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그림책에 비해 판형이 작은 편인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책을 펼치면 손녀딸에게 전하는 할아버지의 편지글이 나와요. 건축가인 할아버지는 자신의 직업을 꿈꾸는 손녀딸을 응원하면서 이렇게 말해요.
우리 손녀딸이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 수첩을 선물로 주고 싶구나.
수첩이라고 했는데 판형이 아주 크면 곤란하잖아요. 아무튼 이 책 속에는 할아버지가 손녀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집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과연 어떤 집들이 있을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하나씩 살펴보게 됩니다.
제한된 땅에서 더 넓어진 집, 거꾸로 된 세상을 닮은 집,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집,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집, 화려한 색이 춤추는 집 등.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는 집이 하나도 없어요.
할아버지는 집 짓는 일을 하면서 손님들의 공통점을 발견해요. 그것은 어릴 때 꿈꾸던 세상을 집으로 만나고 싶었다는 것.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손님들의 현재 소망이 반영된 집을 만날 수 있어요. 가령 감옥에 살았던 손님은 벽이 없는 집을 원했고 무엇인가 숨긴다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던 정치인 손님은 누구나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집을 바랐지요.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손님은 캄캄한 밤이 무서워서 여기저기에 빛이 들어오는 집을 원했답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말이야.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다운 집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기도 해.
책 제목만 보고 어떤 집들이 그려져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겠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는 상상의 집을 그려봐도 좋겠고요. 글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고 그것을 기초로 자유로운 그림으로 형상화한 그림작가의 표현력이 흥미로운 그림책입니다. 도시의 아이들이 빼곡한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만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