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뽀야에게 유아용 그림책으로 읽어주면서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동화들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이번에 이 책이 소소의책 출판사에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강렬하면서 간결한 일러스트를 덧입혀 나왔군요. 묵직한 양장본에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에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책을 펼쳐봅니다.


웃음을 상실하고 회색빛으로 살아가는 삼촌과 숙모 곁에서, 도로시는 작고 까만 강아지 토토와 함께 명랑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갑자기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은 도로시와 토토를 새로운 세상, 오즈의 나라로 인도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캔자스 집으로 돌아가려고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에메랄드 시로 향하는 도로시의 여정이 시작되는데요, 섬세한 상황 묘사가 흥미를 더해줍니다. 간단한 줄거리 위주인 그림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필력도 실감하면서요.


"사람으로 사는 건 정말 불편한 것 같아. 잠도 자야 하고, 먹고 마시기도 해야 하니까. 하지만 뇌가 있으면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있으니 그런 귀찮음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지."(65쪽)


뇌를 가지고 싶은 허수아비의 말이에요. 그렇지요. 제대로 생각을 하라고 뇌가 있는 것인데 가끔 하루,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고 돌아보면 정신없이 살았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잖아요. 차분히 생각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그러고 싶은데, 먹고 사는 데 급급한 모습 같아요. 문득 허수아비 말을 곱씹게 되네요.


뇌와 심장을 가져본 적 있던 양철 나무꾼은 뇌보다 심장을 더 원합니다. 뇌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면서요. 심장이 없으니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작은 생명을 해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는 양철 나무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때로는 풍요보다 결핍이 우리를 각성시키는 것처럼요. 용기를 얻고 싶은 사자의 말도 생각의 여지를 안겨줍니다.


"난 늘 내가 엄청나게 크고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꽃처럼 작은 것들이 날 죽일 뻔하고, 또 생쥐처럼 작은 동물들이 내 목숨을 구해주었구나. 얼마나 신기한 일이야!"(129쪽)


도로시 일행은 노란 벽돌 길이 끝나는 길, 곧 에메랄드 시에 들어서게 되었는데요, 이후 내용을 읽으면서 책 표지가 왜 초록인지 알았네요. 도로시 일행이 맞닥뜨린 담은 밝은 초록색이었고 온통 초록빛인 문지기가 그들을 맞아주지요. 그는 에메랄드 시의 밝음과 찬란함에 눈이 멀 수 있다면서 모두에게 안경을 씌어줍니다. 토토까지도요. 마법사 오즈가 있는 에메랄드 시 자체가 초록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오즈의 정체가 밝혀진 후, 오즈가 이런 말을 하지요.


"다른 도시와 다를 바 없어. 하지만 네가 초록 안경을 쓰면 네 눈에는 모든 게 초록색으로 보이는 거야."(218쪽)


색안경을 끼고 보면 모두 이상해 보이듯이, 역으로 좋은 모습만 도드라지게 보려는 시선을 가져본다면?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진짜 마법사도, 위대한 인물도 아니었지만 오즈는 사자에게 "위대한 용기란 두려울 때에도 위험에 맞서는 거야", "자네도 알다시피 용기란 늘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이지"라는 진리의 말을 합니다. 사자를 비롯해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의 소원을 엉뚱한 방법으로 들어준 후, 오즈가 하는 혼잣말 좀 들어보세요.


"다들 나에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는데, 어떻게 내가 사기꾼이 되지 않을 수 있겠어? 허수아비와 사자, 나무꾼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쉬웠어. 그들은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상상했으니까."(229쪽)


왜 우리는 늘 타인에게 가능성과 행복을 기대할까요. 그런 심정을 이용해 사기꾼들이 존재하나 봐요. 아무튼 오즈는 캔자스로 돌아가려는 도로시의 소원을 이루어주려고 하지만 그것은 능력 밖의 일이었지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도로시와 토토가 다시 캔자스로 돌아가는지, 함께 모험을 했던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직접 그 장면들을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내용 전개에 따라 중간중간 다채롭게 펼쳐지는 일러스트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생각과 느낌이 달라질 것 같아요. 새롭게 다시 읽어본 동화 <오즈의 마법사>였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