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 책 도대체 뭐야?”

야심한 밤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말을 혼자서 몇 번이나 되뇌게 하는 산문집이네요.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추와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낯설게 느껴질 만큼 제 머리를 멍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내용은 소설 같습니다. 사실이라기에는 너무도 사실적이거든요. 현장에서 주인공과 시공간을 함께한 기분입니다.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몰입감이 대단해요.

 

이혼남 이석원이라는 작가와 이혼녀 김정희라는 정신과 의사의 사랑 이야기로 요약됩니다. 일견 보면 드라마 소재로 쓰일 진부한 내용이네요. 그런데 저자의 이름도 이석원, 주인공의 이름도 이석원. 하는 일도 작가 겸 밴드 리더로 같습니다. <보통의 존재>라는 첫 작품을 내고,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장편 소설을 썼다는 내용도 작가 이석원의 삶과 같네요. 그렇다면 김정희라는 여자를 만나 소개팅을 하고,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내용도 사실일까요?

너무 지나치게 솔직하지 않나 걱정도 됩니다. 물론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운 없는 사람을 가리기 위해 가위바위보로 대회를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라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팩트가 아닌 허구일 수도 있다는 암시도 줬습니다. 그러나 책 전반에 나오는 이 내용은 저자의 실재 경험인가봐라는 의구심을 지우지는 못합니다.

 

중년 남녀의 사랑이 애틋해봐야 얼마나 애틋하겠어? 이런 의문을 여지없이 짓뭉개 버립니다. 아주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사랑에 있어서조차 이기적인 느낌마저 드는 남자 주인공. 남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관심도 없고 다만 일주일에 한 번, 육체적 사랑만을 요구하는 여자 주인공. 시시하리만치 남자 주인공의 승리로 끝날 듯 했습니다. 그러나 심리 묘사가 너무도 생생합니다. 하이라이트 부분인 주인공이 떨어진 핸드폰을 보며 이성을 잃습니다. 이때 저도 충분히 공감이 될 정도에요. 첫 소개팅의 엇갈림, 각각 주인공의 내면세계, 마지막에 떨어진 휴대폰까지 치밀하게 짜인 복선 때문이겠죠.

 

돈에 쫓기는 것만큼 영혼이 파괴되는 일은 없나니. 사랑도 연애도 그 다음이나니.’ 이런 말을 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했나 봐요. 저자가 글쓰기라는 힘든 과정에서 느낀 좌절, 그저 밥벌이로 전락한 아들의 꿈, 그때 만난 운명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 등. 이들을 어머니의 입을 빌려 이석원이라는 아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실성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작가가 하고픈 말을 어머니를 통해서 전해서 그렇겠죠.

 

저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책 여기저기에 숨어 있습니다.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너무 어두운 내용이라 숨기고 싶은 부분도 존재해요. 저자가 이 세상은 이러이러 해라고 말할 때 저자와 대화를 하게끔 만드는 재밌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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