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해 모두 힘들었지만, 쌍둥이 덕분에 우리는 가족으로 뭉칠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시간을 통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다. 또한 인생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는 걸, 나는 쌍둥이를통해 깨달았다. 우리 가족에게 고통은 운명을 길어 올리는 원동력이자 사랑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니 고통을 잘 따라가볼 일이다. 꿀같이 달디단 열매가 거기 스윽 열려 있다. - P25

가까운 가족조차 내가 청각장애로 애를 먹는다는 걸 잊을 때가 많다. 대신 전화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상한 눈으로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전화 통화가 불가능해서라고 설명해도, 또 도돌이표다. - P35

이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은 나의 탈출구다. 나의 슬픔, 나의 한탄, 나의 목마름, 나의안타까움. 하지 못한 많은 말을 글로 토해내며 글로나마 나를위로한다. - P39

‘첫‘이 붙은 단어는 설레기 마련이다. 첫눈이나 첫 키스처럼. 첫사랑도 그럴 테다. 그런데 나의첫사랑은 양희은의 노래제목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 P55

"미안하다, 삼촌이 이거밖에 못 줘서."
사양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가는 삼촌에게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삼촌을 붙들고 울고 싶었지만, 또 다시 삼촌 가슴에 두레박질하기엔 내 나이가너무 많았다. - P81

"그려, 시작한 김에 오늘 다 야그해삐리지. 머, 나가 언제이 야그를 어디 가서 하겠응이?"
할머니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 P93

소맷부리로 질금거리는 눈물 찍어내며 웃는 할머니. 눈이 안 보인다는 핑계 삼아 할아버지에게 좀 더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아닐까.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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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가 유진을 가족 식사에 초대했을 때 둘은 데이브가 만든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으깬토마토에 다진 소고기와 양파, 파프리카를 넣어서만든 소스를 덮고 치즈를 잔뜩 올린 스파게티는유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유진은 입에넣은 스파게티를 우물거리면서 한동안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 P9

유진은 데이브를 따라 포크로 스파게티 면을 둘둘 말아 한입에 넣었다. 데이브가 웃음을 터뜨렸둘 다. - P13

"친절한 타입이네요?"
"뭐, 아는 걸 모른다고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나도 뭐 하나만물어봐도 돼요?"
남자가 여전히 빨간 눈을 반짝였다. 유진은 대충 끄덕여 보였다.
"답을 알면 말해줄게요." - P43

저렇게 깔끔한 하얀 티셔츠를 입고서, 저렇게반짝이는 곱슬머리를 하고서, 저렇게 사랑스럽게웃으면서, 저렇게 해맑게 손을 흔드는 잘생긴 남자가 만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해 경비원에게 쫓겨나고, 길거리에서 쭈그리고 울다가 담배를 꿔달라고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 P51

그러니까, 데이브가 집에서 물담배를 피우겠냐고 물었을 때 ‘난 물담배 피우러 너희 집에 가긴 갈건데 섹스는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 P56

"왜 미리 말 안 했어?"
"뭘?"
"섹스하기 전에 나랑 손은 잡고 싶지 않다고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게 기본 에티켓 아냐?"
그 후로 유진은 여러 번 같은 농담을 반복했다. - P58

그러니까 데이브의 말은 이랬다. 자신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유진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관계라는 게 한쪽이 끝내면 끝난 게 아니겠냐고. 유진이 그렇다면 자신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 P67

정식으로 처음 뵙는 여자 친구의 어머니께 설선물로 이렇게 작은 화분을 드리는 30대의 남자가있을까? 유진은 잠시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둘은 이미 그 문제로 다툰 적이 있었고, 그때 데이브가 주장했던 선물들을 떠올리면 화분은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 P87

"그럼 왜 위험한 시간까지 술을 마셨어? 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그리고 그게 왜 내 책임이 되는 거야? 네가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게 내 책임이야?"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다 맞아. 유진은 전화를끊어버렸다. 친구가 말없이 정종을 한 잔 더 주문해서 유진의 앞에 놓았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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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복잡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그것을 의식하는 한 누구나 섬세함이라는 상식을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존재이므로 나의 틀 안에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단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예술가는 못 되지만 문학이우리에게 주려는 것, 인간이 가진 단 하나의 고유성을 지켜주도록 돕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다. - P96

하지만 그 학원이 삼 개월 뒤 문을 닫는 바람에 춤을 향한나의 오랜 꿈은 허망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나의 엄마는 지원자격이 60세까지인 노인대학의 고전무용 강좌에 나이를 여섯 살이나 속이고 들어가서 ‘나비‘라는 애칭까지 얻어냈건만,
나는 그런 ‘가문의 기예를 더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133

초보가 된다는 것은 여행자나 수강생처럼 마이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들어가는 것, 친구와 멀어지는 것, 어떤 변화와 상실.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낯선 일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살아본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초행이다. 그러니 ‘모르는 자‘로서의 행보로 다가오는 시간을맞이하는 훈련 한두 개쯤은 해봐도 좋지 않을까. - P147

우리집에 있는 가장 오래된 물건은 뭘까. 나의 대학 시절 필기 노트? 고등학교 졸업 앨범? 국민학교 성적표? 첫장에 백일사진이 붙어 있는 어릴 때의 앨범? 외가의 첫아기였던 나의 출생을 기다리며 이모들이 떠준 양말?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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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은 단순한 객관 사물로서 글의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물과 경험 가운데 특별히 글 쓰는 이의 마음에 들어온 그 무엇이다. 쓰는 이의 마음에 특별히 들어왔다는 것은 쓰는 이의 삶 속에서 그 무엇이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말한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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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기 때문이다.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익명성은 가장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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