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아름다움을 알려준최승자 시인에게

글이 쓴 사람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영하는 것을 보아왔다. - P13

내 인생에 만만찮게 멋진 언니들도 생겼다. 버지니아 울프와 리베카 솔닛과 오드리 로드와 박완서와 젊은 여성 작가들의 저작이 책꽂이의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장애학과 동물권과 이주민에 관한 책을 꾸준히 들인다. - P14

혹자의 지적대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할 능력은 없지만 비난할 능력은 있는 사람만을 양산하는 척박한 현실에서, 책과글쓰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이해의 심층에 도달할 수 있을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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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은 《수학의 정석》같이 기본 원리를 일러주는 책이고, 《쓰기의 말들》은 사전처럼 옆에 두고 필요할때마다 찾아보는 책이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자습서같은 책이에요. 그사이 은유도 달라졌죠. 다른 은유가 쓴 다른책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 P11

퇴로없는 삶에 복종해온 탓이다. 인생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엄마로 살면서 길러진 낙타의 근면함과 수동성이 나를 쓰는 자리에 데려다놓았고 나는 ‘그래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 P13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다른 측면이 보인다. 낙타같은 모성이 저도 모르게 해낸 것들이 있었다. 엄마로 사는 일은 나의 욕구를 접고 타인의 욕구를 우선에 두는 일이다. 아침에 눈뜨기 싫어도 아이를 밥 먹여서 등교시키려면 일어나야하는 식이다. 그건 나보다 남을 위하는 차원이라기보다 나와남이 분리되지 않는 기이한 상태에 가까웠다. - P12

그래서 이번 책을 쓰면서는 혐오나 차별적 표현이 있지않은지, 인용구 원작자의 나이나 성별 등 균형을 고려했는지,
성급하고 편협하게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등 세심히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도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견은 깨지기전까지 그것이 편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 P14

안 보이던 사람이 보이는 일은 일상의 작은 혁명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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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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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가성비템. 새로운 한국 소설가를 만나는 기쁨. 소설에 이어지는 인터뷰가 있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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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때문에 보자고 한 거야." - P160

"이게 왜 너한테 있어?"
"받았으니까." - P161

술을 많이 마셨고 대다수 사람을 미워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적어도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순정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아이였기 때문에. - P164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은 영성체를 받을 수 없어.
나는 순정의 단호한 목소리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 P165

그러니까 드세고 제멋대로일 수도 있는여자. 그 당시 나는 순정과 흠뻑 사랑에 빠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참을 수 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 P168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수가 나서서 그 둘을 깨웠다면 나는 짜증을 부렸을 확률이 높다. - P171

뭘 이런 걸 다. 다 컸네, 우리 애기. 나는 얄미워 죽겠는 마음이 약간 누그러지는 걸 느꼈지만, 그럴라치면 늘 백화점에서 값비싼 압력 밥솥을 찾아 돌아다니는, 마르고 하얀 스물일곱 새댁이 떠오르고 말았다. - P173

"뭐하게?"
"재밌는 거."
"이상한 거 하지 마."
"이상한 게 뭔데."
"아무튼, 나 진짜 싫어." - P175

"걔는 지 엄마만 끔찍이 아껴." - P181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이후 나는 순정만큼은 아니지만, 소량의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먹고 있다. 중소기업의 적은 월급에 비해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았고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내 집은 없는데남의 집이 너무 비싸서, 손 안 대고 돈 버는 사람들이있어서, 애인이 미워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이 헐었다. - P185

"평생 외로움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그 사람을 보살필 수 있니?" - P187

"비가 너무 많이 와."수가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재워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고민을 좀 하다가, 모른 척했다. - P194

우리 중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 순간 우리 가족이 가진 축축하고 퀴퀴한 기억들이 전부 엉켜버렸다고 생각했다. 엄마가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도요. - P196

최근 제가 스스로에 대해 한 치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아서, 요즘에는 제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불쑥 솟는 기억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내가 이랬구나, 저랬구나, 그런 일에 천착하고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나는 나를 한 치도 모르는구나, 하는 굴레에 빠집니다. 그래서 스스로 단정짓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P199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마구잡이로 뻗어 가는데, 통상적인 세상의 인식은 그런 의외성을 외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조차 그런 데서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요. 사람들은 과연 언제나안전한 방식으로 관계를 꾸릴까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안온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소설이 ‘일상의 서사‘로 흘러가지않게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살아가듯이 제 소설의 인물들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 P200

‘트라우마‘가 ‘그리움‘이 되는 방식은 그것이 ‘관계‘로 말미암아 생겨났기 때문이에요. - P205

저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의문이 많았어요. 그렇게 몽글몽글한 것만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요. 물론 어떤 함의를 지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사랑‘은 어찌 보면 가혹한 것과 같거든요. 마음을 주게 됨으로써 일어날 예기치못한 일들을 감수하게끔 하는 감정입니다. - P205

괴롭더라도 마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타인의 "고통과 우울, 그리움"
을요. 저도 화자가 로봇 청소기를 끌어안았듯이, 얼른 달려가서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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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후 나름대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요.
작년에는 운이 좋게도 계절마다 단편을 발표하고 장편 출간도 했습니다. - P137

지워지지 못하고 다음 날로 이월되는 계획들이 이를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어긋나는 삶의 방향과 ‘오늘 할 일‘을 연결시키고자 했던 특별한 계기랄지, 까닭이 있으실까요? - P138

동일 인물이 다른 두 소설에 등장한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습니다. 이들은 애매하게 무례해요. - P141

보상받을 수 없는 보상에 대해 더 부연할 부분이 있으실까요? - P143

어쩌면 대부분의 보상이 ‘보상 같은 것‘ 수준에서 멈춰버리는 게 아닌가 싶고요. 아마도 그 조차도없는 상황이 더 많겠지요. - P144

최근에는 매일 90분을 쓰자고 마음먹고 스톱워치를 맞춰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존 르 카레가 작가생활 초기에 90분씩 글을 써서 소설을 완성했다는이야기를 보고 힌트를 얻었거든요. 아마 그가 첩보요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그렇게 글을 쓰지 않았나 - P146

잠을 많이 자면 머리가 이상해진다. 그런데 나는7. 이상해지는 느낌이 좋다. - P151

그리고 육개장은 괜찮으니 떡과 귤만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수는 소주를 마시며 말했다. 나는 네 고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온 거야.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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