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 출판사 하면서 운영이 힘들다 싶을 때 연락해요.
많이는 아니지만 300만 엔까지는 도울 수 있어요." - P185

추운 줄 몰랐던 것은 작가들 이야기도, 결의 때문도 아니고, 아마 이 복주머니를 얻어서였지 않았을까(복주머니는2014년에 받아 사용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쿠온은 물론, 책거리도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 P185

"박경리 선생님, 저희를 지켜봐주세요. 이다음에는 일본어판을 읽은 독자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 P193

힘든 것이 생각났다기보다 박경리 선생이 우리를 돌보아주고 계시는구나 싶어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전조차어려웠을 일이다. - P199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처음 번역출판하겠다고 선언한 지10년 만인 2024년 9월에 일본어판 『토지』 전 20권을 완역해냈다. 1, 2권을 만들어 일본 독자들과 함께 선생님 묘소를 찾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본 독자들 30여 명과 함께 통영을 찾았다. 2024년 10월 19일. 마치 박경리 선생을 중심에 두고 헹가래를 하듯 모두 『토지』를 한 권씩 들고 묘소 주변을 빙 둘러 책을 헌정한 뒤 다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 P201

광주에서 태어나 여덟 살까지 그곳에서 살았던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강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소설을 써왔다고 말했다. 이것은 나 자신도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으로남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냥 인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있어도‘라는 간절한 전제가 붙은 질문. 문학은 우리에게 그 질문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인간으로남는다는 것은 결국 그 질문 하나를 놓지 않는 것일지도모른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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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건 내 쪽이었다. 이 언니는 전화 목소리도 참 씩씩하고 다정하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 P56

그전에도, 그후에도, 나는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에게 셀 수없이 많은 ‘어서와‘를 들었다. 그렇지만 인회 언니의 그것처럼 진심으로 사람을 반기는 목소리는 만나보지 못했다. 방안에는 세미나용으로 썼음직한 탁자가 있었다. - P59

"나는 있잖아, 이 일이 참 재밌다. 그래서 어떻게든 꼭 잘해내고 싶어."
낙관도 비관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걷는 사람만이 할 수있는 말이었다. - P65

언니는 우리를 위해 맥주를 시킨 뒤 잠시 나갔다 왔다. 곧 돌아온 언니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 숙취 해소 음료 두 병, 츄파춥스 세 개, 그리고 비락식혜 캔 하나가 들어 있었다. 언니가 그중 노란 캔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 P69

민교수 외의 공역자는 다른 대학 중문과 교수인 그의 배우자였다. 인회 언니의 이름은 책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 P75

제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습니다.
이제 저의 권리는 이곳을 떠나는 것뿐입니다.
중어중문과 대학원을 자퇴합니다. - P79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이니?"
질문의 형식이라고 해서 진짜 질문인 건 아니었다. 엄마의질문은 어릴 때부터 늘 내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 P91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에서 적절하게 밸런스를 조정하는것이 이 직업에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몰랐다. - P95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사이, 조직 검사를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문장을 스무 번쯤 말했고, 검사 결과 악성입니다. 라는 문장을 열 번쯤 말했다. 누군가의 눈빛이왈칵 흐려지는 것을 그만큼 보았다는 뜻이다. - P103

하나하나의 일들이 조금씩 어긋나 맞물렸다. 그런걸 불운이라고 부른다. 다 부질없는 가정이었다. - P107

"그냥 내가 오늘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교수님이랑이거 같이 마시면서 엄마 생각하고 싶어서, 그래서 사왔어요.
이거 드세요. 나쁜 거 아니에요. 캔커피 중에서 제일 비싼 거예요." - P116

가느다란 실 같은 불안으로 우리는 이어져 있다. 이런 것도 연결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119

같이 노는 사이가 친구가 아니면 누가 친구란 말인가. - P124

여자 조심하랬더니 자기도 이미 안다는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이라고 안희는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스스로를 조심하라고 해야지. 본인 자신을그게 그거라면서 남편은 짜증을 냈다. 말문이 턱 막혔다. 안희가 하려던 말을 도리어 그가 먼저 했다. - P127

안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또박또박 말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 남편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뼛속까지 이기적인 건 알았지만 진짜 너무한다. 그 여자는 연예인이라고. 원래 그런 거야, 그럴 수 있는 거야.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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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책으로, 문자로 연결된다는 말은 어찌 보면 참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 연결이 현실세계에서 구현되는 것은 진부보다는 진리에 가까운 장면이다. 책을 만들고,
때로는 책을 파는 사람이라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다. - P159

두 번역가 모두 내가 직접 추천했다. 독자로서 책의 성격을 알고 기획자로서 번역가의 스타일을 알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마키노씨는 번역하면서 김원영씨의 강연회와 무용발표회도 보러 가는 열정을 보였다. 그녀 역시 좋아하면 우선 행동하는 동지다. - P165

말뿐이 아닌 배리어프리를 실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이런 스타트라인이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69

김원영 작가는 장애인이면서 변호사고 춤꾼이다. 자신도 빛나고, 함께하는 다른 이들도 빛나게 만드는 횃불 같은 사람이다. 그런 그를 흠모하는 일본어권 독자들이 아주 많이 생긴 것은 당연한 결과다. - P170

"이 책이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인데, 내가 죽으면 이책이 가장 많이 팔릴 것이오." - P174

당장 정세랑 작가에게 의사를 타진해봤더니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안이 왔다. ‘절연‘이라는 테마로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밀레니얼세대 작가들 일고여덟 명이 똑같은 제목으로 각자 단편소설을 써서 묶는 앤솔러지는 어떨까 하는 제안이었다. 편집자 경험이 있는정세랑 작가다운 확장된 착상이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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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씨는 어디쯤 왔을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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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은 프랑스어로 ‘하늘‘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세칭3대 명문대를 뜻하는 ‘SKY‘에서 유래된 것이다. 스카이독서실이라고 하는 건 어쩐지 속물적으로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부모는 씨엘독서실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 P51

이날의 일이 마치 흰 타일 위에 연하게 밴 카레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은 채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 - P55

평소에 스스럼없이 ‘너‘라고 부르던 민교수는 인회 언니를
‘구선생‘이라 칭했다. 전에 없이 경어체까지 사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번역을 하는 것 말곤 다른 방법이 없음을 언니는 그제야 깨달았다고 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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