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어머니와 할머니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급격한 사고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어머니와 할머니....

동구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어져 청소년들이 많이 읽는 책이지만 70년생인 내가 읽었을 때는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그 시대를 동구와 비슷한 나이로 살았기 때문에 나의 부모와 고부간의 갈등을 어린 시각에서지만 보았기 때문에 훨씬 이해하기 쉬웠고 마음이 아리했다. 잊어버렸던 나의 유년기와 아동기를 다시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격동기를 맞으며 사회가 변화하고, 사고가 급변하고 있는 시대인데 전통을 붙잡고 끊임없이 충돌하여 상처를 내면서 살았던 이 땅의 많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소설이다. 그러면서 새삼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애증의 세월을 보내며 서로 마음 열지 못하며 한의 세월을 보낸 세대들.... 진정 화해할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이 있기 때문에 화해라는 말로 푸는 것이 우스운가? 서로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받았기에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은 고부간의 대립이 동구의 어른스러운 해결책에 의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두 세대간의 갈등에 동구라는 또 한 세대가 있었다. 알을 깨고 이전의 자아에서 새롭게 도약한 자아의 모습을 갖춘 동구가 대견스럽다. 아이들은 이렇게 해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나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겠지. 상처를 딛고 여전히 아름다운 정원을 가슴에 품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1970년대를 산 동구가 지금은 어느 집안의 가장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았던 시대보다는 이해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가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버지의 모습이 이렇게 변했을 테니....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나약한 동구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테니...

경제교육은 정말 필요한데....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ㅣ 어린이 경제동화 1
보도 섀퍼 지음, 김준광 옮김, 신지원 그림 / 을파소 / 2001년 8월

우리 나라가 IMF를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경제관념은 어릴 때부터 길러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어린이 경제서들이 눈에 띄게 출판되는 것 같다. 그 중 몇 권을 읽었는데 이 책은 '팰릭스는 돈을 사랑해'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정리를 해 보면 돈을 벌려고 하는 목적에서부터 시작하여 돈을 버는 방법, 관리하는 방법까지 돈의 순환과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정리가 된 책이다. 이 과정을 키라라는 여자아이가 한 일을 예로 동화가 구성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나의 시야가 좁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 나라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 그리고 실제 우리가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을 길러야 된다고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을 믿고 어른들이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를 자상하게 이야기해 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

핑계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여건이 아직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우는 경제란 고작해야 집에서 부모님들에게 할 일을 잘 했을 때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돈 벌기 그리고 어른들이 주신 용돈을 저축하여 통장을 가지고 있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책을 보면서 좀더 체계적인 어린이 경제교육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동화지만 앞으로 돈을 쓰거나 관리하거나 버는 데 있어서 어른이 배울 것도 있구나 싶었다. 단순히 벌고 저축하고 쓰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되, 자기가 잘 할 수 있고, 잘 아는 것,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버는 만큼 소비하는 것도 현명하게 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돈에 대한 관심이 있고, 흐름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하는 어린이에게는 괜찮은 책일듯 하다.

오래 곰삭아서 좋은 것이 있지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었다. 그때는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책은 한번 읽는 것보다 다시 한번 더 읽는 것이 좋은 책인 것 같다. 지금보다는 훨씬 어린 나이에 읽었는데 아마 다시 읽는 것같은 감흥이나 재미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요즘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많이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청소년보다 인생경험이 많은 어른 특히 어린 시절 시골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실감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래야만 이 책의 곰삭은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박완서라는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어쩜 이렇게 감각적으로 그 상황을 잘 묘사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도 역시나 그렇다. 고향 박적골의 생활을 묘사한 부분은 내가 그 속에서 어린 완서와 뛰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완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자글자글 끓는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역시 글쟁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제시대 고향 박적골에서 보낸 유아기부터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여 6.25전쟁을 겪는 20대 나이까지의 세월을 보내면서 점점 성장해가고 변해가는 박완서의 모습의 근대사에 소용돌이 속의 우리 서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 딸 둘을 신식교육시켜 여자도 당당한 삶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몸부림친 완서의 어머니 모습은 내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완서가 어머니의 가족을 향한 이기심이 부끄러운 적이 있었던 것처럼 나또한 할머니의 손녀사랑이 부담스럽고 창피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이런 조상들의 사랑과 억척과 인내로 길러진 자손들이다. 오류도 많았고, 정의롭지 못한 것도 많았지만 이들의 아픔과 헌신을 다시 한번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일상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ㅣ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일상에서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의 데이비드 폰더씨.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통장 잔고는 텅텅비고, 자신은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딸은 아파서 당장 수술을 해야 하고 중고로 바꾼 차는 상태가 엉망이고 이보다 더 밑바닥을 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그런데 사실 이보다 더 밑바닥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집도 고장나기 직전의 중고차조차 가지지 못하고 주머니에 동전 몇닢을 가지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그래서 더욱 밑바닥은 얼마든지 있는 것 같다.

데이비드 폰더가 힘들 때 결국 한바탕 꿈을 꾸듯이 인간이 살아가는 처세술이 될 수 있는 삶의 지침을 일곱 가지 배우게 된다. 역대의 위대한 사람을 차례대로 만나면서.....그 지침은 읽는 내내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삶인가 반성하며 마음을 다지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읽는 동안 이렇게 해서 인생이 성공할 수 있다면 이렇게 간단할 수 있다면 하고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역시 나보다는 한수 위였다. 이 일곱가지 지침이 몸에 배도록 매일매일 되새기며 실천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삶을 행복하게 남을 위해서 봉사하며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러한 희망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욱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새긴 이야기가 있다. 바로 평범한 한 사람의 결정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평범한 한 사람의 결정이 당장의 큰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더라고 시간이 흐르면서 중대한 변화의 작은 물꼬는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세에 대한 책을 제법 읽었지만 우화같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읽기에는 쉬웠다. 다음에는 어떤 사람을 만날까 궁금해 자꾸만 책장을 넘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다름을 심판할 수 없다.

위험한 하늘 ㅣ 사계절 1318 문고 26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이수련 옮김 / 사계절 / 2003년 3월

이 책을 읽으면서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가 생각났다.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두 이야기를 추상화시켜보면 결국은 인종차별에 대한 어른들의 특히 백인들의 잘못된 시각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백인과 흑인, 백인과 황인, 황인과 흑인의 차이가 차이가 아닌 차별로 생각하는 그릇된 시각이 아직도 우리에게 그대로 남아있는 일이다. 이미 흑인 노예제도가 없어진지 언제인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현실에서도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차이를 차별로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조물주가 처음 인간을 만들 때 생김이 다르다고 해서 얼굴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국가를 달리 선택해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차이가 아니라 차별받고 핍박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 평등한 조건에서 모두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그릇으로 살아가도록 만든 것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 아이 백인 버크와 여자 아이 흑인 튠이다. 튠의 조상들이 버크의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으로 버크와 튠은 어릴 때부터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이다. 하지만 동네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튠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이 범인으로 지목당한다. 버크는 튠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한다. 어린 청소년 시절 한번씩 겪을 수 있는 폭풍같은 사건이 지나가면서 평화는 찾아오지만 그 평화가 왠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버크는 이런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진실을 눈가리고 보지 못하고 적당한 현실과 타협하고 아닌 것을 정확하게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닌데....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이 이야기는 백인과 흑인의 차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내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차별로 받아들이고 배척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 다양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고정관념이 만들어놓은 이것은 이래야 한다 는 생각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