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사는 맛 -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 ㅣ 요즘 사는 맛 1
김겨울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사는 맛은,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로, 배달의 민족 뉴스레터인 "주간 배짱이"에서 지난 2년 동안 연재한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처음부터 하나씩 읽을까 고민을 하다가,
차례를 보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부분부터 읽기로 했다.
- 실패한 듯 보여야 맛있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 (P.50) / 김현민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오랫동안 뉴욕 치즈 케이크에서 밀려나 있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눈에 띄는 메뉴다.
아무래도 유행의 파도 위에 다시 놓인 모양이다.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카스텔라의 진한 갈색에 비하면 거의 블랙에 가까운 표면이 매력적인 케이크다.
뭐든 약간 태운 듯해야 맛있어지는 게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케이크에서 불향이 난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썸네일 비주얼로는 제격이라, 배달의 시대 새로운 메인 상품으로 등극했는지도 모르겠다.
....
굽기 정도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실패한 케이크로 느껴지면 성공이다.
'실패로 보이는 때가 가장 좋은 때'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도 큰 매력이다.
최근에 나도 빠져있는 케이크가 바스크 치즈 케이크였기에 나도 모르게 저 타이틀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동네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단호박이나 흑임자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파는데, 매번 먹으러 갔다가 sold out이 되어 못먹다가 한 번 먹게 된 후, 가끔 홀케이크로 주문해서 먹고 있다.
하루는 엄마가 이거 근데 왜 이렇게 탔어? 이거 먹어도 되는거야? 라고 묻는 말에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
그 와중에 아빠는 이렇게 탄 걸 팔면 어떻게 하냐며.....
- 집밥 (P.138) / 박정민
가끔은 사치가 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본식과 후식을 동시에 주문하는데, 우연치 않게 두 명의 라이더가 동시에 집에 도착할 때도 있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한식 주방장과 디저트 주방장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주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순간 찾아오는 포만감만으로도 한 끼 식사는 뚝딱이다.
...
집에서 안 나가고 싶은 외로운 30대는 그렇게 끼니마다 특이점을 부여하며 주린 배를 달랜다.
...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고 "이야, 시원~하다"라고 외치면 어제 먹지도 않은 술이 해장되는 기분이다. 봉긋 솟아오른 배에 손을 올리고 소파에 누워 눈을 부인다. 극락이다. 더할 나위 없이 하찮아서 행복하다. '아, 내일은 또 뭐 시켜 먹지." 행복한 꿈나라 여행으로 두 시간 또 뚝딱.
개인적으로 '박정민' 배우님을 참 좋아한다.
잘생긴 미남형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뭔가 되게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게 되었는데, 책도 잘 안읽던 내가 책 욕심은 많아서 😅
하루는 조용하고 작은 동네 서점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 카페가 배우님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겸 서점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였을까...? 괜히 달리 보이고 사람이 지적여보여서 관심있게 보기 시작한 거 같다. 나혼산에서의 반전 매력도 귀여웠고ㅋ_ㅋ
사실 그간 좀 (양)아치 스러운 역할도 많이 하셨기에.. 동주에서의 모습은 좀 반전이였지만!
흔히 우리가 아는 집밥 이야기를 하는 줄 알고 봤다가 빵터지고 봤다.
엄마가 해주는 황금 올리브 치킨 이야기에, 우아한 녀석들이 주는 우아한 식사라닠ㅋㅋ
진심 너무 귀여웠닼ㅋㅋㅋㅋㅋㅋㅋ
- 꿀꺽 꿀꺽 꿀꺽 (P.179) / 손현
돌봄 노동을 통해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시작이 얼마나 연약한지,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다들 처음에는 누군가의 '아기'였다는 사실이 나를 겸솧나게 한다. 동시에 부모, 나, 자식 이렇게 삼대를 통시적으로 보고,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이게 곧 어른이 된다는 기분일까.
