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의 즐거움 - 쉰 넘어 대패를 처음 잡아본 문과 출신이 두서없이 풀어놓는 취목의 세계
옥대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품절


저와 전혀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책을 자발적으로 찾아 읽게 되었어요. 도서관에서 '목공' 관련서들을 전부 검색해보고 기존의 책들을 빌려보기도 했고요. 그럴 만한 계기라면 뽀야 유치원에서 목공놀이 시간이 있었고 그때 제가 참여해본 일이었는데요, 이왕 아이들 돕는 역할로 나선다면, 적어도 목공 전반에 대해 뭔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역할은 못질을 도와주는 정도라고 해도요.)

"쉰 넘어 대패를 처음 잡아본 문과 출신이 두서없이 풀어놓는 취목의 세계"

어쩌면 이런 부제 때문에 이 책을 펼쳤는지도 모르겠어요. 스스로 '취목'(취미로 목공하는 사람)이라 칭하는 저자는, 목공을 취미로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저자가 처음 목공 강좌를 들었던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만든 목공 작품 사진자료와 더불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 줄기찬 배움의 시간, 만드는 과정 및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저자의 글은 감상적인 에세이에 머물지 않아요. 오히려 '생활 목공'의 시작과 과정, 10년 결산을 위한 보고서 느낌이랄까요. 현재 저자는 퇴직했고 개인 작업실에서 목공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목공을 제대로 하려면 집이 아닌 공방에서 하라고 말합니다. 글의 초반부터 '이쯤 되면 취미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속의 완성품들만 보면 저자는 전문 목공인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는 목공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궁금할 법한 내용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어떤 나무로 작업할 것인가 하는 재료 선택, 나무 구매, 참고할 만한 목공 책과 유튜브, "다른 사람들이 사겠다면 말리고 싶은" 목공용품도 소개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목공 재료들이 궁금했는데, 이 책은 아직 저에게는 생김새도 이름도 낯선 공구들을 상세히 알려줍니다.

무엇인가 만들고자 할 때 어떤 도구가 쓰였는지, 이런저런 도구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직 만들지 말 것, 구비할 요량이라면 어떤 제품을 살 것 등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요. 테이블 쏘, 수압대패와 자동대패 사용시 특히 안전을 강조합니다. "목공인이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도움을 청하라

산만한 환경에서 작업하지 마라

작업에 맞는 장비를 이용하라

요행을 바라지 마라(본인이 위험하다 싶으면 하지 말라는 의미)

재료를 아끼느라 손가락을 잃는 위험을 무릅쓰지 마라(작업하기에 너무 작으면 버리라는 말)

피곤하면 중단하라

이 책을 읽다 보니, 목공의 세계는 결국 수많은 공구와 기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업을 위한 도구가 많군요. 저자는 "목공은 소음과 먼지와의 끝없는 싸움"이라고 말해요. 이웃에게 소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집이 아닌 작업실이 따로 필요한 것이라면, 자신의 청력 보호 차원에서 기계 사용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맥락입니다. 나무 먼지를 제거하는 집진기 구비, 샌딩할 때나 목공기계를 다룰 때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 습관 등도 다루고 있어요.

본문 299쪽 분량 중 2/3 이상이 재료 및 공구와 기계, 안전 강조 등의 내용이고, 이후부터 만들기에 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저자가 작업대, 도마, 구조목 의자, 평상형 침대, 소파 좌탁, TV장, 오크 테이블, 월넛 캐비넷, 휴대폰 거치대 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필 수 있어요.

이 책의 장점은 자기 경험의 객관화가 아닐까 싶어요. 무엇인가 뚝딱뚝딱 내 손으로 완성한다는 뿌듯함보다 목공을 하기 위한 현실적인 준비, 목공 작업시 발생할 위험 요소, 소음, 먼지 등을 언급하는 맥락만 봐도 그렇고요.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은 살짝 행간에서 느껴보는 정도입니다. 주문한 이에게 완성품을 보냈을 때 선물용으로 팔 수도 있겠다는 말을 들었고, 파는 것은 아니나 견적을 내본다면 품이 많이 들어갔으니 얼마 정도로 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그렇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책은 목공의 세계에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에 따라 개인마다 집중해서 볼 부분이 다를 듯해요. 아무래도 저처럼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해서 목공용 풀과 못을 이용, 나무 편지함 정도 만들어본 수준에 머문다면, 저자가 어떻게 목공을 배웠고 초반에 사용한 공구 및 기계는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게 될 거예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