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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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것은

나의 선택들이었다"

-을의 철학(p.28)

을에 대한 글을 누군가는 써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써줘야했다. 그래서 <을의 철학>이 나왔나보다. 갑으로 사는 사람들은 을의 심정을 죽었다가 깨어나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갑에게 권하고 싶다. 을을 이해하고 을을 위로하기 위한 책인 <을의 철학>을 말이다.

"안이건 밖이건 만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바로 죽여버려라. 그렇게 한다면 비로소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을의 철학(p.30)

살인을 조장하는 글은 아니다. 사실 이 서평글을 쓰기 전, 하루종일 집중해서 1000자의 글을 완성해놓고는 삭제라는 버튼하나 잘 못 눌러서 <을의 철학>글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중이라 손가락 살인에 대한 충동이 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써야겠다. 그래서 제일 먼저 저 문장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저 문장의 뜻은 자기 것이 아니면 버려버려라.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세상이 원하는 것이라도 자신이 원치 않으면 버려도 된다.

 
작가가 을로써 일했던 것을 적은 부분 보다는 공부를 했던 부분을 회상하는 것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더 와 닿았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을로 살다보니 마르크스에 대한 내용이 많이 실려있어서 이 책은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책인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읽을 수록 나의 그 마음을 반성하며 읽게 되었다. 철학 전문서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철학을 덧붙인 책이라 가독성이 좋았다. 아무래도 철학만 있으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지겨우니까.

 
"정규직은 어쩌면 제일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10년 다닌 직장을 한순간에 집어치우는 걸 바로 옆에서 목도했다...어차피 삶 자체가 비정규직 아닌가."-을의철학(p.67)

퇴사하려는 사람들을 붙잡으면서 여기서 못 버티면 어디든 살 수가 없다는 말. 그러나 <을의 철학> 작가도 어서 탈출해서 쉬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애정하는 작가 임경선 작가님도, '자기 몸을 상하게 하면서 까지 해내야 할 일은 없다'고 말한 것 처럼 말이다. 작가가 <동의보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지금 최애작가인 고미숙님의 글을 읽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비슷했다. 그래서 좋았다.

<을의 철학>은 공부와 일로 힘들고 지쳐있는 을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갑은 이 책을 읽음으로 을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역지사지로 이해할 수 있기를. 그래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을에게 작가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그나저나 속상하다 그전에 적은 글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패배자라 생각하라지. 그런데 이세상 단 한 명. 나는 안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내가 알면 된거다. 수고했다."-을의철학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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