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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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참 이상하다.

왜 그렇게 다녀와도 또 가고 싶은걸까

멀티가 정말 안되는 내가,

한동안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 없이 지내다가

바쁜일이 끝나자마자 또 바로 게으름 시전....

책도 안읽고, 블로그도 방치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드라마, 예능도 안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난김에 블로그 홈을 보니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신청을 하였고, 감사히 선정이 되어 읽을 기회가 생겼다.


참으로도 재밌는 제목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셀프 유배를 자청한 작가님의 정말 유쾌하고 재미난 글을 읽다보니 마치 내가 제주도에 가있는 기분이 문득 들었고,

또 내가 잠시나마 머물렀던 곳을 가계셨기에 다시금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던 대목.

사는 건 쪼이고 마음은 펴고 싶었습니다.

나태한 몸은 다그치고, 조급한 마음은 뉘고 싶었습니다.

웅크리지 말 것. 불안하지 말 것. 습관 같은 슬픔을 떨치고, 끈질긴 죄책감과 적당히 협상할 것.

너무 느긋하지 말 것. 너무 편안하지 말 것.

몸이 바빠 마음이 게을러질 것.

몸이 고되 마음이 덜 아플 것.

그리하여 연민과 비하는 이제 남의 것 아니 없는 것.

- P.7 / 에필로그 같은 프롤로그 中

본격적인 유배 일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일기의 마지막에는 그날 그날의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나도 정말 내 자신에게 궁금한 부분 중 하나인데,

진짜 왜인지 모르겠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어디든 가게되면, 꼭 무작정 걸어다닌다.

또 보부상 체질이라 가방 안에도 이것저것 온갖 잡동사니를 다 지니고 다니면서, 그렇게 무작정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하루의 마무리에는 기본 2만보, 많게는 3만보도 걷고 있는데 그 모든 순간이 몸은 조금, 아니 솔직히 많이 힘들지만, 얼마나 뿌듯하고 짜릿한지..

2일.

길을 잃어도 달콤산 곳. 제주

- 눈 뜨고 한 시간씩 꾸물대는 아침이 늘 한심했기에,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10분 안에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로 했다.

- 보말 칼국수, 내겐 너무 맛있는 그것.

바다를 보고 앉아 있자니 애쓴 걸음이 애쓴 삶 같았다. 삶의 어느 대목이 문득 억울하기도 했다. 억울함을 꺼내 보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나의 모든 감정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지금의 여행은 그에 유용하다.

가식은 필요 없다. 지금 나는, 백 퍼센트 혼자니까.

300분 3만 보 23km를 쉬엄쉬엄 다 걷고 근처 책방을 찾아 지도를 따라 조금 더 걷는데, 가는 길이 달콤하다.

달콤하다가 길을 잃었다. 끝내 책방에 닿지 못하고 겨우겨우 숙소를 찾아와 몸을 뉘어 쉬는데 여전히 그 길이 눈앞에 삼삼했다.

길을 잃어도 달콤한 곳. 제주는 역시, 그런 제주. - P.40

50대의 나이에,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던 남편분을 두고 내려가기까지..

어쩌면 쉽지 않았을 결정인데, 스스로 나이 먹고 해둔 게 없어 못난 사람 사람이 되었다니.....

아닙니다 작가님,

진짜 너무 멋있는 분이세요!!

걸으면서 기록하는 게 제법 습관이 되었다.

길은 느려지겠지만, 남은 메모는 빠르게 잊히는 기억들을 단단히 붙들어 준다.

끄적이고 되새기다 보면 별거 아니지 싶던 말에도 의미가 돋아나고, 사소한 대상도 고유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혼자 걷는 걸음은 사유로 이어진다.

걸음과 사유와 고독이 어우러지며 나와 자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든다.

지쳐도 아파도 더 걸을 수 잇는 것은 걷겠다는 의지 그 이상의 것, 가장 아래 걷는 발과 가장 위 영혼 그것을 둘러싼 자연의 합일에서 오는 충만감이 아닐까.

- P.179 / 걸으며 세상을 읽는다 中

울진, 바닷가에 책방...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가득했던 부분..

그리고 토끼멍

혼자만의 시간은 얼마를 가져도 늘 부족한 것

소보로빵과 단팥빵

김밥과 막걸리...


언젠가,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제주도에 내려가 잠시나마 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시간이였다.

막상 내려가있을 땐, 하루하루 여기가 제주인지, 육지인지 모르게 의미없는 곳에서 의미없는 시간만 보내다 온 거 같은데, 왜 그때는 그게 어쩌면 다시 없을 기회란 걸 몰랐던건지..

작년 겨울을 마지막으로 잠시 잊고 있던 제주도였는데...

올 가을,

다시 한 번 제주도를 느끼러 가봐야겠다.

그리고 그 길에서 작가님을 만나게 된다면,

제주도 막걸리, 다정하게 한 잔 따라드리고 싶다.

오십엔, 제주가 제철입니다. 여행이 제철입니다.

주저말고, 떠나셔요. 저절로 술술, 잘 풀릴 거에요. 여행도, 인생도.

* 이 책은, 푸른향기에서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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