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었다. 그때는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책은 한번 읽는 것보다 다시 한번 더 읽는 것이 좋은 책인 것 같다. 지금보다는 훨씬 어린 나이에 읽었는데 아마 다시 읽는 것같은 감흥이나 재미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요즘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많이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청소년보다 인생경험이 많은 어른 특히 어린 시절 시골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실감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래야만 이 책의 곰삭은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박완서라는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어쩜 이렇게 감각적으로 그 상황을 잘 묘사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도 역시나 그렇다. 고향 박적골의 생활을 묘사한 부분은 내가 그 속에서 어린 완서와 뛰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완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자글자글 끓는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역시 글쟁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제시대 고향 박적골에서 보낸 유아기부터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여 6.25전쟁을 겪는 20대 나이까지의 세월을 보내면서 점점 성장해가고 변해가는 박완서의 모습의 근대사에 소용돌이 속의 우리 서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 딸 둘을 신식교육시켜 여자도 당당한 삶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몸부림친 완서의 어머니 모습은 내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완서가 어머니의 가족을 향한 이기심이 부끄러운 적이 있었던 것처럼 나또한 할머니의 손녀사랑이 부담스럽고 창피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이런 조상들의 사랑과 억척과 인내로 길러진 자손들이다. 오류도 많았고, 정의롭지 못한 것도 많았지만 이들의 아픔과 헌신을 다시 한번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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