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5살이 된 딸과 엄마가 한 방에서 드레스를 고르고, 음악을 고른다.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잠시 눈물을 흘리고, 다시 웃으며
"이거 어떨까?",  "저거 어떨까?", "그래.. 그게 좋겠다...그걸로 하자"
이야기를 하고... 함께 결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엄마의 장례식 준비이다.
암으로 오래 살지 못할것을 아는 엄마는 생의 마지막 파티라고 여기는 듯 장례식 준비를 스스로 계획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음악을 고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의식은 반드시 치뤄야겠지만,
정작.. 본인은 보지도 못할 장례식을 스스로 준비하는 이유가 뭘까?
알아서 잘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는게 정상적일텐데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을 당당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던 엄마..
그런 엄마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것은,
어쩌면.. 자신의 장례식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은,
완벽해지고 싶은 생에 대한 마지막 열정이고..
남겨진 가족을 위한 배려일거라고 생각해 본다.

11살 어린 남편이 있고, 4명의 딸이 있는

아직 젊은 엄마는 죽음을 앞두고, 추억과 사랑이 가득한 일기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리사, 제니퍼, 아만다
그리고아직 사춘기에 불과한 15살의 막내딸 한나.
딸들은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없더라도 이 딸들이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을 남기고 결국 엄마는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다.
가족들에게 엄마에 대한 기억은 그리움이고, 아쉬움이고, 행복한 추억이고, 큰 슬픔이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추억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다시 미소지을수 있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엄마의 향기이기 때문에...

 

엄마가 있다는 것. 엄마가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것인지...

그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을 때는.. 아마도 엄마가 더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을 때가 아닐까...

엄마가 떠난 뒤 삶 구석구석에 묻어있던 엄마의 모습들을 느끼는 딸들의 모습이 너무 슬펐다.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자꾸만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엄마인 바바라였다면...? 또는 리사였다면? 제니퍼, 아만다였다면...
아직 어린 한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끝없는 가정을 하면서 읽게 된다.
과연... 죽음을 앞에 두고 나도 바바라처럼 차분히 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죽음을 믿고 싶지 않거나... 화를 내거나... 절망에 빠질것이다...

그리고... 체념을 하겠지... 이렇게 죽는 거구나.. 하면서...

 

언젠가.. 살아계신 나의 엄마도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올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런 날이 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지만...

보이는것, 들리는 것의 대부분을 자기가 인식하고 싶은 부분만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것이 사람이듯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고 싶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읽었다.

뭐니뭐니 해도... 살아있을때 잘 하며 살자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을때.. 내 가족들... 남편, 아이들에게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함을...

내 부모님과 동생들이 살아있을 때, 후회없이 잘 해야함을...

그래서... 뭔 훗날.. 서로 이별해야할 시간이 다가왔을때,

후회보다는 따뜻한 추억을 나눌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떠난 뒤 내 아이들이 나를 떠올리면서, 두려울 때 용기를 내고, 지쳐있을때 위로가 되고,

외로울 때 가슴 따뜻해질 수 있다면...

엄마로써... 아쉬움 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바라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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