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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처음이지? 나도 그래
봉이 지음 / 생각의빛 / 2021년 2월
평점 :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 수록, 그냥 참 그렇다.
나는 그냥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는 거 같은데, 나이는 벌써 3N에 접어들었고 곧, 중반... 그리고 또 후반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냥 나만 나이 먹으면 괜찮은데, 사회는 내 나이가 결혼할 나이가 지났다며 족쇄를 주고 있고, 곧 노산이라며 겁을 주고 있다.
근데 사실 나는 기회만 된다면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 충분히 혼자서도 살 수 있을 만큼의 조건도 갖췄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에 전혀 조급해하거나 어려워하진 않고 있고, 아무래도 내 주변에 결혼을 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일까.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하나 싶다.
주변에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고 사는 지인들이 늘어날 수록, 이래저래 힘들어하는 고충들을 듣고 또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과연 막상 그 시기가 되면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지금 11살이 되신 우리 까야님을 보며, 애기 키우는 거랑 똑같다고는 생각을 하지만, 마냥 내가 혼자 키운 건 아니기에 또 다를 거란 생각에 겁이 났었다.
사실 보면 그렇다.
부모가 된다는 게, 사회 생활 초년생 처럼, 신입처럼 모든 게 다 처음이고, 뭘 해도 다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분명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옆에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도와준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만렙이시긴 하시겠지만, 사실상의 경력 단절이신지라 처음엔 어려우실 수 있을 것이고, 24시간 내 옆에서 계속 도와주실 수가 없으니, 이건 오롯히 내가 나 혼자 감당해야할 몫일거다.
그럼, 내가 그 전에 조금이라도 준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니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우리 부모님도, 처음으로 부모가 되어 애기를 키운 게 내가 처음이였기에, 그리고 성격상 낯간지러운 말은 못해서 표현이 서툴렀기에 나에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는 대신 반대로 내 먼훗날에 있을 지 없을 진 모르는 아가를 위해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먼저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자, 이해의 폭이 넓어 어떠한 행동에도 편견이나 범위를 지정하지 말고 아량을 베풀고,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습관을 들이자 싶어 행동과 생활 습관을 고치려 노력 하고 있다.
비단 아기를 위한 길이 아닌, 내 자체를 개선해야하는 길이기에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조금씩 리마인드해가며 지내다보면 습관이 되겠지!
얼마전에 동료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고객님 문의 중 요근래 좀 황당한 질문이 있었는데, 애기 스킨케어 순서가 어떻게 되냐는거야, 그래서 고객님은 기초 바를 때 어떤 순으로 바르세요?라고 물어보니 스킨, 로션, 크림 순으로 바른다고 하길래, 애기도 그 순으로 발라주면 됩니다. 했더니 아 그렇구나 라고 하더라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애기 화장품은 조금 더 다를 줄 알고 문의를 하는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애기"꺼는 다른 걸까? 싶으면서 조금은 황당하지만 그럴 수도 있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살짝 안되었다.
그치만 또 내가 막상 엄마가 된다면 나도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기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 몸하나 건사하기 힘든 현실인데, 내가 어떠한 생명을 책임지고, 잘 자랄 수 있게 한다는 게....
힘들면서도 작은 손짓 하나에 울다 웃고, 지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가 미안해서 내 자신을 탓하고, 또 다시 재롱을 보고 깔깔 거리고 웃고.. 천만분의 1도 안되겠지만, 조금은 이걸 보면서 현실 육아를 봤다고 해야될려나
제일 마지막 페이지인 에필로그에, 엄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말이 있다.
뭐지 하고 보니, "출산 이후, 엄마의 나이는 거꾸로 흘러 아이와 함께 아이의 나이를 먹어갑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서로가 서로를 성장하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존재 입니다. 엄마 나이 이제 세 살! 이 넓디넓은 세상이 배움에 있어 아주 신비롭고 재미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니까,
애기와 함께 모든 게 다 처음 시작하고 배워야하는 거기에....
소소하지만서도 작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이였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고,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또 한 번 다시 대단하고 멋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