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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ㅣ 올리 그림책 57
현단 지음 / 올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유쾌해 보이는 그림책을 만났어요. 엄마와 아이가 길을 나서요. 어디로 향하는지는 아직 몰라요. 아이가 물어봐도 저기는 저기, 여기는 여기, 그런 식으로만 장난스럽게 답하는 엄마. 화가 날 것 같은 아이. 도대체 엄마는 어디로 간다는 것인지.
가는 도중, 비눗방울 놀이, 물총 놀이 현장을 지나고, 과일가게 앞 선풍기 바람을 쏴 맞고, 매미를 마주한 후에 데굴데굴 데구루루! 한 장면씩 넘겨보니 모두 여름 풍경이에요. 수영장이나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이후 엄마와 아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요, 알록달록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가 마무리되지요.
이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보배가 물어요.
"그래서 둘이 어디를 간 거야?"
"여기저기."
스스로 답변을 하면서 아, 그래서 작가가 제목을 이렇게 지었구나 싶어요. 보배는 최종 목적지를 물어본 것이었는데요, 특정 목적지가 없는 산책길, 때로는 일상 속 그런 짧은 여정이 우리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줄 때가 있지요. 낯설고 먼 여행지가 아니라도요. 특히 이 그림책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길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보배가 초1이 되고 나서 확실히 유치원 때에 비해 매일 함께하는 산책 시간이 줄어들었지요. 길가의 작은 꽃과 열매, 곤충을 들여다보는 시간도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일상 가운데 여기저기 둘러보는 시간을 다시 누리고 싶다는 소망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