언젠가 성인이 된 딸이 만약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딸아, 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점심 메뉴를 고민 할 것이다. 오늘은 순두부찌개를 먹을지, 햄버거를 먹을지, 아니면 샐러드를 먹을지.... 뭐든 좋으니 굶지는 말아라. 그리고 네 초심을 잊지 않길 바란다. 너는 태어난 직후 6개월 동안은 모유를 제외하고 한 가지 맛의 분유만 먹었으니까. 그 분유도 조금이나마 늦게 주면 큰일 날 것처럼 떼를 쓰며 울곤 했단다. 살면서 어떤 음식을 접하든, 그걸 준비하거나 차려준 사람에게 꼭 감사인사를 표하면 좋겠다. 나아가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차릴 수 있다면 훨씬 더 근사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늘 맛있게, 꼭꼭 씹어 먹으렴."
참 별 거 아니지만, 어느순간부터 잘 하지 못했던 그 말.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퇴근 후 집밥을 제대로 가족들이랑 다 같이 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같이 먹을 때에도 저 말을 안하고 산 지가 너무 오래되어 잊고 있었던 말이다.
요 며칠 격리되면서 엄마가 밥 챙겨줄 때 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말을 하고는 싶은데, 차마 나오진 않아서
잔반을 남기지 않고, 접시도 최대한 설거지 하기 편하게 내놓곤 했는데, 표현 못하는 딸내미 마음을 알았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 지,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던 엄마.
엄마 격리 기간 동안엔 내가 좀 챙겨줄 수 있게 쉬십쇼...!
근사한 사람좀 되어보게...
-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 (P.301) / 핫펠트
'엽X 로제 떡볶이에 치즈 만땅 추가해서 먹고 싶다.'
'비빔면에 열무김치 얹고 차돌박이 살짝 구워서 먹고 싶다.'
'교X치킨 레드 콤보에 맥주 한잔하고 싶다.'
'잭X피자 한 판 시켜서 랜치소스 세 개 추가해서 듬뿍 찍어 먹고 싶다.'
'김치 송송 썰어서 고추장, 참기름 한 숟갈씩 넣고 팍팍 비벼 먹고 싶다.'
먹고 싶은 건 끊임없이 떠올랐고, 점점 구체적으로, 심지어 창의적으로 변해 갔다. 평소라면 귀찮아서 하지도 않을 요리들을 떠올리며 레시피를 수집했다.
...
저기압. 잠깐만 그거 뭐였지, 되게 좋은 명언 있었는데,
아.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였나?
그렇다. 어느 현인께서 말씀하셨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단백질이다. 살도 찌지 않고 든든하고 내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그런 고기!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인가 그런 거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고기는 살이 안 찌는 게 맞다(?).
요 며칠동안 간식도 못(?)먹고 술도 입에 안대고, 주신 밥상만 먹다보니까, 엄마가 해주지는 않을 자극적인 음식들이 자꾸 먹고 싶었고, 영상보면서 나오는 건 죄다 먹고 싶었는데,
그 중에서도 두꺼운 삼겹살인데 육즙도 있는 고기에 소주 한 잔이 참 절실했었다. 당장 못먹으니 킵해두기로 했고......
그리고 치킨도 너무 먹고 싶었는데 닭강정도 너무 땡겼고, 그러다 오늘 먹은 닭강정과 맥주 한 캔.....★
너무 행복했다. 역시 고기는 옳은 것!!
일상으로 돌아가면 제일 하고 싶은 게,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밥을 먹는 것이다.
아직은, 더 한동안은 조심해야 하겠지만, 어느 순간 다른이들이 나와 밥을 먹는 거를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시점에는, 그동안 날 잡아, 밥 먹자. 한 잔 하자, 했던 말들을 하나씩 지켜가리🙏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하겠지만, 나 또한 역시, 결국에는 맛있는 걸 먹고 기분 좋게 먹어야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안좋을 때, 퇴근 후 한 잔이 나를 다시 힘내게 하고 웃게 만드는 것 처럼..
오늘도 내일도 맛있게 먹는다.
달콤하고 상큼하고 고소한 인생을 위해!
다이어트...는 늘 입에 달고 사는 아가리어터지만, 그 어느 현인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했던 것 처럼, 오늘도 내가 먹은 닭강정은 맛있게 먹었기에 0칼로리일 것이다.
책을 덮고 마주하는 여러분의 첫 식사가
조금은 달리 보이길 바랍니다.
부디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나를 챙기는 따뜻한 감각으로 자리하길 빕니다.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