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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4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한지윤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6월
평점 :
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읽는 책은? 이런 질문에 각자 답이 다양할 테지만, 저는 그림책과 우화라고 말하겠어요. 그중 <이솝 우화>는 뽀야와 함께 읽고 싶어서 여러 출판사의 책들을 살펴보던 중이었어요. 그림 위주보다는 가급적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최근에 발매된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거기에 부합하는 책을 발견했지요.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4번째 책입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 그린 그림으로 명성을 얻은 아서 래컴의 삽화도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전체 200편의 내용을 실었고요, 부록으로 <이솝 우화>를 잇는 우화들, 이솝이 태어난 시공간인 고대 그리스, 이 책으로 배우는 지혜 등을 담고 있습니다.
기원전 6세기경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 이솝의 본래 이름은 아이소포스, '이솝'은 영어식 발음이지요. 노예였다는 그의 생애는 불확실하고 단편적인 게 많다고 해요. 이솝이 세상을 떠난 뒤 아테네의 한 철학자가 전해오던 이야기를 모아 <이솝 이야기 모음>으로 펴낸 것이 <이솝 우화>의 시작이었답니다.
이 책은 전체 실린 200편을 4부로 구성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부 정직함이 가장 현명하다
2부 여럿이 뭉치면 강해진다
3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4부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마라
아마 편의상 붙여진 구성이 아닐까 해요. 세부 내용에서는 한 줄 메시지가 첨가된 것도 있습니다. 가령 고양이가 죽은 척하며 생쥐들을 유인하지만 생쥐들은 속아넘어가지 않는 이야기가 나와요. 거기에 첨가된 한 줄은 이렇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나쁜 짓을 한 사람이 꾸며 놓은 계략에 속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해봐도 좋겠어요. 우화 속 교훈이란 사실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또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많고요. 그렇게 풍성한 독서 토론장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게와 어미 게'에서, 엄마 게는 아들에게 옆으로 걷지 말고 똑바로 걸으라고 말해요. 아들은 엄마에게 직접 보여달라고 하고, 엄마는 아무리 해도 똑바로 걷지 못했지요. 그제야 엄마 게는 자식을 나무란 행동이 어리석었다고 깨닫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다는 교훈도 있겠지만, 저는 엄마 게가 왜 "똑바로 걸으라"고 말했을까 의문이었어요. 게의 입장에서는 옆으로 걷는 것이 "똑바로"의 의미잖아요. 그러니 타인과 비교된 다름을 이상함이나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요. 이솝이 의도했든 안 했든, 내용이 전해오는 과정에서 혹은 독자들이 그 내용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풍성한 이야깃거리, 생각의 여지들이 확장될 테고요.
주로 동물들이 주인공이라서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장점도 있고, 한 편당 짧은 이야기라서 여러 가지 설정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거예요. (줄거리 첨가 혹은 이야기 상상해보기 등) <이솝 우화>를 기본 삼아 우리나라 우화를 비롯한 다른 우화도 찾아 읽을 수 있겠어요. 책 읽기와 쓰기 모두에 유용하고 무엇보다 어른과 아이가 교감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솝 우화>였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