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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평점 :
요즘 목공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았는데요, 취미로 꾸준히 하기에도 그리 만만치가 않구나 느끼던 차였어요. 어떤 직업군 앞에 굳이 '여성'을 붙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못 느끼지만, 성별을 밝혔을 때 받게 되는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여성 목수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나무'가 들어가는 제목을 좋아하고 목수 이야기에 관심도 많아서 이 책을 보게 됐어요. 프롤로그를 보면서, 이 책 읽기를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다음 문장들 때문이지요.
포기할 수 없는 낭만이 있는가? 그런 낭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 나만의 작은 낭만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다.(7쪽)
우리는 다정함을 뿌리에 두고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중략) 글로나마 우리의 삶을 엿보며 읽는 분들 주변의 다정한 관계에 관해 떠올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11쪽)
이 책의 핵심어 둘을 찾았어요. 낭만과 다정함. 왠지 따뜻한 에세이일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책은 박수인(85년생), 지유진(88년생) 목수들의 함께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나의 꿈, 내가 바랐던 삶의 모습까지.
일과 내가 한 몸이 되고 일로 에너지를 얻는 삶, 자연스럽게 내일의 내가 기대되는 삶, 60대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면 '인생 잘 살았다' 하고 미소가 지어질 수 있는 삶. 모두 일이 재밌어야 가능한 삶이다. 그런 삶을 살기로 했다.(31쪽)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생각만으로 머무느냐, 어떤 변화와 행동으로 이어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거예요. 저자들은 후자의 경우일 테고요. 이 책에는 2019년 두 사람의 공방인 '카밍그라운드'를 만들기까지의 우여곡절도 나와 있어요. 반려동물에게도 편한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가 남다르게 다가왔고, 엄마들도 화장대가 아니라 서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리라는 생각에서 '엄마의 서재'를 만들었다는 아이디어도 돋보여요. (저도 개인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들어서 공감!)
이 책에는 목수 앞에 저자들 스스로 '여성'을 붙이는 이유도 나와 있어요. 손으로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면 모두 목수이지만 여성 목수임을 내세우는 이유는 자꾸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네요. 성별로 직업을 나누지 않게 된 미래의 자기 모습, 70대에 백발이 되어 작업복 입고 나무 다듬는 할머니를 꿈꾸면서요.
나무는 가공이 되어도 그대로다. 결과 색, 특유의 향까지 모두 썩지 않고 변질되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되다니. 끝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164쪽)
만들어진 가구가 단지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 아니라 즐거움, 모닝 루틴, 추억이기를 바라면서, 저자들은 가구 이상의 의미로 살아가는 나무를 말합니다. 나무의 매력이란 끝도 없는 듯해요.
도움을 청하는 것은 폐를 끼치는 게 아니라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내가 이 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태도이다.(222쪽)
느리게, 완만하게, 오래오래 가보자. 찰나의 평가와 잠깐의 말들에 흔들리지 말자.(227쪽)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공방 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유익도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이 느끼는 감상,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제 마음에 더 많이 다가왔어요. 여성 목수들은 어떻게 지낼까 하는 궁금증이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고, 전문 직업군이 쓴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나는 나답게 살고 있나 하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도전도 받고 뭔가 새로운 변화도 꿈꾸게 될 테니까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