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새쓰(다시 새롭게 쓰는) 방정환 문학 공모전이 있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요, 관련된 수상작품을 읽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동 문학 평론가와 동화 작가 등 기존 심사 위원들과 더불어, 선별된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심사 과정에 참여해 공모전 작품을 읽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고학년 부문 선정작이면서 대상작품이에요.
요즘 예비초등 뽀야는 독서 폭을 넓히는 중이라, 글밥이 꽤 많은 책도 첫 페이지에서 끌림의 요소를 발견하면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내더라고요. 제가 궁금해서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요, 아마 뽀야가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낼 동화가 아닐까 싶어요.
쌍둥이 형제 박용과 박감, 둘의 성격은 판이하고 일명 까미로 불리는 박감은 책을 좋아해서 어디서든 몇 시간 동안 책만 읽는다고 해요. 어느 날 용이 까미의 오천 원을 빼앗은 후, 도서관에 있어야 할 까미가 사라져버려요.
독자들이 과연 까미는 어디로 간 것인지 궁금증을 키워갈 즈음, 이야기는 또 다른 궁금증 카드를 내밀어요. 진짜 책벌레의 등장이지요. 책벌레가 야금야금 글자를 먹습니다. 책벌레는 도서관에서 동화와 소설처럼 문학 책만 골라 백지로 만들더니, 어느 순간 거대한 몸집을 가진 괴물로 변해요.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그 정체가 뚜렷해지고 까미의 행방도 알 수 있게 되지요.
용이 책 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장면, 직접 쓴 책으로 괴물을 유인해서 무찌르겠다는 설정이 이야기로 형상화되는데요, 그동안 까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쌍둥이 형제는 모두 무사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책 속의 책, 이 동화에서 용이 쓴 책 제목도 <나 혼자 우주 전쟁>입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도 언급되는데요, 작가가 넌지시 독자들에게 그 책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는 듯하네요.
형제간의 미묘한 비교, 그로 인해 비딱해진 마음, 단단한 나다움과 우애의 회복도 들여다볼 수 있는 동화입니다. 하지만 특정 교훈이나 주제를 유도하는 억지는 없고요, 점점 비대해지는 책벌레만으로 어린이 독자의 호기심을 끌 만해요. "상상력의 원천"인 책의 존재에 대해 각자 자유롭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동화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