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송태은 지음 / 이오니아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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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의 범람 속에서 진짜와 참을 가려내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세상, 어느 때보다 분별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정보분별 역량)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 그와 관련된 신간을 읽게 되었어요.

저자는 국립외교원 교수로 신흥안보 분야와 과학기술외교 분야 연구와 강의, 저술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전공인 정치외교학, 국제관계학뿐 아니라 뇌과학, 심리,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다가, 새삼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 생각과 판단, 결정조차 누군가, 무엇인가에 의해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져봅니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생성하는 정보의 규모와 정보전달 속도에 비추어 우리의 정보분별 여건은 대단히 나쁘고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선호를 이미 파악하는 알고리즘이 개인별 선호도에 맞춰 특화된 정보만 제공해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요.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소셜봇이나 정치봇은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설득기제 중 강력하면서도 쉬운 전략은 '정보의 양'에 의한 효과라고 해요. 어떤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서로 해석이 다르더라도 여러 언론사가 유사한 결론을 제시한다면 사람들은 그 결론에 쉽게 설득된다는 것. '정보의 질'보다 '정보의 양'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고 하고, 이런 인지적 편향성이 봇 효과를 기획하는 배경이 된답니다. 누가 그랬다며? 그렇게 여기저기 여론몰이가 되다 보면 그 사실 여부를 찾아보기보다 어느새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요. 그런 사례는 비일비재,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BMI 기술 분야에서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는데, 문제는 개인의 뇌 정보를 해당 기업에 제공하게 된다는 거예요. 저자는, 감정과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뇌파 정보가 국가나 기업의 손에 들어갈 경우 이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개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데 그 예가 끔찍하네요. 가령 수면을 돕기 위한 디바이스가 해킹되면 사용자가 수면 중 심작발작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뇌파를 통해 기계를 조종하는 기술이 범죄자 손에 들어간다면? 이런 식의 가능성 이야기가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것은, 기술 발전의 오류 혹은 부작용에 대한 인간의 대비책들의 빈틈이 많기 때문이 아닐지.

이 책은 여러 나라의 뇌 해킹과 관련된 연구, 현황을 보여주고, 국가간의 반감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 인지전의 실태 및 미래의 암울한 전조를 열거해줍니다. 이 책에서는 민주주의 진영이 정작 현대 권위주의 국가가 구사하는 '프로파간다'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요. 정보 수용과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기에 그만큼 특정 메시지나 허위조작정보에 쉽게 노출된다는 거예요. 이런 정보가 여론에 영향을 주고 국론 분열까지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이 책으로 간과했거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인지전이 개인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섭게 인식해봅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개인은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이 책으로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조종되지 않고 제대로 판단하는 자구책을 준비해볼 수 있을 거예요. 그 시작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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