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 문학의 비밀을 푸는 20개의 놀라운 열쇠, 개정증보판
정여울 지음 / 메멘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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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를 잘 넣었다. '문학의 비밀을 푸는 20개의 놀라운 열쇠'.

패러디, 시점, 의인화, 은유, 상징, 아이러니라는 문학 재료와, 대재앙, 사랑, 여성, 판타지, 트라우마 등의 소재 등 20가지 주제로 여러 문학 작품을 짧게 소개한다.

챕터 마다 주제에 맞는 작품을 인용한 것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매우 필요하고, 또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방식이긴 하지만, '인용'을 핑계로 패러디나 시점, 의인화와 같은 문학적 재료를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의 감상을 더 길게 풀어낸 경향이 없지 않다.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해석 또한 다를텐데 작가의 의도를 '가이드' 하기 보다는 저자의 작품 해석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문학의 역할, 기법, 내용을 구분하여 소개한 것은 좋은 기획이라고 여겨진다. '문학'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어느정도 문학과 친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 기대감 때문에 실망감도 컸다는 것이 맹점. 좀 속이 꼬인 리뷰가 됐다고 비난하면 할 말은 없지만 솔직한 감상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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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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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집 중에서도 제법 소프트한 편편을 모았다. 단편소설은 길이가 짧으니 대단한 반전과 추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지만, 반편, 오히려 짧은 이야기 안에 전혀 예상치 못한 대반전을 담아 임팩트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전자가에서는 대체로 이런 장점을 살린 이야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해, 이번 소설집은 그럭저럭, 예상한 전개이거나 또는 추리소설적이지 않은 이야기도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소설집'이라는 형태의 이야기 묶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무슨 기준으로 그러모은 건지 기준이 모호한 단행본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소설집은 각각의 이야기마다 저작권이 있는지 어떤지 어디선가 묶여 나온 이야기를 다시 펴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라이센스 보유 기간이 지난 예전 것들을 다시 다른 출판사에서 내거나...

제목을 달리 지어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이야기집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자꾸 의심하게 된다. 아무튼 머리 식힐 요량으로 읽기에 아주 적합한 이야기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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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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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소설은 읽는 편수가 늘어 갈수록 오히려 공감하기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소년이 온다'를 제외하고 그동안 읽은 그의 작품 대여섯 편은 기본적으로 '우울'의 감정이 이야기 전반에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읽을 수 없을 뿐더러, 다 읽은 후는 물론이고, 읽는 내내 조금 버거울 때가 있다. 특히, 내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앞으로 절대 읽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됐다.

 

'희랍어 시간'은 작가의 호흡이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시선, 감정의 흐름, 시간과 공간의 분류에 따른 단절된 장면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다.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각자의 인생에서 어떻게 그런 상태까지 오게 되었는지 풀어내는 한 축과, 그 둘이 만나는 짧은 시간 안에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것과 볼 수 없는 어떤 것이 사실은 결국 같다는 주제의 이야기 같은데, 솔직히 문학적이지 않은 독자로서는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는, 이 소설이 갖는 주제 의식이라는 거창함에 미처 도달하기 전에 문자 이면의 어떤 감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깨닫게 될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버린다.

 

어둡고, 우울하고, 심오한 듯 한데 이해와 공감이 어려운  이 소설에서 건진 한 가지 미덕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이라는 작가가 가진 고유한 문장력과 (우울)감성을 읽는 내내 조금은 놀랄 정도로 자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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