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 J.R.R. 톨킨과 C.S. 루이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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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의 거장 J.R.R.톨킨과 C.S.루이스의 우정 이야기라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지요. 예전에는 <반지의 제왕>이 <나니아 연대기>보다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 보면 또 모르겠어요. 책이든 영화든 지금 뽀야와 함께 보기에는 아무래도 후자가 나을까 싶기도 하고요. 두 작가가 친분이 있었다는 정도만 아는 터라, 이 책 소개에 나온 표현인 "소유와 권력에 저항한 우정연대"가 무엇일지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C.S.루이스의 기독교 저작물을 많이 읽은 편이어서, 그와 다른 맥락으로 접근한 작가 세계를 비롯해 J.R.R.톨킨과의 문학적, 인간적인 교감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취지를 분명히 밝힙니다.

두 사람을 평생 무소유와 무권력이라고 하는 공동의 사상을 추구한 아나키스트 친구들로 보고, 그들의 작품들을 아나키즘으로 보는 특이한 입장에 선다.(19쪽)

저자는 그들의 작품이 전통적인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면서 선을 흰색, 악을 검은색이나 황색으로 형상화한 점을 비판하고, 무신론자 입장에서 그들이 기독교를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점에 찬성할 수 없다고 전제해요. 그렇다고 장점을 희석화할 수는 없는 법이니, 궁극적으로 두 사람의 삶과 글을 통해 이 땅에 우정 유토피아를 세우고자 합니다. 단순히 이 책은 두 작가의 우정 이야기에 머무는 게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이 책은 가볍게 읽어볼 만한 작가 이야기는 아닙니다. 두 작가의 성장 배경을 상세히 알려주고 각 작품 세계와 그 속에 담긴 가치관을 소개해요. 문학 평론을 읽는 느낌도 들었는데요, 오랜만에 작가의 삶, 문학, 시대상, 사회적 의미 등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하는 책을 봐서 흥미롭고 유익했어요.

1926년 오월 십일 일, 톨킨(34세)과 루이스(28세)는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과 학과 회의에서 처음 만납니다. 그들은 문학과 역사, 자신들의 저술을 논의할 뿐 아니라 서로의 원고를 읽어주고, '콜비타'(아이슬란드어 문헌 독서회), '잉클링스'(낭독과 비평 모임)에서 활동해요. 두 사람 모두 사십 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하면서 환상 소설을 쓴 것인데요, 당시 이것은 비난과 멸시를 받을 일이었다네요.

두 사람의 우정이 순풍처럼 이어진 것은 아니었나 봐요. '잉클링스'에서 루이스가 <반지의 제왕>을 비판하면서 둘 사이는 멀어졌고, 톨킨은 <나니아 연대기>를 싫어했고 루이스가 신학자로 변해가는 점도 못마땅했다고 해요. 일곱 권에 이르는 <나니아 연대기>가 <반지의 제왕> 집필 기간의 반(칠 년) 만에 집필되어 출판되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네요. 또한 쉰 살이 넘어 결혼한 루이스의 아내 조이(두 사람의 로맨스는 영화 <섀도우랜드>로 형상화됩니다.)를, 자세한 속내는 모르겠으나 탐탁지 않게 여겼답니다.

루이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1963년) 톨킨은 부고 기사 작성, 장례식 참석 요구를 거부했다고 하니, 그들의 우정이 말년에는 많이 소원했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나눈 우정의 시간, 함께 나눈 이야기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지요. 시대를 뛰어넘어 이 책처럼 '무소유와 무권력'을 지향한 두 사람의 공통 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자는 루이스의 <네 가지 사랑> 중 '우정' 챕터에 주목했고, 이는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에 나타나는 우정과 같은 맥락으로 봤어요.

이 책을 통해 두 사람의 구체적인 작품들, 그 속에 담긴 사상, 가치를 살펴볼 수 있어요. (각 작품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일깨워주네요. 더불어 책꽂이에 몇 년째 꽂아만 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원서도 꼭 읽어야지 싶고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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