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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평점 :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그림애호가로 가는 가는 길이란 제목에 혹시 그림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인지.. 의아심이 생겼다.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고자 함인가? 그렇다면 왜?
책장을 열어보기도 전에 책의 제목을~
책표지에 조각조각 배치된 작은 그림들을~
유난히 이리저리 살펴보게 됐다.
책의 뒷장을 보면서 비로소 이 책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게된다.
"그림동네를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작은 시작을 열어줄 책! "
"그림 잘사고 모으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그림을 좋아하고, 몇점 소장하고픈 마음은 있으나,
그 과정이 너무나 생소하여, 차마 사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그림을 사는 것이.. 수집하는 것이 결코 사치스러운 소비가 아닌,
해볼만한 일이고,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책인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종종 전시회도 하는 지인이 있는데..
가끔.. 너무 갖고 싶은 그림을 볼 때가 있지만..
차마.. 그림의 가격을 묻기가 민망해서... 한번도 가격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얼핏 들으니.. 액자값만 30만원이 넘고.. 그림은 재료값이 얼마인데...
대충.. 그런 말은 옆에서 듣고 아예 그림 살 생각은 아예 접어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림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미리 포기하기 전에 작가에게 진심으로 그 그림을 갖고싶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첫번째 그림 구입과정은 일반인들이 그림을 처음 살 때 어떤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음 그림을 사려고 마음을 먹은 작가는 오랫동안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을 그림이기에 신중하게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림을 살 계획을 세웠다.
그게 택한 첫번째 화랑 문턱 넘는 방법은 인터넷 홈페이지의 활용이었다.
인사동의 역사가 오랜 화랑의 홈페이지에 약 20점의 그림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림을 살펴본 후 큐레이터에 메일을 보냈다.
'미국사는 동포인데 집 벽에 걸어놓고 아이들과 감상할 수 있는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의 그림을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며칠 후 이미지가 첨부된 답신을 받았고, 그 그림은 임효 화백의 <꽃비>라는 작품이었다.
다른 애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맨 처음 골라서 산 작품은 현재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단다. 아마도 안목의 부족함 때문이리라...
이런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큐레리터와 통하는 것이다, 그림을 처음 사는 애호가라면 화랑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거기 소개된 그림을 보고,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하면, 그림을 사기도 전에 금액때문에 주눅들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럽게 큐레이터의 성품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역시.. 인터넷 시대에 사는 편리함인것 같다.
그림을 구입하기 전에 그림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싶으면 미술강좌를 들어보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거나, 기분전환이 되는 기회를 자주 접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림의 세계에 일단 발을 들여놓고 그림을 수집하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는 사람이 바로 큐레이터이다.
매일 그림을 접하는 큐레이터는 그림을 보는 안목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고, 단골고객에게는 할인을 해주기도 함을 귀띔해준다. 좋은 큐레이터를 만나는 것도 좋은 그림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인가 보다.
한번쯤 좋은 그림을 사서, 우리집에 걸어두고 감상하고픈 욕심은 있으나, 막연히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지레 포기하고 있었던 그림을 산다는 것.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그림수집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서 이야기 해주는는 그림 수집의 이야기가 나름 재미도 있고, 호기심을 자극시키기도 한다.
또한 그림을 모은다는 것에도 나름대로의 짜릿한 즐거움이 숨어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림은 특별한 이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살 수 있음을..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인지하게되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