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움이란 무엇일까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12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프레드 베나글리아 그림, 김수영 옮김 / 상수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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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은 또 다른 감정이 아니라 이성일 때가 있지요. 심리학과 철학이 맞닿는 지점이 아닐까 싶고요.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철학"이라는 책 소개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무서움에 대해 감정 이야기로 풀어간 어린이책들이 많은 가운데,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해요.

글쓴이는 어린이들에게 쉽게 철학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고요, 그린이는 큼직큼직한 그림과 풍부한 표정을 담은 캐릭터로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줍니다. 이 책은 많은 질문들을 담고 있고 긴 설명보다 간결한 핵심을 전달해요. 아이들 스스로 질문해보고 답변하도록, 주변의 어른들과 함께 이야기하도록 이끌어주는 데 유용한 책이에요.

책 내용은 초등학생들 모두를 포괄하나(물론 청소년, 어른이 토론할 질문들도 들어 있지요.) 그림 위주의 구성만 보면 유아들도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각자 이해할 수 있는 범위까지 생각해보면 되겠고요. 차례는 다음과 같아요.

1 왜 무서워할까요?

2 무서워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3 자신이 느끼는 무서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할까요?

4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5 위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요?

6 용기를 내는 법을 배워야 할까요?

각 장마다 다섯 혹은 여섯 가지의 답변이 있고요, 그 답변과 관련되어 곁가지처럼 질문들이 따라와요. 가령 "왜 무서워할까요?"의 답변 중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가 있는데요, 여기에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식이에요.

자신의 미래를 안다면 안심할 수 있을까요?

우선 현재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상치 못한 일에 놀라는 것이 재미있을 때도 있지 않나요?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어때요? 이런 질문을 읽어보거나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 뭔가 생각해보게 되고 스스로 다른 질문도 해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각 장을 마무리하면서 글쓴이가 전하는 핵심 문장을 볼 수 있고, 이런 질문을 해보는 의미도 되새길 수 있어요. 무엇보다 질문이 많다는 것, 그 질문에 답변하면서 생각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 이 부분이 책의 장점일 거예요.

무서움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또 언제나 가지게 되는 감정일 텐데요, 이 책에서 다루는 질문들을 통해 일상 경험을 연관지을 수 있습니다. 남북 분단 상태인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항상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지요. 세계 곳곳의 전쟁 소식을 들을 때도 그렇고, 각종 자연재해나 인재로 인한 피해 뉴스를 봐도 그렇고 우리를 무서움과 불안으로 이끄는 요소들은 참 많고요. 특히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뽀야에게, 낯선 학교는 무서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듯해요.

무서운 게 아무것도 없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런 책은 유용합니다. 지금 무엇이 무서운지, 무서움에 지나치게 사로잡히거나 눌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용기 내는 법을 배울 수 있는지, 차근차근 생각하고 말해보는 시간은 정말 중요할 거예요.

무서워하지 말고 용기 내보자는 식의 말이 저는 싫었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 것만큼 무책임한 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발표하는 게 무섭다면 스스로 질문을 해보게 하는 것이지요. 일단 무서워하는 게 당연하다는 공감부터 필요할 테고요. 아이가 어릴수록 간편한 이분법의 강요가 아니라 천천히, 지속적으로 무서움과 대면하도록, 인정하고 나아가도록 접근해주는 게 필요할 텐데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이 책은 무서움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는 가이드북이 될 것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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