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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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독창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번엔 <유토피아 실험> 이라는 괴짜 과학자의 특별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는 영국 사람인데, 언어를 대학에서 전공하고 박사과정에서는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만들고 있었다. 대학에서도 교수님으로 활동하는 그는 멕시코에 학회차 갔다가 인생의 경험을 하게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안전망을 

다 없애버리고 퇴로를 차단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p.103)

그렇게 '이미 돌아갈 다리를 다 불 태운 느낌'을 충분히 가지고 그는 멀쩡히 다니고 있던 대학도 관뒀다. 나도 왠지 극단적인 상황까지 만들고나서야 일을 관둔 적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돌아가고 싶어질 것만 같아서 작가와 같이 행동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리를 불 태우지 말껄' 하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유토피아 실험을 하기 위해 애썼다. 유토피아 실험이라 함은 지구가 멸망했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과거 마야인들처럼 자급자족 하며 살아남을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뭔가에 위협받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철학자나 과학자의 생각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돈으로 친구를 산다니 

상당히 절망적인 느낌이 들었다."

(p.135)

닐이라는 유토피아 괴짜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작가가 유토피아의 실험 자금을 자신의 집을 처분한 돈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돈으로 친구를 산다고 말하는 것. 정확히 말하면 친구가 아닌 사람들을 자신의 실험에 끌어들여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이다. 그들의 노동력을 돈으로 산 것인가.

 
"나는 무너진 게 아니다.

무너뜨렸다.

내 손으로 내 전 생애를 하나씩 하나씩

해체해 나간 것이다."

(p.159)

작가가 모든 것이 자신의 환상이었음을 깨닫고 셀프 고백하는 부분이었는데 되게 와 닿았다. 어쩌면 우리도 우리의 환상을 하나씩 깨며, 해체해 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토피아 실험>은 지독한 희망과 지독한 절망이 공존하는 이야기로 자신만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어졌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누구든 한번쯤 상상해 본 것을 실제로 옮겨보았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상상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용기를 준 책이었다. 그리고 과학과 인문학의 결합 같은 것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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