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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년 ㅣ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평점 :
투명인간의 슈퍼파워를 가졌던 소년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신과 의사 선생님에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하지요. 의사 선생님은 말벌과 드래곤, 괴물 이야기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일깨웁니다.
어떤 특별한 짓을 저질러야만 괴물이 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아무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괴물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101쪽)
올해 중학생인 소년에게는 사로와 키리, 두 친구가 있었고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똑똑했지만 티 내지 않으면서요.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시험 시간에 악명 높은 MM이 뒷자리에 앉게 되고 시험지를 바꾸자고 강요하는데, 소년은 "싫어"라고 말하고 시험지를 제출하고 교실을 나옵니다. 그때부터 MM은 소년에게 욕설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고, 소년은 두려움으로 가득하게 돼요.
상대의 두려움, 그건 MM 같은 아이들에게는 휘발유나 다름없었다. 악한 마음이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143쪽)
소년은 MM이 자신에게 종이 뭉치를 던져도, 자신을 밀쳐도, 자신의 도시락을 내동댕이치고 짓밟아도 가만히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체에서 접했던 폭력이 자기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랐고, 바라만 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 곧 또 다른 폭력의 모습도 보게 되었어요. 소년의 마음속에 분노가 강하게 치솟았지만 실제로 구경꾼들에게 소년은 우스워보였을 뿐이었지요. 분노를 분출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이 소설은 스스로 만든 능력이 아니라 주변인들에 의해 얻게 된 초능력인 '투명인간'이 되고 난 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 같아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괴물이었던 적은 없었느냐고.
흡인력 있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소년이 어떤 심정으로 '말벌' 소년이 되었는지, 선생님 등에 있던 '드래곤'이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가해자 MM을 비롯한 수많은 방관자들인 '괴물들'은 왜 소년을 괴롭게 하거나 방치했는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펼쳐져요. 2024년 디즈니플러스 방영 예정이라고 하니, 원작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겠어요.
원치 않는 상황이 되었을 땐 그냥 사라져 버리면 사람들이 자기를 보지 못해서 괜찮다고.(274쪽)
이 소설은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는데요, '투명인간'이라는 말에 묵직한 감정을 싣고 있어요. 주인공 소년은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이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껴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그 실체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에게 슈퍼파워가 생겼다고 믿는 것이지요. 그 심정이 굉장히 슬프게 다가왔어요. 결국 소년은 슈퍼파워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현실, '투명인간'도 아니고 그랬던 적도 없었다는 현실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면서, 비가 쏟아지는 기찻길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게 되는데...
소설의 마지막 구절에서 작가의 분명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어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면서도 보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던 우리,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편을 선택했던 우리, '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를 삶의 철학으로 삼은 우리도 소년을 볼 수 있게 되었다.(355쪽)
우리 사회 학교 폭력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의문이었어요. 교사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하고요. 이 소설에서는 소년이 괴롭힘 당하는 상황을 안 이후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선생님이 나와요. 그런데 학교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노력이란 큰 의미가 없겠구나 싶고요, 가해자의 강제 전학이든 법적 처리로 가지 않는 한, 선생님 한 사람이 교실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알지도 못할 뿐더러 나쁜 상황을 모조리 막아줄 재간도 없으니까요.
이 소설은 학교 폭력의 가해자뿐 아니라 동조한 자들, 곧 수많은 방관자들의 비겁함에 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 문제 의식에 공감하면서 학교 폭력을 막을 길이란 선한 영향력들의 치밀한 공조일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봅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학교 폭력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뽀야가 아직 어리지만 앞으로 긴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될 터이니,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게 교과목 선행 학습보다 최우선일 듯해요. 언젠가 이 소설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어요. 청소년 필독 도서로 널리 읽혀야 하고 학교 폭력 근절로 이어져야 할 징검다리 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