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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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소설은 읽는 편수가 늘어 갈수록 오히려 공감하기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소년이 온다'를 제외하고 그동안 읽은 그의 작품 대여섯 편은 기본적으로 '우울'의 감정이 이야기 전반에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읽을 수 없을 뿐더러, 다 읽은 후는 물론이고, 읽는 내내 조금 버거울 때가 있다. 특히, 내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앞으로 절대 읽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됐다.

 

'희랍어 시간'은 작가의 호흡이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시선, 감정의 흐름, 시간과 공간의 분류에 따른 단절된 장면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다.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각자의 인생에서 어떻게 그런 상태까지 오게 되었는지 풀어내는 한 축과, 그 둘이 만나는 짧은 시간 안에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것과 볼 수 없는 어떤 것이 사실은 결국 같다는 주제의 이야기 같은데, 솔직히 문학적이지 않은 독자로서는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는, 이 소설이 갖는 주제 의식이라는 거창함에 미처 도달하기 전에 문자 이면의 어떤 감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깨닫게 될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버린다.

 

어둡고, 우울하고, 심오한 듯 한데 이해와 공감이 어려운  이 소설에서 건진 한 가지 미덕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이라는 작가가 가진 고유한 문장력과 (우울)감성을 읽는 내내 조금은 놀랄 정도로 자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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