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경가요

시장 나들이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7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정승모 지음, 최민주 그림 / 보림 / 1995년 12월

장이 서는 날 똘이는 가슴이 설렌다. 닭을 팔아 새신발을 살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도착했을 때 닭이 날아가고... 이때부터 똘이와 수탉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간신히 닭을 잡아 가축시장에다 닭을 팔고 마음에 드는 운동화도 한켤레 샀지만 도망쳐나온 수탉을 잡느라고 또 한바탕의 소란이 벌어진다.

옛날 장의 모습을 닭을 좇아 가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장간, 포목점, 그리고 방물장수, 가축시장, 옹기전, 신발가게... 게다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시장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있도록 네 면에 담은 편집은 흔히 볼수 없는 것이라 한층 재미있다. 책 뒷면에는 부모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참고 자료로 사진과 보충설명까지 있어 옛날 장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수 있다.

산골 가을 풍경

바빠요 바빠 - 가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2000년 6월

첫장을 넘기면 고즈넉한 산골 풍겨이 펼쳐지지만 산골의 가을은 바쁘기만 하다. 산골 풍경을 세밀화로 그린 그림은 그야말로 하나 하나 작품같다. 어찌보면 고단하기도 할 산골 생활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푸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온통 새빨간 고추로 널려 있는 앞마당, 벼가 익은 누런 들판에 낟알을 쪼아 먹는 참새들과 허수아비. 그냥 그림만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그리고 '아이야 시골에서 사는 모습이 이렇단다'하고 꼭말해 주고 싶은 책. 도시의 아이들이 전혀 경험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잠시 산골에서 놀고 갈수 있는 책이다.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라 구석 구석 볼 거리도 많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자꾸 이게 뭐냐고 물어서 엄마를 곤혹스럽게 할 지도...

또한 그림의 한 장면을 가지고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넌 나의 친구, 난 너의 친구

좋은 친구란? 뭘까? - 하나 ㅣ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화 1
샐리 그린들리 글, 페니 댄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0년 5월

곰 제퍼슨과 여우 피기는 친구다. 언뜻보면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지만 둘은 사이좋은 친구. 친구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에 서로 답하면서 노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는 모습 등 친구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시에 찔린 피기가 제퍼슨의 이빨이 무서웠지만 제퍼슨을 믿어주는 장면에서 어른들도 배워야 하는 인간 관계의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곰과 여우가 사이좋게 노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그림 또한 내용만큼 따스하다. 게다가 동물들의 표정에 감정이 실려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에게 친구가 있으면 이렇게 좋다고 일러줄 수 있는 책이다

토비는 심술꾸러기

토비는 사이좋게 놀아요 - 스스로 대장 토비 4
프란신느 오먼 지음 / 웅진주니어 / 1999년 1월

엄마한테 혼난 토비는 화가 나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심술을 부리며 화를 낸다. 달팽이 넘어뜨리기, 개미집 쑤시기, 나무 위에서 잠자는 비둘기 깨우기, 거미줄 망가뜨리기, 쥐구멍 막기 등. 하지만 기분은 더욱 엉망이 되고... 집으로 돌아온 토비는 엄마와 화해를 하고 나서야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화가 난 토비의 표정과 토비의 심술에 난처해 하는 동물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아이와 엄마가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하게 되는 과정과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원색의 강렬한 색채를 많이 사용했지만 붓의 텃치가 그대로 살아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엄마에게는 심술부리는 아이를 이해할 수 있고 아이에게는 어떤 도덕적 판단없이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다.

혹부리 할아버지 노래 주머니

혹부리 할아버지 - 처음 만나는 그림동화, 전래동화 20 ㅣ 처음만나는 그림동화(삼성출판사) - 전래동화 1
이영옥 지음 / 삼성출판사 / 1997년 4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래 동화이다. 외국 그림책이 서점가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산뜻한 일러스트레이션의 옛날 이야기 책을 만나니 반갑기가 그지없었다.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의 할아버지의 착찹한 표정, 어두운 밤 숲속을 헤매다가 빈집을 찾아가는 으스스하지만 결코 우중충하지 않은 장면, 욕심쟁이 혹부리 할아버지의 시기하는 눈빛 등 작가의 성의가 여기 저기 배어있어서일까? 아이들이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무섭게 느껴지던 도깨비가 희극적으로 그려져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전래 동화를 사주고 싶어도 그림과 구성이 엉성해서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망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으리라. 앞으로도 우리의 전래 동화가 다양하게 그리고 성의있게 기획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