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3 - 김남미
맞춤법이 도대체 왜 필요하죠? 그냥 소리나는대로 쓰면 누구나 편할텐데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 믿습니다.
[사리파꾜뻐비 이고세피료한가]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쓴다면 어떨까요? ‘사립학교 법이 이곳에 필요한가’는 읽기 쉽죠. ‘학’은 배울 학이라는 글자 느낌이 금방 옵니다. 그러나 저렇게 써두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즉, 문자는 쓰기만 하지 않습니다. 읽는 경우를 항상 전제해야 합니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발음 나는 대로 편하게 쓰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해독불가에요.
부산경남사람들만 구별하는 발음이 있습니다. 한번 발음에 도전을 해볼까요. ‘22, 2e, e2, ee’ 바로 이 발음이죠. 숫자 2는 부드럽게, 알파벳 e는 강하게 발음합니다. 부산경남 사람들 이외에는 굳이 이 둘의 발음을 구별할 필요성을 못 느끼나봐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던 당시에 존재하던 자음과 모음이 지금은 사라졌죠. 모음에선ㆍ(아래아)가 없어졌고, 자음에서는 ㆁ(옛이응), ㆆ(여린히읗), ㅿ(반치음)이 없어졌습니다. 먼 훗날에는 ‘내, 네’, ‘쟈, 자’의 구별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굳이 구별해서 발음하지 않으니까요. 글자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기도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변하는 예는 가까이 있습니다. ‘하였읍니다’라는 말 때문에 고통받은 분 있으신가요? 어릴 때 ‘습’으로 쓰면 될 글자를 왜 ‘읍’으로 써서 모든 사람들이 이런 고생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다행이도 저의 간절한 바램을 1989년도에 문교부가 반영을 했나봐요.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언어는 변화합니다. 그 변화의 흔적이 오늘날 남은 단어들 속에 존재해요. 문법학자들은 그 단어들을 보고, 문헌을 살피고, 방언을 확인하면서 옛 질서를 밝힙니다. 저자가 맞춤법을 가르치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맞춤법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너무 관심을 가진답니다. 우리말의 질서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주장합니다.
겹자음 중 어떤 발음이 탈락하는가는 방언마다 다릅니다. 밟다 [발따 vs 밥따], 밟고 [발꼬 vs 밥꼬] 글을 읽을 때 뭐라고 발음하나요? 표준어는 뒤에 있는 발음이라고 합니다. 이 원리를 많은 학자들이 연구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전화세’는 틀린 말입니다. 세금이 아니라 사용한 양에 따라 금액이 부과되니까 ‘전화료’가 맞는 말이죠. 그러나 ‘전화세’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국가기관이 언어 사용을 강제하고 획일적으로 이끌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언어의 자율성을 가로막아요. 이 대목에서 국어학자들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멍게’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으니 표준어로 제정할지 ‘우렁쉥이’라는 표준어가 있으니 표준어를 고집할지 머리가 복잡했겠어요.
저자는 똑같은 제목의 책을 세 권 째 출판했습니다. 맞춤법 책을 세 권이나 내다니 그만큼 맞춤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죠? 그만큼 글을 쓰면서 맞춤법에 신경을 쓰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을 방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