반쪽이네서 키우는 고양이의 표정까지)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 졸려 죽겠다는 표정도 역시 재미있다. 글과 그림이 모두 구성지게 어우러진 우리나라 옛이야기 그림책으로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우리 둘째는 이 책을 늘 끼고 다닌다. 밤마다 빠지지 않고 읽어 달라는 책들 중 하나다. 한번은 불을 모두 끄고 손전등을 비춰가며 이책을 읽어 주었는데 또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영감집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부분에서 내가 읽는 대목의 그림을 손전등으로 비춰가면서 보니까 일일이 손으로 짚어주지 않아도 되고 그 부분만 집중해서 볼 수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들도 좋아했다.(아이들의 시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자주 시도하지는 않지만) 동화 슬라이드를 보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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