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자랐네
홍당무 지음 / 소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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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느낌이 묘한 그림책이에요. 표지만 보면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 상태라서 제목과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요. 반어법인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이 가득했어요.

이사를 간 이웃이 문 앞에 화분 하나를 놓고 갔네요. 할머니는 집으로 그 화분을 가져와 매일 물을 줍니다. 뜨개질을 하면서도 잘 자랐나 살펴보지요. 그러면서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늘 말해요.

별로 안 자랐네.

할머니는 "별로 안 자란"(실상은 정말 많이 자란) 화분을 옥상으로 옮깁니다. 옥상은 고양이들이 만나는 장소가 되고 큰 식물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지요. 할머니는 식물의 줄기 사이에 연결한 해먹 그네에서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할머니 집 옥상 위로, 하늘에 닿을 듯이 뻗어 있는 식물을 세로로 펼친 면을 통해 실감나게 볼 수 있어요. 할머니의 집은 "모두의 놀이터"가 되었답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는 앞서와 다른 말을 하네요. (그림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그제야 알겠어요. 제목이자 할머니의 반복된 말 "별로 안 자랐네"는 반어법도 아니고, 부정적인 표현은 더욱 아니고, 할머니의 진심이었다는 사실. 할머니는 작은 화분을 키울 때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점점 자라는 식물만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궁금증을 더해가는 그림책입니다. 작은 화분이 모든 이들의 놀이터가 되기까지, 할머니는 가꾸는 정성을 많이 기울였을 거예요. 시작은 아주 작아 보여도, 목표한 지점이 아직 보이지 않아도, 할머니처럼 끝까지 가꾸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해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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