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복잡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그것을 의식하는 한 누구나 섬세함이라는 상식을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존재이므로 나의 틀 안에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단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예술가는 못 되지만 문학이우리에게 주려는 것, 인간이 가진 단 하나의 고유성을 지켜주도록 돕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다. - P96

하지만 그 학원이 삼 개월 뒤 문을 닫는 바람에 춤을 향한나의 오랜 꿈은 허망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나의 엄마는 지원자격이 60세까지인 노인대학의 고전무용 강좌에 나이를 여섯 살이나 속이고 들어가서 ‘나비‘라는 애칭까지 얻어냈건만,
나는 그런 ‘가문의 기예를 더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133

초보가 된다는 것은 여행자나 수강생처럼 마이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들어가는 것, 친구와 멀어지는 것, 어떤 변화와 상실.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낯선 일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살아본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초행이다. 그러니 ‘모르는 자‘로서의 행보로 다가오는 시간을맞이하는 훈련 한두 개쯤은 해봐도 좋지 않을까. - P147

우리집에 있는 가장 오래된 물건은 뭘까. 나의 대학 시절 필기 노트? 고등학교 졸업 앨범? 국민학교 성적표? 첫장에 백일사진이 붙어 있는 어릴 때의 앨범? 외가의 첫아기였던 나의 출생을 기다리며 이모들이 떠준 양말?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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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은 단순한 객관 사물로서 글의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물과 경험 가운데 특별히 글 쓰는 이의 마음에 들어온 그 무엇이다. 쓰는 이의 마음에 특별히 들어왔다는 것은 쓰는 이의 삶 속에서 그 무엇이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말한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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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기 때문이다.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익명성은 가장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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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당신의 두 눈, 정보를 해석하고 세상과 호응하는당신의 방식은 귀하고 소중하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화려해서가아니다. 유일해서다. 당신이 이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렇다. 그러니 부디 질문하기를, 입장을 갖기를 드러내기를!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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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작가는 장소와 의미가 어떻게 긴밀하게 관계 맺는지보여준다. 단행본 책 한 권이 서점 매대에 있을 땐 ‘상품‘, 유통 창고에 있을 땐 ‘재고‘, 쓰레기장에 있을 땐 ‘종이류 쓰레기‘, 공공도서관에 있을 땐 ‘장서‘, 작가나 독자의 품에 있을 땐 ‘작품‘으로 의미가 바뀌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렇게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의 의미를 유연하게 다룰 줄 아는 생각의힘이 바로 에디토리얼 씽킹이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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