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도 재밌는 제목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셀프 유배를 자청한 작가님의 정말 유쾌하고 재미난 글을 읽다보니 마치 내가 제주도에 가있는 기분이 문득 들었고,
또 내가 잠시나마 머물렀던 곳을 가계셨기에 다시금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던 대목.
사는 건 쪼이고 마음은 펴고 싶었습니다.
나태한 몸은 다그치고, 조급한 마음은 뉘고 싶었습니다.
웅크리지 말 것. 불안하지 말 것. 습관 같은 슬픔을 떨치고, 끈질긴 죄책감과 적당히 협상할 것.
너무 느긋하지 말 것. 너무 편안하지 말 것.
몸이 바빠 마음이 게을러질 것.
몸이 고되 마음이 덜 아플 것.
그리하여 연민과 비하는 이제 남의 것 아니 없는 것.
- P.7 / 에필로그 같은 프롤로그 中
본격적인 유배 일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일기의 마지막에는 그날 그날의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나도 정말 내 자신에게 궁금한 부분 중 하나인데,
진짜 왜인지 모르겠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어디든 가게되면, 꼭 무작정 걸어다닌다.
또 보부상 체질이라 가방 안에도 이것저것 온갖 잡동사니를 다 지니고 다니면서, 그렇게 무작정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하루의 마무리에는 기본 2만보, 많게는 3만보도 걷고 있는데 그 모든 순간이 몸은 조금, 아니 솔직히 많이 힘들지만, 얼마나 뿌듯하고 짜릿한지..
2일.
길을 잃어도 달콤산 곳. 제주
- 눈 뜨고 한 시간씩 꾸물대는 아침이 늘 한심했기에,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10분 안에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로 했다.
- 보말 칼국수, 내겐 너무 맛있는 그것.
바다를 보고 앉아 있자니 애쓴 걸음이 애쓴 삶 같았다. 삶의 어느 대목이 문득 억울하기도 했다. 억울함을 꺼내 보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나의 모든 감정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지금의 여행은 그에 유용하다.
가식은 필요 없다. 지금 나는, 백 퍼센트 혼자니까.
300분 3만 보 23km를 쉬엄쉬엄 다 걷고 근처 책방을 찾아 지도를 따라 조금 더 걷는데, 가는 길이 달콤하다.
달콤하다가 길을 잃었다. 끝내 책방에 닿지 못하고 겨우겨우 숙소를 찾아와 몸을 뉘어 쉬는데 여전히 그 길이 눈앞에 삼삼했다.
길을 잃어도 달콤한 곳. 제주는 역시, 그런 제주. - P.40
50대의 나이에,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던 남편분을 두고 내려가기까지..
어쩌면 쉽지 않았을 결정인데, 스스로 나이 먹고 해둔 게 없어 못난 사람 사람이 되었다니.....
아닙니다 작가님,
진짜 너무 멋있는 분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