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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바늘 매일과 영원 4
소유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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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이라는 재료가 익숙하기도 하고, 어떤 움직임을표현하는 데에 목탄이 적합하기 때문에 잘 사용해요. 목탄은굉장히 강한 재료예요. 제가 사용하는 압축목탄은 일반목탄보다 더 단단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주 강한 선을 그림수가 있고, 손으로 부비면 양감도 곧잘 표현돼요. 아이의움직임을 표현하기에 좋은 재료죠. 그렇지만 목탄을 잘다뤄서 목탄을 쓴다기보다는 이 책에 목탄이라는 재료가 잘어울리기 때문에 쓰는 거겠죠. 책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를쓰려고 노력도 하고요. 『물이 되는 꿈 같은 경우는 정말로물로만 그렸고요, 『선의 경우는 연필 드로잉이니까 처음시작도 연필과 지우개로부터 출발했어요. 연필이 지나갈때 사각거리는 소리와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긁는 소리가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걸 상상하면서 그렸어요. - P147

나아가고 있으면 백 스티치 기법이 꼭 글을 쓰는 일, 그것도비평의 일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껴진다. 시작점의 한 걸음뒤에서 출발하는 모습은 모든 작품을 다 읽은 후, 가장뒤에서 시작되는 비평 글을 떠올리게 한다. 원단의 면과 면을이어 주는 것에 자주 쓰이는 스티치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작품과 독자를 이어 주고, 작품에 유효한 해석을 한 걸음 한걸음 덧붙인다는 비평의 모습이 자수의 움직임과 유사하기때문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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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 -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박혜진 외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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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일을 하러 가고 있다. 기차 안에서 내일 해야할 일의 일정과 내용을 생각한다.

여름의 풍경이 스쳐가는 창 밖을 보면 다른 그림과 말의 조각들이 초록의 산과 푸른 하늘에 무늬처럼 떠오른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서 하던 생각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디어와 고민들이 여름 구름에 모양을 더하며 흘러가는 중이다. 무사히 끝내고 돌아오자는 기도는 마음에 붙들어 매놓는다.



몸이 아파서 2년여 가까이 일을 쉬었는데 이제 다시 일을 하고 있으니 ‘쉬었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누군가는 갑자기 몸이 아파진 내게 그렇게 몸을 챙기지 않고 일만 했으니 몸이 아플 수 밖에 라고 했지만 아니다 일의 죄가 아니다 일이 몸을 병들게 하지는 않는다. 일의 고통이 몸에 직접적으로 전염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데서 아픔의 원인을 찾아야 하기에 일상 위에 놓인 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픈 것은 벌이 아니라는 것을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늙음에는 순서가 있지만 아픔 혹은 병은 그렇지 않아서 예고도 없이 일순간 누군가의 일상과 인생을 뒤흔들 수 있다. 병도 장애도 당사자만의 잘못도 실책도 아님을 이제서야 알겠다고 이렇게 말 할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일을 쉬고 있는 기간은 휴식이 아니었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일의 분량이 줄어든다고 나의 직업이 말소되지도 않았고 나의 과거가 희석되지도 않았다 나의 마음이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움직이자 몸 또한 일을 손에 잡으려고 부던히 노력해왔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다시 지금의 내 곁으로 와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조심스레 다시 손에 쥐는 것을 거들고 있다



그 수고가 기특하기도 다정하기도 해서 평생 직업이라는 형체가 희미하게 느껴지던 말이 아마 누군가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한 순간을 향해 모여드는 신비한 구름 같은 모양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은 고통의 일부와 보람의 일부가 한데 뭉쳐진 저 뭉게구름을 닮은 것 같다 어느 순간 시야에 느닷없이 나타나선명하게 아름답기도 하고 손에 잡히지 않고 붙잡아 둘 수도 없는 거대한 집합체인 저 구름. 오늘도 내일도 저 뜬구름을 마음에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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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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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으로 중얼거렸다. 중요한 건 나의 원한이다. 이걸 돌려주는 일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해볼게. 어디 한번 해보자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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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필리프 들레름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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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객차의 복도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당신이 취할 첫번째 동작은, 이제껏 당신이 해오던 것과는 달리, 칸칸이 나뉜 객실의 문을 여는 것이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훅 들이닥친다. 사람들이 듬성듬성 뒹굴고 있는 내밀한 장소에불법적으로 침입한 느낌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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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오직 목소리만이 사랑하는 사람의 슬픔 근심·나약기쁨·삶에 대한애착 등을 온전히 말해줄 수 있다니, 실로 놀랍다. 사랑하는사람의 몸짓을 볼 수 없으니, 수줍음이 사라지고 투명성이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 순간, 멍청하게 생긴 회색빛 전화블록 위로 우리의 주변 세계도 환히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앞에 있는 보도와 신문 가판대,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이 별안간 우리 눈에 들어온다. - P121

사회적 명령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행복은 더 이상 내가 선물로 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보여야 할 모조품이 되었다. 우리는 "체면상 행복을 가장해야 하고, 사교생행복을 흉내 내야 하며, 자존심상 행복을 꾸며내야" 하는 것이다. 행복은 어느새 모든 개인이 따라야 하는 의무로 변했으며, 각자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부담이 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행복에 대한 집착은 종종우리의 행복을 가로막아서 거치적거리게 만들어버렸다. 자본주의 사회가 행복을 상품 소비와 아름다운 외모, 사회적성공과 끊임없이 연결 지어 우리에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굴복한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채워져 모자람이없는데도 새롭게 채워야 할 것들 앞에서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사회의 지나친 행복 강요로 인해 오히려 개인들은점점 더 불행해지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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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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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병에 지치게 한 것들에서 손을 뗀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시는 그대로 쓸 것이고, 그러나 문학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나는 이미 옛날의 내가 아니어서 다른 꿈을 슬쩍 품고 있기도 하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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